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말하면 없던 호랑이도 나타난다(三人成虎)
세 사람이 말하면 없던 호랑이도 나타난다(三人成虎)
  • 승인 2017.08.1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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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학교 교장
2017년 8월 7일 오후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결심 공판이 서울법원종합청사 법정에서 열렸다. 변호인단의 최종변론에는 ‘이 사건이 견강부회식의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라는 대목이 나온다.

견강부회(牽强附會)는 ‘가당치도 않는 말을 억지춘양으로 끌어다 대어 자기주장의 조건에 맞도록 한다.’는 뜻이다. 견(牽)은 ‘소의 코뚜레를 잡고 앞으로 끌고 나아가는(玄)’ 형상의 글자이다. 소는 힘이 엄청 강하지만 코뚜레를 사람에게 잡히는 순간에는 별로 힘을 쓰지 못한다.

변호인단은 특별검사가 이재용의 죄상을 억지로 만들고 있다는 취지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삼성의 승계 작업에 대한 내용에 대하여는 조목조목 반박을 하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것들은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변론을 펼치면서 ‘삼인성호의 우를 범하였다.’고 하였다. 특별검사가 여론을 너무 의식하고 증거를 만든 것 아니냐는 변론의 요지인 듯하였다.

삼인성호(三人成虎)의 고사는 유향이 쓴 ‘전국책’의 위책에 나온다.

위나라 대신 방총이 태자와 함께 조나라의 한단(서울)에 인질로 가게 되었다. 이 때 방총은 위나라 혜왕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였다. ‘어떤 사람이 나타나 위나라 대량(서울)의 한복판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이를 믿겠느냐고 물었다. 혜왕은 믿지 않을 것이라 하였다. 방총은 두 사람이 와서 말하면 이를 믿겠느냐고 하였다. 혜왕은 한번 의심해 볼 것이라 하였다. 방총은 세 사람이 와서 말하면 이를 믿겠느냐고 재차 물었다. 혜왕은 믿을 것이라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방총은 대량의 거리 한복판에 호랑이가 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런데도 세 사람이 말하면 대량의 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나게 된다. 지금 조나라의 한단은 위나라의 대량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만약 방총을 헐뜯는 사람이 세 사람을 초과하더라도 왕께서 세심히 살펴주면 고맙겠다고 읍소하였다. 혜왕은 방총에게 걱정하지 말고 임무에 충실하라고 하였다.

방총이 하직 인사를 하고 조나라 한단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그가 조나라에 닿기도 전에 방총에 대한 참언이 혜왕의 귀에 들어갔다. 훗날 태자는 인질에서 풀려 귀환했으나 방총은 결국 혜왕을 만나볼 수 없게 되었다. ‘세 사람이 말하면 없던 호랑이도 나타난다.’는 말은 ‘삼인언이성호(三人言而成虎)’이다. 그냥 줄여서 삼인성호(三人成虎)로 많이 사용한다.

또 ‘전국책’의 진책에도 삼인성호가 나온다. 진나라의 장수 왕계가 조나라의 한단(서울)을 공격하였으나 17개월이 지나도록 공략하지 못했다. 이 때 대신 장(莊)이 장계에게 이렇게 말했다.

“장군은 왜 장병들에게 상을 내리지 않소?”

“나는 왕의 말이 아니면 듣지 않습니다.”하고 왕계는 대답했다.

“부자 사이일지라도 반드시 따라야 할 것과 따라서는 안 될 명령이 있소. 장군은 오랫동안 왕의 총애를 받고 있지만 아랫사람인 장병들을 멸시하면 안 되오. 내가 듣기로는 삼인성호(三人成虎), 십부유추(十夫柔椎), 중구소이(衆口所移), 무익이비(毋翼而飛)라는 격언이 있소. 부디 장병들을 위로하고 상을 내리고 예로 대해 주는 것이 좋을 것이오.”하였다.

십부유추(十夫柔椎)는 ‘열 사람이 힘을 모으면 쇠뭉치라도 구부릴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구소이(衆口所移)는 ‘여러 사람이 떠들면 진실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무익이비(毋翼而飛)는 ‘많은 사람이 주장하면 날개 없는 것도 날 수 있는 것으로 믿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왕계는 이 같은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병들은 왕계가 모반을 꾀한다고 왕에게 참소하였다.

삼성전자 결심공판 최종변론에서 ‘삼인성호의 우를 범하였다.’는 우(愚)는 어리석음을 말하는 것인 듯하다. 우(愚)는 마음의 움직임이 느리다는 뜻도 있지만 바로 말하지 않고 짐작하여 ‘에둘러 번거롭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어떻든 판결이 기다려진다. 날개가 없어도 날아가게 만드는 것은 ‘다수의 힘’이다. 삼인성호가 아닌 진정한 다수의 힘이 세상을 이끌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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