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의병 정신 깃든 고장이 ‘정보화 최우수 마을’로
동학·의병 정신 깃든 고장이 ‘정보화 최우수 마을’로
  • 남승렬
  • 승인 2017.08.1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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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은자골정보화 마을
오디·표고버섯 등 다양한 특산물 생산
‘은자골’브랜드 특화 전자상거래 활발
사계절 체험 행사로 가족휴양지 ‘인기’
400년 넘은 뽕나무·은행나무 등 볼거리
김주희 선생이 건립한 동학본부
다양한 숲속 체험 공간 제공
“세번 가면 극락정토 갈 수 있다”
승려 홍지, 몽고군 물리쳐
“정보화 명품 마을 농작물에 소비자들 큰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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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4)
은자골마을은 소백의 줄기가 이어진 칠봉산, 황령산 등이 뒤를 받치고 중앙에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황령천이 흐르는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다. 드론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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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자골 유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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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자골의 정자 ‘사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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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교당
문장대
김왕경위원장

아주 먼 옛날 생명을 살리는 금척(尺)과 은척(尺)이 있었다.

신비한 두 ‘자’의 능력 덕에 죽는 사람이 없었지만 나라에서는 근심거리가 생겼다.

생명을 살리는 두 자의 영험한 능력으로 인구가 늘면서 백성들은 식량 부족을 호소했고 인심마저 흉흉해 진 것이다.

결국 나라에서는 이 두 자를 묻기로 결정한다. 이에 뒷날을 염려해 그 누구도 찾을 수 없는 땅을 물색하니 물망에 오른 곳이 경북 경주시 금척면과 상주시 은척면이다.

은자를 묻은 은척면의 작은 산은 ‘은자산’으로 불리게 됐다. 상주시 은척면 ‘은자골’ 마을의 지명은 이 전설에서 유래됐다.

상주 은자골마을은 주변에 작약산, 은자산, 칠봉산, 성주봉 등 작은 산들과 이 일대의 종산이며 준령인 황령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시골 마을이다.

◇ 삼백의 고장 대표하는 정보화마을

은자골마을은 소백의 줄기가 이어진 칠봉산, 황령산 등이 뒤를 받치고 중앙에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황령천이 흐르는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다. 명산으로 둘러싸인 마을풍경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당시 의병의 근거지였던 황령사와 동학교당을 통해 민족의 얼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은자골마을은 옛부터 ‘삼백’(三白·쌀, 곶감, 누에고치)의 고장으로 불리는 상주의 대표적 정보화마을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고품질의 작물을 생산하고 있다. 2002년 제2차 정보화마을로 선정되면서 마을에서 재배되는 유명한 상주곶감을 비롯해 은자골 홍월사과, 은자골 배, 오미자, 블루베리, 아로니아, 고사리, 표고버섯, 송고버섯, 서리태 등 전국에서도 유명한 특산물을 전자상거래로 판매하게 됐다.

‘은자골’이라는 브랜드를 특화시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자 마을은 활력이 넘쳐났다. 특히 2015년부터 행정안전부의 전국 정보화마을 운영평가에서 3년 연속 10위권 안에 들면서 올해 ‘명품마을’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올해 평가에서는 전자상거래에 의한 소득증대 활동 등을 인정받아 정보화 최우수마을로 선정됐다.

◇계절별로 즐기는 다양한 체험관광

봄이면 해발 300m 이상의 청정산골 심산유곡에서 고사리, 취나물, 두릅, 쑥, 냉이, 달래 등 봄내음 물씬 나는 봄나물을 채취할 수 있다. 주민들로부터 산나물과 산약초의 식별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제공돼 온 가족이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중태기, 다슬기 등 민물고기를 손으로 잡거나 고구마를 캐어 쪄 먹거나 그늘 아래 누워서 옥수수로 하모니카를 불 수 있어서 가족 휴양지로 인기가 높다.

가을에는 유기농으로 키운 ‘은자골 포도따기 체험’과 산을 등반하며 버섯의 자생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버섯체험’,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감을 직접 따서 깎고 매달아서 곶감을 만드는 ‘곶감체험’을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사과나무 분양, 명패 만들기, 천연염색, 박공예 등 다양한 체험거리를 즐길 수 있다. 또 도시민들이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놀이와 휴식을 즐김으로써 ‘제2의 고향’으로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월별 체험행사을 진행하고 있다. 숙박시설 등을 갖춘 은자골지역활성화센터가 있어 세미나 등 단체 행사나 모임을 갖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수령 400년된 뽕나무

