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화려하게” vs “밥값도 부담”…엇갈린 백세인생
“인생 2막 화려하게” vs “밥값도 부담”…엇갈린 백세인생
  • 김지홍
  • 승인 2017.09.0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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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삶의 보상 찾는 시니어들
60대 이상 자유여행 5년새 4배↑
미용·건강·패션 등에 과감히 투자
유통·미용업계 ‘큰 손’ 자리매김
중·장년층 겨냥 매장·강좌 잇따라
“움직이면 돈”…움츠러든 시니어들
차비 부담 없는 지하철 타고 외출
2천~3천원짜리 국수로 식사 해결
전기료 부담에 복지관서 냉·난방
동료들과 TV 시청하며 잡답 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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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대구점 3층 ‘하이모 레이디’ 매장에서 젊은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올 가을 유행하는 헤어스타일 가발을 추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백세인생’의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5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8월 말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17년 만에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725만7천288명이다. 전체 인구(5175만3천820명)의 14.02%다. UN(국제연합)은 14%를 넘으면 고령사회로,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선 문화 생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잘 사는 계층과 못 사는 계층의 소득 격차가 커지면서 소비 시장의 분위기도 극과 극을 보이고 있다. 대구 지역 중·장년층의 모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1. 대구 수성구에 사는 김춘자(64·가명) 할머니는 지난달 남편과 3박 5일 동안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다. 벌써 동남아만 세 번째 다녀왔다. 이달 들어 친구들과 함께 요가 학원 수업도 끊었다. 할머니는 “오랜 직장 생활 뒤에 찾아온 여유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 나이가 들면 더 건강하게 즐겁게 생활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무엇보다 손자·손녀에게 멋진 할머니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 이훈삼(65·가명·대구 동구) 할아버지는 평일 오전 10시가 되면 나갈 채비를 한다. 양복 바지를 입고 모시로 짠 모자를 쓴다. 지팡이도 잊지 않는다. 벌써 20년이 된 옷과 액세서리다. 한껏 멋 부린 할아버지가 향하는 곳은 마을 복지관이다. 할아버지는 “집에서 선풍기로 의지하긴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웠다. 전기료도 감당 안 되고. 복지관에 오면 여름에는 에어컨이, 겨울에는 보일러가 빵빵해서 계절을 잊을만큼 너무 좋다”며 “여기서 하루 종일 동료들과 잡담하고 TV 시청이나 바둑을 둔다. 점심은 주변 시장에서 2천원짜리 국수로 때운다”고 말했다.

◇장밋빛 100세 인생

최근 경제계에선 은퇴 후에도 소비 여력을 지닌 ‘백금(白金)세대’와 능동적이고 도전적인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떠올랐다. 주로 외모·패션·건강 관리 등에 돈을 아끼지 않고, 아직 온라인 쇼핑에 대한 믿음이 낮아 직접 물건을 보고 사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따르면 지난해 중·장년층 고객이 가장 많이 산 제품은 △명품 의류 △명품 시계 △기초 화장품 △대형 가전 △패션 의류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들은 화려한 색상과 디자인 패션을 선호한다.

옷을 입었을 때도 착용감과 활동성이 좋은 핏을 주로 선택한다. 대구점 3층 여성패션 전문관의 대표 시니어 브랜드 프리밸런스의 경우 재킷 30~40만원대, 블라우스 10~20만원대가 시니어들에게 인기를 끈다.

중·장년층은 등산·헬스·요가 등 스포츠용품에도 관심이 많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이 지난 한 해 동안 스포츠 상품군 구매객단가를 비교해보니 50대 이상 구매객단가가 30대 고객을 넘어섰다. 스포츠 의류매출은 15%나 늘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최근 시니어들은 노인 전용 상품이라는 개념을 꺼리고 10~20살 정도 젊은 현대적 감각을 살린 스타일링 상품을 구매하는 편”이라며 “50~60대 이상 골든 에이지층 수요가 늘어나 유통업계에서도 까다로운 상품 선택과 진열에 신경쓴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백금세대를 위해 매장 구성과 동선도 바꾸기도 한다. 토탈 헬스케어브랜드 바디프랜드, 여성 전용 가발 브랜드 하이모레이디 등 헬스케어·미용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매장 내 안마 의자와 발 마사지 기기, 손목 보호 장비 등을 설치해 무료 체험 기회도 늘렸다.

화장품도 남성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선보인다. LG생활건강의 한방화장품 후 브랜드에선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은 남성 시니어를 위한 군자양 2종을, 글로벌 브랜드 시세이도에선 남성 전용 아이크림 시세이도 맨 토탈리바이탈라이저 아이를 소개한다. 이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문화센터도 우아한 셀프 뷰티 관리·노후대비 재테크·부동산 미래시장 등의 주제로 시니어 관련 강좌를 20% 이상 늘렸다. 김정은 롯데문화센터 실장은 “과거와 달리 요즘 노년층은 미용·여행·운동 등 자신을 가꾸는 분야의 강좌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여행 코스도 패키지 관광에서 ‘배낭족’도 늘고 있다. 국내 한 여행사에 따르면 자유여행을 다녀온 60대 이상 여행객은 지난 2012년 4천500명에서 지난해 1만8천명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시니어 배낭족이 정보를 교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5060 해외 배낭여행’의 회원 수도 3천명이 넘는다.

◇빛바랜 노후 준비

반면 문화 생활은 중·장년층의 자산에 따라 엇갈린다.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2016년 기준 46.5%다. 전년보다 1.7%p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60세 이상 1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이 67.1%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문화 생활에도 온도차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가처분소득 기준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약 89만원이다. 최고 계층인 10분위와 1분위의 격차는 10배 이상이다. 보유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을 놓고 보면 10분위의 순자산 점유율은 40.97%로 1분위(0.22%)의 186배에 달한다.

대구의 한 노인복지기관 관계자는 “노인 승차비가 무료인 지하철을 타고 가까운 곳에 놀러가 3천원짜리 칼국수를 먹고 하루를 보내는 시니어가 있는 반면 백화점 등을 주로 다니면서 값비싼 옷을 사입고 풍족한 여가 생활을 하는 시니어가 있다”며 “예전에는 아주 일부 상위층 외에 모두가 비슷한 노후 전원 생활을 보냈다면 현재는 다양해지고 보편화된 문화 생활로 오히려 극과 극 소비 패턴을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노후를 대비한 금융 상품도 연금 중심으로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의 웰리치100 연금통장은 연금을 받는 고객을 대상으로 통장에 들어오는 연금액이 100만원 이하일 경우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액수가 50만원 이하면 연 1.0%, 100만원 이하면 연 1.5%를 제공한다.

고객에겐 무료로 헬스케어 서비스, 온천무료이용권 2매와 보이스피싱 보상 보험도 제공한다. IBK기업은행의 IBK연금플러스통장은 은퇴 후 소득 공백기를 대비해 목돈을 매달 연금처럼 나눠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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