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 <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 <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
  • 승인 2017.09.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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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수영을 다니기 시작했다. 발차기 초급반만 벌써 세 번째다. 이번에는 끝까지 도전해 보리라! 다짐하며 시작한 아침 수영. 아침반은 주로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많이 오는데 60중반을 넘으신 듯 한 아주머니(?) 두 분이 오신다. 코치가 열심히 발차기와 호흡을 가르쳐 주지만 역시 나이가 있으셔서인지 학습이 느리다.

속도가 느린 다른 수강생들도 있지만 아주머니 두 분 덕에 더 기다려야 하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 이 두 분은 특징이 있다. 첫째, 옆 사람에 관심이 많으신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말을 잘 거신다. 혼자 묻고 혼자 답하실 때도 있다. 둘째, 말을 잘 건네는 것은 물론이고 앞사람에게 장난도 잘 걸고, 꼬인 수영복 끈도 잘 풀어 주시는 자연스런 스킨십 스킬도 좋으시다. 셋째, 두 분 다 코치가 출석을 부를 때 제때 대답을 잘 안 하신다. 청력이 안 좋으신 것 보다 딴 데 신경을 쓰고 집중을 안 하시는 듯하다. 총체적으로 수선스럽고 간섭하기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며 웬만하면 멀찌감치 떨어져 오로지 수영 연습에 전념한다.

수영은 항상 옆 사람과 손을 잡고 코치의 마지막 인사를 듣고 나서 ‘화이팅!’을 외치면 끝이 난다. 오늘 우연히 아주머니 옆에 서게 되었는데 이 분이 코치가 끝 인사를 하는 동안 아주 정감 있게 내 손 마디를 꾹꾹 눌러 주시는 게 아닌가? 워드에, 스마트폰에 시달리는 내 손마디가 아주 시원하고 따뜻한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감동이었다. 순간 엄마의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아주머니들에 대한 몇 가지 오해가 이해로 다가왔다. ‘간섭이 심해’가 ‘인정이 넘쳐!’로 바뀌었다.

몇 주 전 소개 해 드린 그림책 <오른발, 왼발>의 작가 토미 드 파올라의 <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토미에게는 사랑하는 할머니가 두 분 계신다. 할머니와 증조할머니. 토미네 가족은 매주 일요일 오후마다 할머니 댁을 방문하곤 하는데 토미는 위층에 누워 계시는 할머니를 ‘위층할머니’, 아래층에 일 하시는 할머니를 ‘아래층 할머니’라고 부른다. 위층 증조할머니는 아흔네 살로 편찮으시다. 그래서 아래층 할머니가 머리 빗는 것에서부터 음식 드시는 것 까지 챙겨드려야 한다. 위층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 편찮으시긴 하지만 토미가 놀러 가면 사탕을 나눠 먹으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어느 날 아침 엄마로부터 위층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책은 두 분의 할머니를 중심으로 한 잔잔한 에피소드를 통해 따뜻한 가족애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책이다. 또한 어린 토미는 어른이 되고 아래층 할머니는 위층 할머니가 되어 침대에 눕게 되는 것을 보여주는데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어 늙고 또 어린 생명은 어른으로 성장하여 세대교체 됨을 어린독자에게 알게 한다. 이렇게 가족이 배려하고 사랑하고 서로 지지하며 아름답게 세대교체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연로한 부모님이 병이 들면 당연한 코스로 가족의 손을 떠나 요양시설이나 병원으로 모셔지는 보편화된 우리 사회 문화를 볼 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국가적이든 민간차원에서든 노인 건강에 대한 관리와 좀 더 정서적이고 안정적인 요양 방법들은 없는지 묘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한편, 수영장에서 만난 두 분과 같은 나이 드신 아주머니가 우리 주변에 많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라는 생각이다. 두 아주머니들은 아마 어디서든 아이에서부터 까칠한 청소년, 청년, 철없는 새댁들도 가만히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당연히 말을 걸 것이고, 간섭할 것이고, 멋쩍어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따뜻한 위로가 되는 스킨십 기술을 발휘할 것이며, 더운 날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서슴없이 부채질을 해 줄 분들이기 때문이다.

노인이라고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의 가치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 남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이 가치 있는 것이다. 단, 나의 가치를 내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 가치를 서로가 알고 인정할 때, 우리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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