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사랑이다 - 의태하는 새
모든 것은 사랑이다 - 의태하는 새
  • 승인 2017.08.2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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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은 본능적으로 살아남으려는 유전인자를 발현시킵니다. 이러한 생존 형태 중의 하나가 의태(擬態, mimicry)로 나타납니다.

의태는 생존에 유리하도록 진화된 둘 이상의 생물체 사이에서 볼 수 있는 비슷한 외형(外形)으로서 상대방을 속이기 위한 일종의 전술입니다. 즉 약한 자가 강한 자의 겉모습을 흉내 내는 것입니다.

1862년 영국의 박물학자 베이츠는 같은 종(種)이 아님에도 모양이 거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두 종의 나비를 발견하고 이 의태설(擬態說)을 공식화하였습니다.

즉 새들이 나비를 잡아먹는데 왕나비와 같은 종은 좀처럼 잡아먹히지 않았습니다. 왕나비는 몸속에 독을 지니고 있어 먹으면 구토를 하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몇 번 경험한 새들은 이 왕나비를 잡아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냄새도 없고 독도 없어 자주 잡아먹히는 나비 이를 테면 오색나비 종류들은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오랜 세월이 지나자 자신의 몸 모양을 새들이 싫어하는 왕나비와 비슷하게 바꾸었습니다. 그것은 새들에게 이 겉모습을 보아라, 똑같지 않느냐. 그러니 나에게도 독이 있다는 거짓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의태는 이처럼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메꾸기 위해 강한 종을 흉내 내는 것입니다. 대벌레가 둘레의 딱딱한 나뭇가지처럼 자기의 몸 모습을 바꾼다거나 독 없는 뱀이 독 있는 뱀처럼 머리 모양을 세모꼴로 바꾸는 것이 그러한 보기입니다. 메뚜기가 둘레 벼의 색깔과 비슷하게 연두색에서 점점 노릇하게 변해가는 것도 일종의 의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약점을 일부러 노출시키는 전략도 구사합니다. 공벌레나 거미들 중에 일부 종은 사람이 건들면 일부러 죽은 척하며 꼼짝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사람의 시선이 멀어졌다 싶으면 다시 살아나 얼른 도망칩니다.

물론 새들도 의태 행동을 합니다.

꼬마물떼새가 대표적입니다. 꼬마물떼새는 자기 둥지 둘레에 천적이 나타나면 일부러 다친 척하며 천적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이끕니다. 둥지에 새끼가 있을 때에는 의태 행동이 더욱 적극적입니다. 거미처럼 꼼짝 않고 죽은 척하다가 또 날개를 퍼덕여 다친 척합니다. 그리하여 천적이 둥지에서 멀어져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후다닥 날아올라 둥지 반대쪽으로 날아갑니다. 역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작전입니다.

꼬마물떼새는 모성애도 매우 강합니다. 둥지에 물이 차올라도 알을 떠나지 않습니다. 어쩌다 바람이 세게 불어 이웃집 둥지에서 알이 굴러 나오면 그 알도 끌어당겨 함께 품어줍니다.

꼬마물떼새의 걸음걸이는 매우 독특합니다. 짧은 다리로 종종 걸음을 쳐서 매우 바르게 걷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멈추어 사방을 살피고는 다시 튕겨나가듯 재빠르게 걸어갑니다. 하늘의 매 시선을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역시 의태입니다.

꼬마물떼새는 매우 민첩합니다. 지렁이를 보게 되면 순식간에 끝을 물어 잡아챕니다. 땅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라 할지라도 조금 남은 꼬리 부분을 잽싸게 물어 당깁니다. 그리고는 전력을 다해 늘어지기 때문에 의지할 데가 많은 지렁이라 할지라도 끝내 끌려나오고야 맙니다.

꼬마물떼새가 작은 체구의 불리한 조건임에도 이처럼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은 결국 사랑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알을 지키려고 둥지에 물이 가슴까지 차올라도 끝까지 둥지를 떠나지 않습니다. 또한 자신과 2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의태 행동을 구사합니다.

그러고 보면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다 의태 행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권력자와 가깝다고 허세를 떠는 것 역시 후광효과(後光效果, halo effect)를 노리는 것으로 역시 의태의 한 형태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의태는 그 약점이 공개되면 허망하게 무너집니다. 의태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진정한 힘을 길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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