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녹여낸 한국형 누아르의 탄생
남북관계 녹여낸 한국형 누아르의 탄생
  • 윤주민
  • 승인 2017.08.24 0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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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박훈정 감독 신작 ‘브이아이피’
기획귀순자 둘러싼 치열한 갈등관계
5개의 챕터 형식으로 구성해 ‘신선’
누아르 특유의 끈끈한 브로맨스 실종
과거·현재 넘나든 전개 호불호 갈릴 듯
영화VIP-스틸컷
영화 ‘신세계’로 누아르의 새로운 장을 연 박훈정 감독이 새로운 영화 ‘브이아이피’로 돌아왔다. 기획귀순이라는 신선한 소재의 이 영화는 장동건·김명민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영화 스틸 컷.
영화 ‘브이아이피’는 한국 누아르의 전형을 제시한 ‘신세계’를 맡은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이 때문에 영화 ‘브이아이피’는 개봉을 하기 전부터 많은 영화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신세계’에 이은 또 하나의 누아르 작품을 기대한 것. 그러나 이 영화는 신세계와 다른 방향을 걷고 있다.

결론부터. 신세계 만큼의 퀄리티를 기대한다면 아쉬움을 삼켜야 할 것이다. 조폭들간의 숨막히는 신경전, 또 그들만의 의리는 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다. 황정민과 이정재를 통해 보여준 인간 중심적인 영화 흐름이 그리울 수밖에. 브로맨스가 상실된 누아르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5개의 챕터

영화는 프롤로그부터 시작해 에필로그까지 총 5개의 챕터로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전개는 영화를 이해함에 있어 몰입도를 높일 수도 있지만 이에 반해 반감을 사게 할 수도 있다. 하나의 챕터를 이해하기도 전 또다른 챕터가 시작돼 버린다. 몰입도가 높은 만큼 배신감도 크다. 마치 사건일지를 보는 듯 재미를 선사하지만 되레 누아르 장르 특성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됐다. 영화 초반 에필로그의 궁금증은 끝까지 관객의 몫이다. 박 감독이 노린 마지막 대박(?) 반전은 실패다.

영화-VIP스틸컷2
이종석은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살인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소시오패스역을 맡았다. 영화 스틸 컷.


◇숨은 VIP 이종석.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의 연기력은 두 말하면 잔소리. 연기 베테랑이 다수 포진돼 있는 가운데 이 영화에서 유독 빛을 발휘하는 배우는 이종석이다. 그가 맡은 캐릭터 특성과 연기력까지 더해졌다. 안방 드라마를 꿰차며 많은 소녀팬들을 거느린 그가 보여준 이번 연기는 소스라칠 정도다. 미소년의 얼굴로 악랄한 범행을 저지르며 쾌감을 느끼는 이종석의 얼굴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범행 타깃을 여성 중점적으로 잡은 것이 아쉽지만 이런 설정으로 인해 소시오패스역을 맡은 이종석이 숨은 VIP가 되기에 충분했다.

2013년 현재. 회사 상사 몰래 일정을 하루 앞당겨 홍콩에 도착한 재혁(장동건)은 기다리고 있던 부하 직원에게 비밀을 약속할 것을 받아낸 뒤 차를 탄다. 어두컴컴한 시내 뒷골목에 다다르자 재혁을 기다렸다는 듯한 외국인이 손인사를 건넨다. CIA 요원 폴 그레이(피터 스토메어)다. 폴은 바로 앞 건물을 가리키며 9명을 처리한 뒤 ‘물건’을 가져와 차에 싣기만 하면 된다고 전한다.

2008년 평안북도 신의주. 꽃길을 걷던 한 여학생이 광일(이종석)의 일행에게 납치당한다. 광일의 부하들은 그녀를 겁탈하기에 이르지만 광일은 이어폰을 꽂은 채 음악에 열중하기 바쁘다. 담배 한 개피가 다 타들어갈 즈음 광일이 일어선다. 그들을 저지할 법도 하지만 광일은 오히려 한 술 더 뜬다. 죽기 직전까지 몰린 나체의 여성을 목 졸라 살해한다.

같은 시기의 북한. 제복을 입은 북한군이 한 집을 수사 중이다. 뒤늦게 도착한 대범(박희순)이 현장의 찬혹함을 보고 제대로 수사하라며 부하를 꾸짖는다. 대범은 광일의 소행임을 직감, 보안성 간부에게 검거를 제안하지만 거절당한다. 광일의 아버지 김모술이 북한 정권 실세 측근이었기 때문. 이로 인해 대범은 신분증과 총기를 반납하고 좌천된다.

2011년 대한민국 서울. 서울과 경기도 일대, 여성을 대상으로한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사건의 실마리 조차 잡지 못한 이도(김명민)의 동기 조 경감은 윗선과 언론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결국 자살을 택한다. 사건을 이어 맡은 경찰은 폭력 형사로 소문난 이도(김명민)다. 이도는 상사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사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다. 난항을 겪던 수사는 이도의 지휘 아래 조금씩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무리한 방법을 쓰고 밤을 새면서까지 수사에 집중한 이도는 북에서 귀순한 광일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국정원 소속 재혁은 CIA와 기획해 귀순 시킨 광일이 경찰에 넘어갈 것을 우려, 이를 제지한다.

경찰과 국정원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광일의 손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대범이 나타난다. 좌천된 후 한밤 중 습격을 받아 부하를 모두 잃고 겨우 목숨만 건졌던 대범이 살아돌아온 것. 대범의 등장으로 광일을 두고 또다시 치열한 쟁탈전이 펼쳐치게 되는데….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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