은자골은 뛰어난 자연환경을 갖춘 충의의 고장이다. 여기에 더해 경상권 동학의 근학지인 ‘동학교당’이 있어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목조초가 건물 5채로 이뤄진 전형적인 전통가옥 양식을 띈 이 건물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보존돼 있는 동학교당이다. 이 곳에는 기울어 버린 국운과 서구 열강의 등살에서 국권을 일으켜 세워보려던 민초들의 자생적 의지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은자골 두곡리에 가면 볼 수 있는 수령 400년이 넘는 씨받이 뽕나무도 마을의 명물이다. 높이는 12m, 아래 둥치의 둘레는 약 2m로 장정 세 사람이 손을 벌여야 둘레를 겨우 휘감을 수 있다. 아직도 나무의 생기가 왕성해 뽕나무 씨와 더불어 가을이면 맛있는 오디를 따 먹을 수 있다는 게 마을 사람들의 설명이다. 조선시대 인조 때 뽕나무의 재배를 권장한 기록이 있어 이 당시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마을 초입엔 뽕나무와 더불어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은행나무도 볼거리다. 수령은 약 450년 된 것으로 짐작되며 높이 15m, 밑 둘레가 13m에 달한다. 6.25 전쟁 중에도 유독 두곡리에만 인명피해가 없어 마을의 덕목으로 숭상 받고 있다.

임혜경 은자골정보화마을 프로그램 운영자는 “은자골의 자랑거리는 곶감을 비롯한 명품 특산물과 동학 등 우리나라 역사의 현장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유적지, 수려한 자연경관이다”며 “오는 19~20일에도 경기도 과천승마장에서 직거래장터를 열어 우수한 은자골 특산물을 도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글=이재수·남승렬기자

사진=전영호기자

◇ 성주봉자연휴양림

아름다운 자연경관의 울창한 숲과 맑은 공기, 깨끗한 물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주시 은척면 남곡리 성주봉(해발606m) 기슭에 조성됐다. 깊은 계곡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휴식할 수 있는 숲속의 집 4동과 단체용 11실이 마련된 휴양관 1동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숲속 체험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이밖에도 편안한 정자와 취사장, 구름다리, 물놀이터, 분수시설 등이 있다.

◇ 황령사

상주시 은척면 칠봉산 자락에 자리한 대한불교 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의 말사이다. 신라시대인 638년(선덕왕 7) 의상이 창건했고, 889년(진성왕 3)에 대구화상이 중창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시대인 1254년(고종 41) 몽고의 장군 차라대(車羅大)가 상주성(백화산성)을 침공하자 황령사의 승려 홍지(洪之)가 관민병을 거느리고 나가서 적의 넷째 장수를 쏘아 죽였고, 적병의 사상자가 반수 이상이나 되자 적이 포위를 풀고 물러갔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 절이 고려 이전부터 존재했던 사찰임을 알 수 있다.

◇ 동학교당

상주시 은척면 우기1리에 자리한 동학교당은 남접 대도주 김주희 선생(1860~1944)이 교세 부흥을 위해 1922년 건립한 동학본부 건물이다. 지방문화재 민속자료 제120호로 지정됐다. 교당의 유물은 민속자료 제111호로 지정됐다. 용담유사, 동경대전 등 낯익은 동학경전부터 복식, 인장, 교기 등 동학교 초기 유품이 총 177종, 1천84점에 달한다.

◇ 문장대

문장대는 해발1천54m에 위치한 속리산의 석대다. 문장대 자체의 경관도 좋을 뿐 아니라 그 전망 또한 장경이다. 문장대는 세조대왕과 문무시종이 이곳에서 시를 읊었다는 데서 연유된 이름으로 이 거대한 암봉이 구름 속에 묻혀있다 하여 ‘운장대’라 부르기도 한다. 문장대를 세번 다녀와야 극락정토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생길 만큼 신선의 땅인 듯 신비로운 곳이다. 문장대에서는 속리산 최고봉인 천황봉과 관음봉, 칠성봉, 시루봉, 비로봉 등 높고 낮은 봉우리들과 법주사 일부, 속리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을 단풍의 진경도 압권이다.

“옛날 사람의 목숨을 연장시키는 은자를 묻어 두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사람 살기 좋고 농작물과 가축이 잘 자라며, 넉넉한 정과 인심까지 있는 곳이 바로 은자골입니다.”

김왕경(67·사진) 은자골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은 마을 소개를 부탁하자 이같이 말하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은자골에서 나고 자랐다는 김 위원장은 “전국 340여 개의 정보화마을 가운데 은자골마을이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2015년부터 3년 연속으로 행정안전부 전국 평가에서 10위 안에 들어 올해 ‘명품마을’로 뽑힌 게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보화마을 선정이 농가 소득 증대에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자골은 넓은 평야와 적당한 강우량, 높은 하계 기온 등의 요인으로 작물 재배의 최적지”라며 “특히 포도와 사과, 배 등은 알맞은 기후와 청정의 자연조건 속에서 저농약, 유기농법으로 재배돼 맛과 향이 뛰어나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예전에는 농작물 판매 등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기 어려운 게 농민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는데 정보화마을로 조성된 이후 전자상거래를 통한 도농간 직거래가 활성화돼 주민들 모두 만족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보화마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지역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농촌 마을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보화마을 등 지속가능한 시스템의 제도화와 법제화가 절실해요. 새롭게 들어선 정부도 정보화마을과 농촌 문제 등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 지속적인 행정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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