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
선운사에서
  • 승인 2017.08.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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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감상> 꽃이 피는 건 힘들지만 꽃이 지는 것은 쳐다 볼 틈도 없이 생각할 틈도 없이 잠깐이다. 하지만 그 꽃을 잊어버리기에는 영영 한참걸린다는 시인의 말처럼 누구에게나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을 지우는 일은 무엇보다 힘들고 어려운 법이다. 잘라 버릴 수 없는 마음이 영영 한참동안 사라지지 않는 이 이별의 고통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겠는가. 그러나 한순간에 지는 꽃처럼 냉정하게 돌아서 버릴 사랑이라면 너무나 비참할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한참을 잊지 못하고 영영 한참 아픈 기억만큼 추억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또한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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