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하면 어때”…‘허당 투캅스’의 진솔한 성장기
“무모하면 어때”…‘허당 투캅스’의 진솔한 성장기
  • 윤주민
  • 승인 2017.08.10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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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사건에 휘말린 경찰대생
자극적 액션·러브라인 ‘제로’
장면 곳곳마다 ‘깨알 웃음’ 선사
박서준-강하늘 브로맨스 빛나
진지함 찾기 힘든 전개 아쉬워
청년경찰
영화 ‘청년경찰’스틸 컷.

최근 ‘군함도’와 ‘택시운전사’까지 꽤나 무거운 영화가 국내 상영관을 점령한 가운데 이를 한 방에 날려버릴 유쾌한 코미디 한 편이 상륙했다. 독립영화 ‘코알라’를 연출한 김주환 감독의 첫 상업영화 ‘청년경찰’이다.

경찰대학교 입학식. 긴 머리카락이 짧게 잘려나가는 이발소에서 말 한마디 섞지 않은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은 초반부터 미세한 신경전을 벌인다.

다행히 아무일 없이 대학 생활은 이어지고, 둘의 관계는 나빠지거나 친해지지도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산악구보 훈련 중 희열이 뜻하지 않는 부상으로 산을 오를 수 없게 된다.

문제는 1시간 이내 도착하지 않으면 ‘퇴학처리’가 된다는 메두사 주희(박하선)의 말이 농담같지 않다는 것. 다른 동기생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퇴짜 맞기 일쑤다.

뒤늦게 기준이 나타지만 그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어딘가 엉성한 기준은 희열의 소고기 꾀임에 넘어간다. ‘얼뜨기’ 두 경찰대학 동기생들의 탄생이 시작되는 장면이다.

2년 후. 그렇지 않아도 특별한 꿈이 없던 기준과 희열은 경찰대학 생활의 무료함을 느낀다. 더군다나 크리스마스까지 코앞에 다가오니 이둘의 마음은 싱숭생숭할 수밖에. 동기생인 재호가 스마트폰에 저장된 ‘여자친구’의 사진을 보여주니 기준과 희열은 펄펄 끓어 오른다. 결국 재호를 협박, 여자친구를 만난 장소를 알아낸 기준과 희열은 ‘청춘사업’이라는 명목 아래 외박을 결정한다. 얼뜨기들 답게 말 주변도 없어 여자들에게 접근조차 어렵다.

클럽에서 허탕친 기준과 희열이 도착한 곳은 아무도 없는 술집. 허망한 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은 둘은 PC방을 향해 길을 나서지만 지나가던 웬 여성을 보고 마지막 도전을 시도한다.

가위바위보를 하며 서로 발을 빼는 사이 이름 모를 여성이 눈 앞에서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력을 다해 뒤를 쫓지만 역부족이다. 외워둔 번호판 조차 조회가 되지 않고, 신고 절차 또한 복잡하다.

어쩔 수 없이 위험천만한 곳에 기준과 희열은 몸을 던진다.

천신만고 끝에 범죄 현장에 도착하지만 괴력의 조선족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기준과 희열은 경찰이 되기도 전 닥친 사건을 무사히 처리할 수 있을까.

◇21세기형 투캅스

기준과 희열은 사실 경찰의 꿈이 없다. 과학고를 졸업한 희열은 특별한 삶을 위해 경찰대학을 택했고, 기준 또한 대학 등록금이 무료라는 말에 혹해 이곳에 입학했다. 특별한 ‘사명감’이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이들이 벌이는 사건사고는 천방지축처럼 관객들로 하여금 ‘코미디’요소로 작용된다. 부담스럽지 않게 매 순간 순간 마다 펼쳐지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기준과 희열의 캐럭터가 쏟아내는 대화는 숨막히는 긴장감을 깰 정도다. 이 때문에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지 않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두뇌 회전이 빠른 희열과 몸이 먼저 앞서는 기준의 합은 ‘비빔밥’처럼 잘 버무러졌다. 단 가치관이 다르듯 이 마저 불편한 관객이 있을 수 있다. 납치범을 쫓는 장면이나 위기에 처한 여학생을 구하는 상황에서 내뱉는 이들의 ‘말 장난’은 되레 거북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가볍지 않게 그러나 무겁지 않게

김주환 감독은 피가 철철 넘치는 극강의 액션을 추구한 영화와 달리 다른 방법을 택했다. 미성숙한 경찰대학생들의 어색한 주먹 만큼이나 범죄조직 또한 화려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준과 희열의 손에는 흔한 무기 조차 없고, 상대방이던 조선족 또한 흉기를 들지 않고 있다. 기껏해야 알루미늄 야구 배트다. 경찰이 되기 위한 기준과 희열의 성장통을 그린 만큼 영화는 잔인하지 않은 소소한 웃음을 택했다.

◇한 순간만이라도 진지했더라면

영화는 두 청년의 성장통을 그리고 있다. 사실 성장통이라는 단어보다 경찰의 꿈을 그려가는 과정일 수 있다. 문제는 얼뜨기 두 대학생들의 천방지축 사건을 스크린에 담았지만 지나칠 정도로 진지하지 않았다는 것.

어두운 화면으로 관객이 두 손을 모아 지레짐작 겁을 먹을 때 즈음 영화는 이상하게도 웃음을 유발시키고 있다. 허탈할 정도다.

사회 초년생이자 부족한 경찰 대학생들이지만 ‘영화’답지 못한 것이 마이너스 요소다. 물론 감독의 뜻이 일관되게 영화 후반까지 이어지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전해지는 웃음 코드는 아쉽게 느껴진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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