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실 군집한 ‘생명의 땅’ 생활 문화·예술이 꽃피다
태실 군집한 ‘생명의 땅’ 생활 문화·예술이 꽃피다
  • 남승렬
  • 승인 2017.08.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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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금수강산문화마을
금수초교 리모델링 예술인에 제공
‘문화체험공간’ 창작스튜디오 탄생
경북도·문체부 ‘생활문화센터’ 지정
예술 강사 200여명 경북 곳곳에 파견
동아리 참여 등 주민-예술인 ‘공동체’
산세 변화무쌍한 ‘조선팔경’
대성전·명륜당 위치 ‘우묘좌학’
수해 막는 ‘천연기념물’
계곡·숲 7㎞나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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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군 금수면 광산1리에 자리한 금수강산문화마을은 1999년 문을 닫은 금수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문화예술 공간이다. 현재 이곳에는 예술인들과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다양한 생활문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드론 촬영
김윤도비각(1)
김윤도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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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는 ‘생명문화’를 상징하는 땅이다.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는 태실이 군집을 이룬 ‘세종대왕자태실’이 있는 곳으로, 생명존중의 정신이 발현되는 고장이다.

가야산을 중심으로 높고 낮은 산들이 군(郡) 전체를 둘러싼 분지 형태의 땅으로, 일찍이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산천이 밝고 수려해 고려 때부터 문명이 뛰어난 사람들과 이름 높은 선비가 많았다”고 성주를 소개했다. 성주는 또 조선의 마지막 유학자라 불리는 심산 김창숙의 고향이기도 하다.

◇시골동네 폐교, 문화예술의 ‘허브’가 되다

성주에서 생명문화 만큼이나 특화된 것은 생활문화다. 생명의 땅 성주 금수강산문화마을은 ‘생활문화예술’의 가치를 실현하는 곳이다. 성주군 금수면 광산리에 자리한 금수강산문화마을은 1999년 문을 닫은 금수초등학교(1935~1999)를 리모델링해 만든 문화예술 공간이다.

공간 조성 시기는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성주군, 성주교육지원청은 지역문화의 확대와 보급을 위해 폐교된 금수초교를 새단장해 예술인들에게 제공키로 한다. 풀뿌리 창작스튜디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금수강산문화마을은 주민과 학생들의 문화체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금수강산문화마을에는 연극, 문학, 풍물, 회화, 도예, 무용 등의 분야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또 지역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학생, 주민들의 문화체험 활동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대학생들의 연극 활동과 풍물놀이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을 주축으로 풍물동아리를 만들어 성주군의 풍물 문화를 정착시키는 등 예술마을 조성의 취지를 오롯이 실현했다. 또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름·겨울방학 동안 동아리 연수를 진행해 문화 소통과 청소년들의 건전한 정서 함양에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주민들이 참여하는 동아리만 해도 총 10개다. 민화동아리, 석고방향제동아리, 3D프린터동아리, 펠트지공예동아리, 컷아웃애니메이션동아리, 설치미술·협동화 그리기동아리, 사진동아리, 합창단동아리, 통기타동아리, 우쿠렐레·하모니카동아리 등이 구성돼 주민들에게 문화적 감수성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경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로 지정돼 예술 강사 200여 명을 경북 곳곳에 파견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생활문화센터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금수강산문화마을은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활동 거점 역할을 하는 한편 농어촌 거점 인성학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 천혜의 환경과 순수한 인심…마을공동체로 승화

벚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이곳은 더욱 매력적인 곳으로 바뀐다. 국도 30호선 도로변에 있어 봄철 만개한 벚꽃 밑의 붉은 꽃잔디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지나는 사람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다.

도로변 운동장의 끝자락을 감싸고 있는 고목은 100년의 세월이 넘은 듯하다. 담장을 허문 곳에 자리한 이 고목들은 담벼락을 대신하고 있다. 한눈에 봐도 한 아름이 넘을 듯한 굵은 벚나무와 단풍나무 10여 그루가 이곳의 지나온 역사를 감싸 안은 채 자리 잡고 있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그늘, 가을에는 단풍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길 수밖에 없는 천혜의 환경이다.

주변의 경치도 소박하고 정겹다. 정남향인 데다 옛날 학교 터였던 곳이라서 앞으로는 시야가 확 트여 심리적 청량감을 준다. 인근에는 집 몇 채와 밭이 전부인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교정에서 바라보면 멀리 펼쳐진 산들이 마치 아름다운 한 폭의 병풍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주민들은 100여 가구로 벼농사와 버섯, 배농사를 주로 짓는다. 금수강산문화마을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은 주민들과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해마다 금수풍년기원제, 총동창회, 마을잔치, 성주군민 한마당, 동지에서 대보름까지 이어지는 겨울민속축제 등을 함께 하며 마을공동체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최재우 금수강산문화마을 촌장은 “대구현대미술가협회장을 지낸 화가 정태경씨와 노병열씨, 연극인 김헌근씨, 작가 이은재씨 등이 이곳 금수강산문화마을에서 창작활동을 했다. 조선 중기의 문신 한강 정구 선생이 남긴 ‘무흘구곡’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도 해서 인근의 자연경관이 매우 탁월하다”며 “주민들의 인심이 워낙 좋아 어머니의 품같은, 그야말로 아늑한 예술촌”이라고 마을을 설명했다.

