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승객 서로 뒤엉켜...추락현장 아비규환
"친구들과 온천여행길이 마지막 될줄이야..."
<경주 관광버스 참사 현장>
16일 오후 14명이 사망하는 등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주시 현곡면 남사리 남사재 관광버스 탑승 승객들은 경주 동국대병원, 굿모닝병원, 현대병원, 동산병원 등으로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친구들과 온천여행길이 마지막 될줄이야..."
<경주 관광버스 참사 현장>
이날 청천벽력같은 사고 소식을 접한 가족들은 놀란 가슴을 부여안고 부모의 안전을 확인하느라 우왕좌왕했다.
사고를 당한 노인들은 경주시 황성동 한 경로당에서 만난 지인들로 영천에 온천을 갔다가 칼국수를 먹고 경주로 돌아오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8시께 동국대병원에서 만난 황성동 이모(45)씨는 “어머니가 경로당 친구들과 온천여행을 다녀온다고 갔다는데 생사를 확인치 못해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은 병원을 찾아다니는 중”이라고 울먹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송한 17명 중 8명이 사망한 경주 동국대 병원에는 이날 밤 가족들의 통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부상자 가족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대부분 연로해 밤 사이 상태가 어떨지 알 수가 없는 것 아니냐”며 긴장을 풀지 못했다. 사고 현장은 그야말로 쑥대밭은 연상케 했다.
한편 남사재의 정점을 넘어 경주로 들어오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 길이다. 40도 경사 낭떠러지 20여m 아래로 떨어진 버스는 구르다가 나무에 걸렸으며 이 과정에서 대부분 70~80대의 노인들이었던 승객들은 뒤엉켰다.
버스가 떨어지면서 충격으로 절벽 나무 10여 그루가 뿌리째 뽑혀 넘어졌고 버스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졌다.
버스 주변에는 옷가지와 손가방 등 승객들의 소지품이 흩어져 있었으며 깨진 유리가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사고 당시 참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한 구조대원은 “버스가 절벽으로 몇바퀴는 구른 것 같다”면서 “버스가 심하게 찌그러지고 내부 좌석도 뜯겨져 구조에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인근 마을 주민은 “이 도로는 가파른데다 꼬불꼬불해 평소에도 위험한 구간이었다”면서 “절벽에 나무들이 없었으면 더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일부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구조대가 사상자를 이송하는데 사용하도록 담요 등을 가져와 구조작업을 돕기도 했다.
구조대는 버스가 나무를 버팀목으로 더 이상 아래로 추락하지 않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크레인을 동원해 고정시킨 뒤 구조작업을 벌였다.
구조대는 버스가 찌그러져 스프레더로 버스 차체를 절단하고 내부 찌그러진 부분을 펴면서 구조작업을 진행했지만 차량 내부에 끼인 부상자를 구조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구조대는 이날 사고 직후인 오후 6시께 현장에 출동해 오후 7시50분께 구조작업을 끝냈다.
경주= 이승표기자 jcl@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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