할머니는 왼손을 묶어 놓고
수저나 연필을 오른손에 쥐어 주었다
왼손은 천대받았다
밥은 오른손으로 먹고 글씨도 오른손으로 쓰고
때리거나 던질 때만 왼손을 썼다
옳은 일은 오른손이
바른 일은 바른손이 하고
천한 일은 왼손의 몫
졸지에 오른쪽 어깨에 탈이 났다
끊어진 인대를 당겨 붙이고
베개만 한 팔걸이를 하고
달포 동안 오른손을 모셨다
지하철에서 오른팔이 없는 노신사와 마주쳤다
반갑게 왼손으로 악수하고
정답게 손을 흔들었다
오른쪽과 왼쪽의 경계가 없어졌다
◇이명수=시집 <공한지><울기 좋은 곳을 안다>
시선집 <백수광인에게 길을 묻다>.
제46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감상> 어린 시절 왼손잡이라는 사실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적이 있다. 무슨 일이든 왼손을 쓰는 나에게 부모님께서는 오른손을 쓰게 하기 위해 혼을 내면서 늘 꾸짖었다. 오른쪽 어깨를 다치고부터 왼손 사용이 많아지면서 오른쪽과 왼쪽의 경계가 없어졌다는 시인의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되어 진다. 왼손 사용하는 게 부끄럽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꾸지람을 듣고 오기로 고친 왼손잡이가 이제는 오른손 왼손 상생의 협동으로 번갈아가며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양손잡이가 되었다. 간혹 왼손잡이를 볼 때면 내 어린 시절이 떠올라 안쓰러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아무래도 일상생활의 도구들이 아직 왼손잡이로서의 불편한 점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