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쓴 인생
가면 쓴 인생
  • 승인 2017.09.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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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너의 정체가 무엇이냐?

첩보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이 말이 한 경건한 원로 목사의 편지에 등장하여 그 진위여부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논란이 된 이유는 그 편지의 수신자가 그의 후임 목사였기 때문이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회의 원로 목사가 그의 후임 목사에게 ‘너의 정체가 무엇이냐’고 물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은 오늘 한국 교회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그 원로 목사가 후임 목사를 향해 안타깝게 물어야 했던 ‘너의 정체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은 오늘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 보아야 할 매우 엄중한 것이다. 그 질문은 이 시대에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를 향한다. 그 화살은 먼저 돈과 성 문제로 종교의 신성함을 더럽히는 종교인들을 향한다. 현재 우리가 몸담고 있는 종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 못지않게 돈의 힘에 좌우되고 있다. 또 일반인들 못지않게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직자들의 성적 이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치계에도 ‘당신의 정체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화살이 되어 날아간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날아간 이 화살은 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고 심지어 현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을 향하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구약시대에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의 제물은 동물이었다. 동물 중에서도 야생동물은 제물이 되지 못했고 소와 양 그리고 염소 같은 가축만이 제물로 드려졌다. 그것은 반복적인 제사를 위한 방편이거나 흠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러나 제사를 드리는 사람과 한 집에서 일상을 함께 한 동물만이 그 사람을 대신하는 제물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시사하고 있다.

이때 제물의 피가 제단에 뿌려지고 각이 뜨여져서 머리와 뼈와 고기와 내장이 불에 태워지게 될 때 유일하게 남는 것은 그 동물의 가죽, 껍데기이다. 불태워지는 제물의 향기를 하나님이 기뻐 받으시는 것이 제사의 완성이라면 남겨진 제물의 가죽 곧 동물의 껍데기는 하나님이 받지 않으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보여 준다.

이것은 가면 쓰고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엄중한 경책이 되는 교훈이다. 이런 저런 가면을 쓰고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지만 제사에 드려지는 동물의 가죽이 벗기듯이 언제가 그 가면을 벗어야 할 날이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쓰고 있는 가면을 벗고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실체를 오롯이 드러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인 것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공방이 오고 가다가 결국 본인의 사과로 마무리된 박 모씨의 경우도 가면을 쓴 우리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주식 투자로 번 돈을 사회 여러 곳에 기부함으로 알려진 그의 선행은 그동안 많은 이들에게 큰 도전이 되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그마저도 가면을 쓰고 있음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었다. 어찌 그만을 탓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쓰고 있는 가면은 그가 쓴 얇은 가면에 비해 훨씬 더 뚜꺼운 것임을 알고 있기에 우리 스스로를 돌아 볼 기회로 삼을 뿐이다.

이제 가을이다. 추석이 다가 온다. 동물은 자기 몸을 드린 희생 제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나무는 맺은 열매를 통하여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다. 우리는 무엇으로 그를 기쁘시게 할 것인가? 가면을 벗은 우리의 삶이야말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산 제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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