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절대 소독하지 마라
상처, 절대 소독하지 마라
  • 승인 2017.10.0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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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둥 마크원외과 원장
혹시 “상처는 절대로 소독하지마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이 말의 의미를 풀어 나가면 화상을 비롯한 최신 상처치료의 개념을 보다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피부에 발생한 상처, 즉 ‘보호막의 파괴’가 발생하면 크게 네 가지 단계를 거쳐서 치유하려고 반응합니다.

우선 의학적 견지에서 피부 조직의 파괴는 곧 ‘외부 환경에의 무방비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 파괴된 부분을 통하여 수많은 외부 세균과 이물질이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상처’가 발생하면 우리 몸은 매우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피가 나고 통증이 발생하는 등의 현상은 “무방비 상태가 발생한 곳이 있으니 빨리 조치하라!” 는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일종의 방어기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지혈’ (발생 직후부터 상처 상태에 따라서 약 60여 분간), 두 번째 단계는 ‘염증’ (발생 후 30여분 이후부터 약 3일간), 세 번째 단계는 ‘증식’ (발생 후 1일 뒤부터 최장 2주간), 네 번째 단계는 ‘재구성’ (발생 후 2주 뒤부터 최장 2년!!까지) 입니다.

우선 출혈을 멈추게 하는 혈소판과 지혈요소들이 상처 부위에 몰려들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염증 현상이 일어나는데 여기서 말하는 염증이란 세균 등에 의한 감염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염증반응’을 의미합니다. 백혈구, 대식세포 등을 비롯한 많은 ‘항생’ 구성원들과 상처에 보호막을 만들어주는 성분들이 몰려드는 단계입니다. 상처가 발생하고 난 직후 확인 할 수 있는 ‘진물’안에 그 성분들이 풍부하게 들어있지요. 그리고 증식은 말 그대로 상처가 아무는 단계라고 볼수 있습니다. 새로운 피부조직이 재생되는 단계이지요. 그리고 마지막 단계가 ‘재구성’입니다. 이미 치유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 몸은 한 번 다친 부위는 더 ‘단단하게’ 만들려고 하는 본성이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흉터가 점점 더 커지거나 단단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러면 처음 제가 왜 “상처 절대로 소독하지 마라”를 강조 했을까요? 바로 “염증기”와 “증식기”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19세기 말 파스퇴르, 코흐가 세균의 존재를 증명하면서 인류는 세균을 죽이기 위한 방법에 골몰합니다. 상처부위로 세균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요. 이 후 초기 상처 치료 개념은 상처를 ‘말리는’ 것과 소독약으로 세균을 ‘죽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서, 소독약의 부작용, 즉 우리 몸에 이로운 균이나 세포조차도 소독약으로 인해 사라지면 그 빈자리를 오히려 나쁜 균들이 차지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현대 의학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상처를 반드시 소독할 필요는 없으며 깨끗하게만 유지해주면 된다. △소독하고 건조시키면 딱지가 생기고 피부에 흉터가 오히려 더 많이 남는다. △상처 부위를 보호하고 촉촉하게 유지시켜주면 통증과 후유증 없이 더 빨리 낫는다.

화상이든 찰과상이든 습윤 드레싱이 반드시 필요하단 점은 앞선 설명으로 이제 이해하셨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화상을 입은 부위는 “외부 환경에 완전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폭 1mm정도에 5cm 길이로 째진 상처에는 난리법석이다가도, 폭 30mm에 5cm 길이로 화상을 입은 경우에는 무감각한 분들이 많습니다. 딱 30배의 넓이가 외부환경에 노출 된 것인데도 말이지요. 그리고 화상은 그 깊이에 따라 아주 다른 예후를 보입니다.

우리 피부는 크게 표피와 진피 두 층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도 화상은 표피만 일부 손상 된 경우, 2도 화상은 표피 전층이 완전히 손상됨을 의미하는 표재성 2도 화상과 그 밑의 진피 깊이까지 손상되면 심재성 2도 화상으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3도 화상은 진피 전체 층이 죽어버린 경우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깊이의 차이는 화상을 입은 직후에는 사실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벌겋기만 해서 1도 화상처럼 보이다가 하루 이틀 지나면서 물집이 생기고 상처가 더 깊어지는 현상을 보일 때가 많은데 이것을 ‘변환기’ 혹은 ‘이환기’라고 부릅니다. 화상의 원인에 따라 이러한 변환기의 과정도 제각각입니다. 어쨌든 화상 상처의 회복과 장기적인 흉터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이러한 화상 깊이의 차이입니다.

바꿔 말하면 손상의 깊이를 줄일수록 예후도 양호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화상을 입었을 때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응급처치는 그 원인에 반대되는 행위를 그 자리에서 가능하면 ‘빨리’ 시행하는 것입니다. 뜨거워서 생긴 화상이라면 식혀주어야 하며(흐르는 수돗물에 10여 분간 노출 시켜주기) 산이나 염기에 의한 화상은 그 원인 물질을 충분히 제거해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변환기’를 통한 화상의 심화를 그나마 최소화 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알로에, 소주 따위는 바르지 마세요. 약해진 피부 층을 통해서 세균과 이물질이 침투하여 도리어 감염이 조장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응급 처치 다음에는 진단과 치료 경험이 풍부한 외과 전문의를 가능하면 빨리 찾으셔서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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