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선도동 이찬우 담당, 선도산 산불에 성모사 소실위기 막아
공무원의 투혼이 소중한 문화재를 지켜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다.
지난 5월9일 오전 11시께 경주시 선도산(해발 390m) 서편 언저리에서 성묘객의 실수로 화재가 발생, 산 정상 삼존마애석불과 성모사(박혁거세의 어머니 신위를 모신 사당)가 위기에 처했으나 경주시 ‘선도동주민센터’에 근무하는 이찬우(42) 총무계장이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발휘, 소실의 위기를 넘겼다.
최근 이 같은 사실을 알린 선도동 주민센터 최해중 동장은 “이 계장이 화마 속에 갇혀 죽음을 무릅쓰고 문화재를 사수한 사실은 기록에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뒤늦게나마 제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불은 삽시간에 산 전체와 인근 마을까지 확산돼 경주시 공무원과 소방공무원, 군부대 인원까지 동원했으나 3일 만에야 진압했다.
불로 17만㎡에 달하는 산림이 훼손되는 등 신라인의 영혼이 서러있는 선도산이 크게 망가졌다.
이찬우 계장은 불이 난 첫날 오전 11시20분, 최 동장의 명에 따라 선도산 정상에 있는 성모사로 달려갔다.
이 계장의 임무는 암자를 관리하고 있는 두 분(노인)의 대피와 신라문화재인 마애삼존불(상), 그리고 성모사의 보호였다.
이 계장이 성모사에 도착하자 절간에 불덩이가 떨어지고 절 마당의 평상(큰 목조 탁자)이 불에 타는 등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우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 암자의 관리인들을 가까스로 대피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어 성모사와 바위에 조각된 마애삼존불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휴대폰으로 지휘부에 SOS를 보내 소방헬기의 우선 진압을 요청했다. 이 계장은 대피하지 않고 헬기기 올 때까지 양둥이에 물을 담아 암자 주위에 뿌리면서 성모사의 소실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날 성모사는 3시간 동안 이어진 헬기의 물 투척으로 가까스로 화마를 면하게 됐다. 주민들은 “산 전체가 불더미로 변했는데도 마애삼존불과 성모사가 온전한 것은 큰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계장은 “소방헬기가 한번 오는 시간이 하루 같이 길어 애가 탔다”며 “공무원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주=이승표기자 jcl@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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