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걷기힘든 거리 될판
동성로, 걷기힘든 거리 될판
  • 천혜렬
  • 승인 2009.01.2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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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 개선사업 대구 동성로 가보니...
휠체어 통행장애인들 허리통증 호소...비장애인도 넘어지기 일쑤

“바닥에 블록을 새로 갈았다고요?”

지난 23일 오후 공공디자인개선사업이 진행 중인 대구 도심 동성로.

'공공디자인개선사업'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동성로가 좁아진 보행로와 울퉁불퉁한 노면 공사로 통행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김대식기자 deskm@idaegu.co.kr
대학생 신영훈(20·대구시 달서구 용산동)씨는 ‘새로 조성한 동성로 노면이 어떠냐’는 질문에 대뜸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신씨는 “동성로를 따라 1m 남짓의 폭으로 울퉁불퉁한 재질의 돌을 깐 것은 알겠는데 블록을 새로 깔았는지는 모르겠다”며 “원래 붉은색이었던 블록이 시커멓게 변한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동성로 대우빌딩에서 중앙파출소 방향 동성5길 구간의 노면은 지난해 이맘때와는 분명 다르다. 회색빛의 노면이 사라지고 대신 적벽돌이 깔렸다. 적벽돌은 지난해 8월 시작된 동성로 공공디자인개선사업을 통해 동성로의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매김 했지만 준공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검은색으로 변하고 있다.

매일 수만 명이 동성로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하역차량들의 진입을 막지 못한 것도 이유라는 분석이다.

같은 구간 거리를 따라 대구읍성을 이미지화 한 울퉁불퉁한 노면도 행인들에게 달갑지만은 않다. 장대석으로 만든 폭 150㎝의 읍성길은 읍성 위를 걷는 듯 한 모습을 형상화하기 위해 공공디자인개선사업에 포함됐다.

그러나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은 읍성길 위에서 몸을 가누지 못해 뒤뚱거리다가 블록이 깔린 평평한 노면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박준희(여·24·대구시 동구 신천동)씨는 “힐을 신고 나왔는데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가다가는 넘어지기 딱 좋겠다”며 “바닥만 보고 다니란 말이냐. 뭣 하러 이런 걸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유모차를 이끌고 동성로를 찾은 한 30대 주부는 울퉁불퉁한 노면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 쇼윈도 안에 걸린 의류를 먼발치에서 쳐다봐야 했다.

장애인, 특히 휠체어 장애인들에게 이 구간은 ‘걷고 싶은 거리’보다는 ‘걷기 힘든 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울퉁불퉁한 길은 휠체어에 충격을 줘 허리 등에 통증을 주는 것은 물론 휠체어 유지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공공디자인개선사업으로 장애인들의 보행권이 무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인들도 불편을 느끼긴 마찬가지. 취업준비생 최모(28)씨는 “밑창이 얇은 신발을 신고 울퉁불퉁한 길에 올라서면 발바닥이 아플 정도다”며 “지압 받는 기분이다”고 표현했다.

상인들은 노면이 시커멓든 울퉁불퉁하던 관심이 없다. 공사가 하루라도 빨리 끝나기만 바랄 뿐이다.

상인 이모(39)씨는 “당초 이달 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한다고 들었는데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완공이 힘들 것 같다”며 “며칠 전까지 있던 공사설명 입간판이 사라진 것을 보면 아무래도 공사기간이 연장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실공사, 날림공사에 대한 불만도 쏟아진다. 의류매장 종업원 정모(28)씨는 “블록을 깔면서 블록과 블록 사이를 모래로 대충 마감하는 바람에 블록 사이에 쌓였던 먼지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매장 안으로 들어와 문을 열어 놓지 못할 정도다”고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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