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70명 작은 산골마을…함께 잘 사는 방법을 찾다
인구 70명 작은 산골마을…함께 잘 사는 방법을 찾다
  • 남승렬
  • 승인 2017.08.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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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봉항마을
옛식수원 ‘쌍샘’ 복원
솔숲에 개울·황톳길 조성
마을가꾸기 대회 대상 수상
마을밥집·사생대회 운영 등
공동체 활성화 다양한 노력
자연과 잘 어우러진 고즈넉한 산사
경쾌한 경상도 농악 진수를 배우다
절경따라 걷다보면 가슴 탁 트이는 풍광 선물
“아름다운 마을 경관·주민 간 끈끈한 정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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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의 봉항마을은 전체 가구 수 50호가 채 되지 않은 작은 산골마을이지만 정이 흘러 넘치는 소통과 나눔의 마을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주요 특산물은 복숭아와 표고버섯이다. 드론 촬영

경북 김천시 어모면 난함산 기슭 아래 첫 동네인 ‘봉항마을’은 고령인구가 많은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봉항마을은 김해김씨 일가들이 처음 들어와 지금의 마을 위치보다 안쪽인 불무골에 터를 잡고 마을을 형성했다고 전해진다. 1936년 병자년 수해 때 산사태로 마을이 유실되자 지금의 자리로 이주하게 됐다.

봉항이라는 마을의 지명은 마을 뒷산인 난함산이 풍수지리로 볼 때 봉황새가 알을 품고 있는 형세인지라 ‘알 란’(卵)자에 ‘품을 함’(含)자를 써서 난함산(卵含山)이라 하고 마을이 위치한 자리가 그 봉황새의 목에 해당한다고 해 ‘봉황새 봉’(鳳)자에 ‘목 항’(項)자를 써서 봉항이라고 했다고 전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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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이 넘치는 ‘살기 좋은 마을’

이 마을은 전체 가구 수 50호, 인구 70명이 채 되지 않은 작은 산골마을이지만 정이 흘러 넘치는 소통과 나눔의 마을로 세간에 알려지고 있다. 봉항마을은 ‘참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수식이 붙는다. 지난 2009년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참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콘테스트에서 전국 1천29개 마을과 치열한 경합을 펼쳐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전국 최고의 살기 좋은 마을로 이름을 올린 봉항마을의 변화는 이 당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석축을 쌓아 동네를 아름답게 단장했다. 마을 뒤편 솔숲에는 작은 개울을 만들고 그 밑으론 황톳길을 조성했다.

그동안 방치돼 온 ‘쌍샘’도 복원해 마을의 보물로 만들었다. 쌍샘은 상수도가 들어오기 전까지 마을의 식수원이었다. 복원된 쌍샘 주변은 나눔의 장이 됐다. 인근 부지를 마을 주민 공동으로 매입해 미나리와 벼를 심고 가꿔 수확물을 서로 나눴다. 주민들은 또 농한기 때 마을회관에서 하루에 10kg 정도의 쌀로 공동생활하는 등 생활 속에서 나눔과 공유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작은 산골마을이 나눔과 소통의 따뜻한 마을공동체로 변화했다. 주민들은 노인인구가 많은 동네의 형편을 고려해 ‘마을밥집’을 운영해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해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찾아라! 경북행복마을 12호’로 지정돼 더욱 화사하고 깨끗한 마을로 탈바꿈했다.

당시 행복마을 조성을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았다. 경북도종합자원봉사센터는 1주일 전부터 사전답사를 실시해 무너진 담장 보수에 나섰다. 또 바르게살기협의회, 안전실천시민연합, 김천도배봉사단의 도배, 한국전기안전공사경북본부의 전기 점검 및 수리, 아마추어무선연맹경북도본부의 방충망 교체, 경북도개발공사의 문패제작, 문경비루빡봉사단의 벽화 그리기 등 주거환경 개선 작업이 뒤를 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해 경북도기능봉사회의 이·미용 봉사, 김천사진봉사회의 장수사진 촬영, 포항부학사랑봉사회의 돋보기 맞춤, 김천의료원과 중앙보건지소의 건강검진 등 다양한 생활편의 서비스도 함께 실시됐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김천시를 비롯한 관의 지원은 물론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살기 좋은 마을과 행복마을로 잇따라 선정됐다”며 “앞으로도 주민들과 힘을 합쳐 살맛 나는 동네를 가꿔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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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뒤편의 솔밭에 자리한 정자.

◇ 함께 잘사는 마을공동체 구현

주민들은 각종 체험활동과 사생대회 개최, 1사1촌 자매결연을 통한 기업과 농촌의 상생기반 마련, 상징물 공원 조성, 마을 홈페이지 구축, 출향인과 연계한 사업 등 참신한 아이디어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마을의 특산물로는 표고버섯과 복숭아가 가장 유명하다. 마을 주민의 95% 이상이 표고버섯과 복숭아 농사를 짓는다.

