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 같은 사람보다는
시냇물 같은 사람이 좋다
끝없이 넓고 짙은 푸름이 있지만
그 깊이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바다 같은 사람보다는
얕은 물이 쉼 없이 흐르며
그 안에 갖가지 모양의 돌을
제 몸처럼 안고 둥글게 세월을 먹는
시냇물 같은 사람이 더 좋다
시냇가에 심겨진 나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주고도
말간 웃음으로 잔잔히 흘러가는
비가 오면 빗물의 손을 잡고
기나긴 동행도 즐거움이라 노래하는
거친 파도도 풍랑도 모르고
조용히 인생을 유영하는 듯하지만
결코 주저하거나 멈추는 법이 없는
나는 그런
시냇물 같은 사람이고 싶다
◇제미정=2009년 현대시문학 추천 등단
시집 <고래는 왜 강에서 죽었을까>
2006년 <문학바탕> 신인문학상 수상
<감상> 조용히 인생을 유영하는 듯하지만 결코 주저하거나 멈추는 법 없이 흐르는 시인이 말하는 나도 그런 시냇물 같은 사람이고 싶다. 흐르던 흐르지 않던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냇물처럼 온화한 마음으로 언제나 내 자리를 지키며 주위 사람들을 감싸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 고집과 편견이 없고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낮은 곳으로 유유히 말없이 쫄쫄쫄 흘러가는 그런 사람이면 더더욱 참 좋겠다. 초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언제나 한곁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시냇물 같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된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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