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혼(商魂)의 상혼(傷魂)
상혼(商魂)의 상혼(傷魂)
  • 승인 2017.10.0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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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노래방만 스무 해가 넘도록 운영해 온 할머니가 한숨을 쉰다. 불경기란다. 언제는 호경기를 체감한 기억이 크게 있었겠냐만, 요즘은 전반적으로 기나긴 ‘황금연휴’가 일반 음식점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에게는 큰 걱정거리다. 추석 연휴가 여건에 따라 개별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최소 일주일 이상이다. 하지만, 동네 밥집은 하루에서 이틀을 쉬는 예년의 연휴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 모양이다. 하긴 어쩌겠는가. 중국이 사드(THAAD) 국내 배치를 이유로 무역보복을 비롯한 현지 유통업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은 최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물론 해외여행 관련업체는 이번 같은 기회에 특수를 노려야 함은 당연할 수 있다. 씁쓸한 일이다.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우산과 나막신을 파는 두 아들을 둔 어머니의 우화가 생각난다. 비가 오면 나막신이, 맑은 날엔 우산이 팔리지 않아서 결국 두 아들로 인한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하물며 대한민국의 경제를 걱정해야 하는 당국의 걱정이야 오죽할까 싶다.

이윤을 남기고자 하는 상인들의 마음을 상혼(商魂)이라고 한다. 상인들의 영업 목적은 이익을 추구하는 데 있고, 그 가운데 상인들 간의 도리, 즉 상도(商道)를 지켜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부메랑처럼 스스로를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상도를 지키고자 하면 본인이 살아남을 수 없고, 지키지 않으면 위법 행위로 인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서비스업종이 그러하다. 특히 ‘흥(興)’과 관련된 업종일수록 그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본디 흥에 겨운 민족이다. 이렇듯 음악은 우리 민족에게 흥(興)이었고 한(恨)이었다.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가요는 급속하게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지금도 동네마다 노래방이나 유사업종은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음주(飮酒)와 가무(歌舞)는 엄연히 구분된다. 술을 마시는 곳에서는 술만 마실 일이고, 노래를 부르는 곳에선 노래만 부르면 되고, 춤을 출 수 있는 곳에서는 춤만 추면된다. 문제는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유기적인 조합이라는 거다. 음주가무를 한 데 엮을 수만 있다면 최고의 여흥을 즐길 수 있는데, 그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쉽지 않다. 여기에서 서비스 업종의 상혼이 깃든다. 원칙적으로 노래방에서 술을 파는 것은 불법이다. 유흥이나 단란주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허가를 받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주변 환경이나 건물의 용도 등에 따라 쉽게 허가를 받을 수는 없다. 그런데 노래방을 가서 술을 주문해 보면, 불법이기 때문에 팔 수 없다고 하는 곳을 단 한군데도 본 적이 없다. 하물며 처벌을 받은 바 있는 노래방도 또 이런 식의 위법행위를 하는 경우도 많다. 왜일까. 노래방 사용료만으로는 수익이 미비할 뿐만 아니라 더 큰 이유는 손님들이 ‘술을 파는 노래방’을 찾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단속을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단란주점이나 유흥주점의 업주들이 영업에 타격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이 신고를 하면 관할 구청에서 단속을 나서곤 하는데, 실질적으로 그들조차도 노래방에서 술을 팔고 있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노래방은 공공연하게 술을 팔고 속칭 ‘도우미’로 불리는 접대부까지 외부에서 불러 주는 서비스를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이 노래방업주에게 경고하고 싶은 것은 정작 술을 파는 대목보다 ‘도우미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받는 영업적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리라.

법(法)은 물 수(水)변에 갈 거(去)가 조합된 한자어다. 자연스러워야 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법을 거의 대다수가 지키지 않고 있다. 자연스럽지 않다. 지금은 대부분 사라진 라이브카페라는 곳도 한 때 유행했지만, 이곳도 법적으로 손님이 노래를 부를 수는 없다. 흥에 겨운 손님이 무대로 뛰어 올라와 부르겠다는데, 업주가 무슨 수로 만취한 고객을 만류할 수 있겠는가. 단속인원의 절대부족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이미 업주와 손님이 뻔히 알고는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법은 쓸모가 없다. 이는 단속을 나서는 관할 공무원들을 탓할 필요도 없고 굳이 책임을 묻자면 억지를 부리는 고객에게 그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여태까지 허가를 받는 기준이 무엇이 되었건 한시적으로 이들 사업장에게 주점 허가를 낼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유사업종, 이를테면 노래방, 주점, 라이브카페 등에 대해 기존의 업소들은 적법의 범위를 넓혀 당당하게 적당한 세금을 내고 영업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건전업소와 청소년 유해업소를 구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유해업소를 음지로 몰아낸다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사업장의 폐쇄가 아니라 음성적인 불법 영업밖에는 없다. 이는 국가적으로 큰 손실일 뿐만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도 부도덕한 업주로서의 오명을 굴레처럼 쓰고 살아가야 한다. 더 이상 적법성의 명분을 두고 탁상공론(卓上空論)의 행보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소규모 상인들의 일제단속으로 공권력을 행사하기 전에 대기업의 부정과 부패의 적폐(積弊)부터 해결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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