주민들은 마을 특산품인 표고버섯, 복숭아, 솔숲을 엮는 체험프로그램을 개발적극적으로 마을을 홍보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판매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공동표고버섯장 견학과 표고버섯 따기 체험은 대표적인 체험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웰빙음식으로 표고탕수육이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밖에도 배따기 체험과 솔숲 걷기 체험, 어린이들을 위한 개울에서의 종이배 띄우기 체험 등이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귀농·귀촌인들이 들어와 마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총 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표고버섯 공동재배장, 마을농산물 판매장, 마을밥집 운영 등 마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소득증대 사업을 추진해 ‘함께 잘사는 마을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글=남승렬·최열호기자

사진=전영호기자

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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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지사

김천역에서 서쪽으로 12km 떨어진 황악산 기슭에 있는 직지사는 신라 눌지왕 2년(418년)에 도화상이 세웠다. 절 안 주위의 울창한 오랜 소나무와 깊은 계곡의 맑은 물, 가을의 단풍이 절경이며, 주위의 조경과 잘 어울려 있다. 경내엔 1천구의 아기부처가 나란히 안치되어 있는 비로전(일명 천불전)이 있다. 1천여년 묵은 칡뿌리와 싸리나무 기둥의 일주문과,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건물인 대웅전, 통일신라시대 작품인 높이 1.63m의 석조약사 여래좌상(보물 319호)이 있다. 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제불교연수회관이 1994년 5월에 준공되었다.

◇ 빗내농악 전수관

김천시 금릉빗내농악이 전승되어 오고 있는 빗내마을은 삼한시대 감문국에 속했던 지역으로서 옛 감문국의 ‘나랏제사’와 풍년을 기원하는 ‘빗신제’가 혼합하여 동제(洞祭) 형태로 전승되었고 동제(음력 정월 6일)때는 풍물놀이와 무당의 굿놀이, 줄다리기 등의 행사가 혼합되어 진굿(진풀이)의 농악놀이로 발전하였다. 빗내농악은 전국 농악놀이의 대부분이 ‘농삿굿’인데 반해 빗내농악은 ‘진굿’으로 가락이 강렬하여 타 굿판과는 명확하게 차이가 있으며 모두 12가락(질굿, 문굿, 마당굿, 반죽굿, 도드레기, 영풍굿, 허허굿, 기러기굿, 판굿, 채굿, 진굿, 지신굿)으로 구성되었고 119마치로 세분되어 있다. 빗내농악의 정통성과 맥을 이어가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하여 빗내마을 입구에 2003년 11월 빗내농악전수관을 개관했다.

◇ 수도산

가야산 북서쪽, 김천과 거창의 경계에 우뚝 솟은 수도산(1천317m)은 가야산을 분수령으로 한 비교적 높은 산으로 일명 불영산, 선령산이라고도 한다. 정상인 신선대에 오르면 가야 산, 덕유산, 황악산, 금오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수도산에서 동남능선을 따라 가면 단지봉(1천327m)과 목통령을 거쳐 가야산에 닿는다. 수도계곡은 구비구비마다 독특한 절경의 연속이고, 산기슭에는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정진하는 청암사 승가대학이 있다. 정상 부근에는 수도암이 있다.

◇ 직지문화공원

음악조형분수를 중심으로 광장 3곳, 폭 25m에 높이가 17m에 이르는 대형 2단 폭포, 직지사 경내의 맑은 물을 그대로 유입 공원 내로 흐르게 하는 계류시설 등을 갖춘 문화공원이다. 문화시설로는 국내외 17개국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 50점이 설치됐다. 문인협회 김천시지부의 협조를 받아 자연석에 아로새긴 애송시 20편, 전국관광공예품대상을 수상한 아파트 7층 높이의 대형장승 2기, 옛 전통미를 재현한 170m의 성곽과 전통담장, 2천여명이 동시에 관람 할 수 있는 야외공연장 등의 문화 인프라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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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의 난함산 자락에 자리잡은 봉항마을은 주민들의 끈끈한 정으로 뭉쳐진 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양영규(62·사진) 봉항마을 이장은 마을 소개를 부탁하자 이같이 말했다. 9년째 이장을 해오고 있는 그는 “우리 마을은 같이 일하고 같이 나누고 사는 게 자랑거리”라며 “나눔과 소통의 따뜻한 마을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을의 경관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자 그는 “마을 뒤편으로 난함산, 우측으로는 청정의 솔숲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 그 솔숲 산책로와 개울을 따라 걸으면 솔향으로 가득하다”며 “깨끗한 물과 공기로 대한민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마을”이라고 강조했다.

마을 유래와 관련해서는 “난함산 아래 첫 마을이 봉항마을이다”며 “1914년 신기, 은석, 중리, 봉항마을을 합하여 은석의 은(銀)자와 신기의 기(基)자를 딴 은기동으로 속하게 되고 이후 중리로 불렸던 소내마을과 봉항은 은기3기로 분동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고버섯 재배로 널리 알려진 봉항마을은 옛날에는 대장간이 있어 불무골로 불렸다”며 “봉항마을 뒷산은 봉이 알을 품은 듯한 모습의 난함산(卵含山)이고, 봉항(鳳項)은 봉황의 목을 뜻한다”고 말했다.

양 이장은 “김천시를 비롯한 행정기관의 지원에 힘 입어 주민들 모두 마을을 가꾸는 데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봉항마을을 인정이 넘치는 대한민국 최고의 마을로 가꿔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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