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로부터 문화재 보호한 공무원 '귀감'
화마로부터 문화재 보호한 공무원 '귀감'
  • 대구신문
  • 승인 2009.12.1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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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선도동 이찬우 담당, 선도산 산불에 성모사 소실위기 막아
공무원의 투혼이 소중한 문화재를 지켜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다.

지난 5월9일 오전 11시께 경주시 선도산(해발 390m) 서편 언저리에서 성묘객의 실수로 화재가 발생, 산 정상 삼존마애석불과 성모사(박혁거세의 어머니 신위를 모신 사당)가 위기에 처했으나 경주시 ‘선도동주민센터’에 근무하는 이찬우(42) 총무계장이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발휘, 소실의 위기를 넘겼다.

경주 선도산 정상의 삼존마애석불과 성모사 전경. 네모안은 선도동주민센터 이찬우 총무계장.

최근 이 같은 사실을 알린 선도동 주민센터 최해중 동장은 “이 계장이 화마 속에 갇혀 죽음을 무릅쓰고 문화재를 사수한 사실은 기록에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뒤늦게나마 제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불은 삽시간에 산 전체와 인근 마을까지 확산돼 경주시 공무원과 소방공무원, 군부대 인원까지 동원했으나 3일 만에야 진압했다.

불로 17만㎡에 달하는 산림이 훼손되는 등 신라인의 영혼이 서러있는 선도산이 크게 망가졌다.
이찬우 계장은 불이 난 첫날 오전 11시20분, 최 동장의 명에 따라 선도산 정상에 있는 성모사로 달려갔다.

이 계장의 임무는 암자를 관리하고 있는 두 분(노인)의 대피와 신라문화재인 마애삼존불(상), 그리고 성모사의 보호였다.

이 계장이 성모사에 도착하자 절간에 불덩이가 떨어지고 절 마당의 평상(큰 목조 탁자)이 불에 타는 등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우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 암자의 관리인들을 가까스로 대피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어 성모사와 바위에 조각된 마애삼존불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휴대폰으로 지휘부에 SOS를 보내 소방헬기의 우선 진압을 요청했다. 이 계장은 대피하지 않고 헬기기 올 때까지 양둥이에 물을 담아 암자 주위에 뿌리면서 성모사의 소실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날 성모사는 3시간 동안 이어진 헬기의 물 투척으로 가까스로 화마를 면하게 됐다. 주민들은 “산 전체가 불더미로 변했는데도 마애삼존불과 성모사가 온전한 것은 큰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계장은 “소방헬기가 한번 오는 시간이 하루 같이 길어 애가 탔다”며 “공무원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주=이승표기자 jcl@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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