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속의 관심
무관심 속의 관심
  • 승인 2017.10.1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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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방자치
연구소장
가을바람에 철거되지 않은 추석인사 현수막이 몰골스럽게 나부끼고 있다. 정치인들이 내붙인 것들이다.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시의원, 구의원 등 정치로 먹고사는 사람이 하는 짓이라고 치부하면 그만인데도 겉치례성 인사에 괜히 기분이 잡친다. 마음속 깊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박혀서 그럴까 자신을 살펴본다.

국민들은 정치인의 장단에 놀아나는 존재일까.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자꾸 그쪽에 관심이 가는 것은 정치가 국민 생활의 전 분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말 많고 탈 많은 중앙정치에 밀려 지방정치에 무덤덤하고 있는 사이 여·야 정치권은 지방선거에 설설 불을 붙이고 있다. 대도시의 기초의회를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죽 있어 왔지만 또 4년이 흘러 내년 6월이면 구·군의회 의원을 다시 뽑아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정치하위조직을 자기 목숨 지키듯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정치체제 풍토이자 정치인들의 모습이다. 적폐 적폐 하는데 제 밥통을 지키기 위해 국민들과 전문가집단이 아무리 강조해도 관련법 손질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그들이 적폐대상이 아닐까.

대통령이 안동 하회마을 탈놀이 무대에서 어깨춤을 췄다. 대통령의 권위를 떠나 서민풍의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는 것은 알고 있지만 별 감흥이 없다. 지금 나라 안팎의 정세가 대통령이 한가하게 춤을 출 수 있는 분위기인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경북, 이를테면 TK의 선심을 얻으려는 생각으로 안동을 방문하고 춤을 췄는지 모르겠으나 그 처신이 너무 가볍게 보이고 꾸밈새가 역력하다.

요즘 나라 돌아가는 정황을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숱한 언론도 국민들에게 믿음 있는 정보를 주지 못한다. 여러 경우가 있지만 한 예로 같은 사안에 대하여 미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과 문 대통령의 하는 말이 끝에 가서는 아귀가 맞지 않고 언론도 속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한다. 그 같은 일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마땅히 우리 대통령을 신임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믿음이 가지 않을 때가 있다. 왜 그럴까. 정치철학이 달라서일까. 매번 정부는 국가안보에 대해서는 미국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자꾸 엇박자가 나고 정부는 또 변명한다.

근래 한미 FTA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보면 우리 정부가 죽 해 온 말과는 차이가 난다. 미국은 한미 간 자유무역협정을 전면적으로 개정할 태세인데 청와대는 개정절차 추진에 합의한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슨 말인지 퍼떡 이해가 가지 않는다. FTA 재협상의 여파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엄청날지 예측이 어렵다는 우려의 말이 무성하다. 북 핵의 노예가 되면 어쩌나 걱정하는 국민들도 더러 있는데 북핵 불감증은 사회에 만연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有備無患(유비무환)이라는 휘호가 눈에 어른거린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몰래 운영하고 있다는 내외 기사가 있었고 북한도 인정했다. 개성공단을 돌리려면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는 것과 공단이 폐쇄되기 전까지 우리가 전력을 보내 준 사실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북한이 어디서 전기를 공급받아 개성공단을 재가동했는지 정부는 국민들의 알 권리에 답해야 한다. 보수 야당은 북이 개성공단을 우리 몰래 가동한 것은 안보리 위반이라고 떠들고 있지만 정부나 더불어민주당은 입을 다물고 있다. 한 여당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개성공단 일부 업체를 북한이 몰래 가동해 도둑경영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는데 정작 업체 사장들은 녹슬지 않고 유지 보수를 하는 것이 좋은 징조라고 한다”는 말을 했다. 1급 코미디 같은 말이다. UN이 적극적으로 북의 경제 숨을 조이려 하는데 이를 누구보다 잘 인식해야 할 여당 정치인의 가벼운 말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의아심을 부채질 하는 꼴이다.

대통령이나 정부는 하릴없이 국민들로부터 오해를 받을 일이나 말을 자제하는 것이 옳다. 좋든 싫든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가게 되어 있다.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정치· 행정을 해야 한다. 인기도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아 등에서 김정숙 여사의 고가 의류 구매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가 공식 해명을 하는 것도 우습다. 국민의 인기도 몇 %, 불면 날아가는 민들레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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