글=추홍식·남승렬기자

사진=전영호기자

가야산
가야산

◇ 가야산

성주의 남서쪽 경계지역에 있는 산으로 경남 합천군, 거창군, 경북 성주군에 걸쳐있는 명산이다.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주봉인 칠불봉 (1천433m)과 우두봉, 남산, 단지봉, 남산제1봉, 매화산 등 1천m 내외의 연봉과 능선이 둘러 있다. 예로부터 ‘조선팔경’의 하나로 알려진 가야산은 산세가 변화무쌍하게 펼쳐진다. 성주 수륜면에서 가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도로를 따라가면 검붉은 기암절벽이 하늘을 찌르는 장쾌한 광경이 펼쳐진다.

성밖숲

◇ 경산리 성밖숲

성주읍의 서쪽으로 흐르는 하천인 이천변에 조성된 마을숲으로 천연기념물 제403호로 지정됐다. 현재 숲에는 수령 약 300~5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왕버들 55그루가 자라고 있다. 성밖숲은 조선시대 성주읍성의 서문 밖에 만들어진 인공림으로 풍수지리설에 의한 비보임수(裨補林藪)인 동시에 하천의 범람으로 인한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 조성된 수해방비림이기도 하다. 예전부터 주민들의 이용을 전제로 조성된 마을숲으로서 전통도시의 마을공원 역할을 했다.

◇ 성주향교 대성전 및 명륜당

조선 태조 7년(1398) 서울에 성균관, 지방에 향교를 세울 때 건립된 성주향교의 중심건물로서 공자와 성현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大成殿)과 강학(講學)을 위한 공간인 명륜당(明倫堂)이다. 향교는 일반적으로 선현의 배향 공간을 우위에 두기 위해 평지에서는 대성전을 앞에, 명륜당을 뒤에 두며, 구릉지에는 대성전을 높은 곳에, 명륜당을 낮은 곳에 배치하나 성주향교는 앞에서 볼 때 담을 사이에 두고 대성전이 우측에 자리하고 좌측에 명륜당이 위치하는 우묘좌학(右廟左學)의 보기 드문 배치 방법을 취하고 있다.

◇ 포천계곡

포천계곡은 가야산의 여러 계곡 중 대표적인 명소로서 물이 맑고, 풍부할 뿐만 아니라 웅장하고 힘찬 가야산 전경과 어우러져 옛 성주 선비들이 심신과 학문을 도야하는 장으로 삼았던 곳이다.

조선후기 문신이자 당대 최고의 선비였던 응와 이원조 선생이 만년을 보낸 만귀정이 상류에 있으며, 만귀정 옆에는 규모는 작지만 세찬 기운으로 떨어지는 폭포수는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약 7km에 이어지는 계곡은 우거진 숲과 어울려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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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 초기에는 주민들이 예술하는 외지인을 곱게 봐주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금수초등학교의 명예졸업생으로 인정해줘 이제는 이곳 광산1리 사람이 다 됐습니다. 금수강산문화마을에서 지내면서 ‘금수초등학교 명예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을 단 것이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을 느끼는 일입니다.”

최재우(59·사진) 금수강산문화마을 촌장은 성주가 고향은 아니다. 2000년 금수문화예술마을이 생기면서 성주에 터를 잡은 ‘귀농인’으로 이제는 성주 사람이 다 됐다고 했다.

최 촌장은 연극 연출가다. 대구의 유명한 극단 ‘예술마당 솔’ 등에서 활동하며 숱한 작품을 무대에 올린 그는 1999년께 당시 폐교였던 금수초교를 방문하고 주위의 풍경에 매료돼 이 곳에 이주할 것을 결심했다.

이듬해 때마침 성주군이 폐교된 금수초교를 살려 창작스튜디오를 만들고 문화예술마을로 조성하자 성주에 본격적으로 정착해 창작활동을 진행했다.

최 촌장은 “정착 초기 처음엔 주민들이 경계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지만, 풍물패 공연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활동을 함께 하면서 이제는 형님, 동생하는 막역한 사이가 됐다”며 “주민들과의 교감의 장을 마련해 준 금수문화예술마을이 앞으로도 더욱 많은 예술 장르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더욱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곳은 물이 금처럼 좋은 곳이죠. 주변에 성주호와 독용산성자연휴양림 등의 관광지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며 “금수면 일대를 성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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