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명展, 내년 1월 7일까지 대구미술관
홍순명展, 내년 1월 7일까지 대구미술관
  • 황인옥
  • 승인 2017.10.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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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 오브제는 무엇을 말하나
보도사진 주인공 제외한 풍경
수백개로 나눠 캔버스에 그려
“이면까지 전달하고 싶었다”
세월호 헌정작도 제작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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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명 작가. 대구미술관 제공

프랑스 파리에서 14년을 살면서 일상적으로 좌절을 경험했다. 화려한 도시 파리의 주인공은 언제나 앵글로색슨족이었고, 동양인 남자는 주변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즈음 주변인 홍순명이 주변에 곁을 주기 시작했고, 주변이 작업의 중심로 부각했다.

“중심에서 비껴나 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옆을 어떻게 하면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죠. 어쩌면 그 옆(주변)이 이방인이었던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첫 대상은 관광지 사진이었다. 세계 최대 관광지인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사진을 검색해서 잔디밭이나 계단 등의 에펠탑 주변 대상을 그렸다. 하지만 온·오프라인에서 검색되는 관광지 사진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이후 보도사진으로 대상을 옮아갔다.

“사건 현장의 보도사진은 무궁무진하니까요.”

보도사진의 주변을 부각한데는 단순 정보 전달 이상의 의미가 부여됐다. 주변을 통해 그 이면에 숨은 진실까지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

“보도사진은 강렬한 주제의식을 전달하죠. 하지만 저는 그 주변을 통해 주제 이면에 가려진 ‘향기’까지 전달하고 싶었어요.”

입체설치 작업도 그 연장선에 있다. 우리사회의 각종 사고현장을 돌아보고 그 주변부에 방치된 물건이나 자연물을 오브제로 선택해 입체로 구현하며 사고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입체설치작업의 시작점은 노량진 재개발 현장이었다. 이후 밀양 송전탑 건설현장과 세월호 현장 등으로 확장됐다.

“세월호 사고 현장의 주변에 있는 오브제는 진실을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진들 중에서 보도사진을 선택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부각, 또는 재조명에 대한 의지가 반영됐음직하다. 하지만 홍순명은 애당초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그의 주제는 오직 주변부에만 한정됐다. 하지만 의도하든, 의도치않든 주제의식이 강한 보도사진은 사건에 대한 작가적 발언으로 인식될 수 있다. 홍순명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주변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보도사진을 선택했다”면서도 “작업이 계속되면서 사건에 관심을 가지는 한 개인으로 변화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우리사회의 결정권을 가진 책임있는 세대로써 ‘우리가 세월호 사고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홍순명은 보도사진을 수백개로 분절해 각각의 캔버스에 구현해 전체로 통합한다. 대신 각각의 캔버스 사이즈는 1호에서 변형7호 사이로 아주 작다. 가격이 비싼 대형 캔버스의 비용 문제와 운반의 어려움 등의 경제적인 이유에서 선택한 사이즈지만 이제는 홍순명 회화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됐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의 평면에 구현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에요.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는 작가에게 영원한 숙제지만 저는 여러조각으로 분절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만 표현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제17회 이인성 미술상 수상자로 대구미술관에서 전시를 시작한 홍순명은 이번 전시를 보도사진의 주변 풍경을 작은 캔버스 2,200여개에 그린 ‘사이드 스케이프(Side scape)’, 입체작품 ‘메모리 스케이프(Memory scape)’, 세월호 사고를 다룬 ‘사소한 기념비(Ordinary Momument)’ 등으로 구성했다.

여기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에 종사했던 영국의 대표적인 제국주의자 ‘세실 로즈’, ‘4대강’ 등 어두운 실상의 단편들을 장밋빛으로 슬프도록 화려하게 표현한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을 추가해 총 4가지 주제로 최근 10년 간의 주요 연작 100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한 명이 통유리로 되어 자연빛이 들어오는 3전시실에 구현한 ‘사소한 기념비’ 연작은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헌정작이다.

이 전시의 한 축인 입체설치 작품은 세월호 사건 현장인 팽목항에서 수집한 사물들을 투명 랩으로 감은 오브제로 공기방울로 올라오는 희생자들의 마지막 호흡과 투명하게 응집된 분노, 추모의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또 다른 회화 작품은 세월호 보도사진을 희생자 숫자와 동일한 304개로 파편처럼 분절해 그린후 전체로 통합한다. “대구미술관 3전시실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이 방을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헌정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홍순명은 부산대 미술교육학과와 프랑스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판화과를 졸업했다. 그런 그의 ‘아티스트 토크’는 오는 11월4일 오후 3시 진행되며 전시는 2018년 1월7일까지다. 053-803-79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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