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물 설치 관리의 하자
영조물 설치 관리의 하자
  • 승인 2017.10.1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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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한국소비자보호원 소송지원변호사)

문) 야간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자전거도로에서 약 1.2미터 옆에 설치된 깊이 3미터 방공호에 추락하여 손, 다리 등에 골절상을 입어서 치료비 및 후유증으로 총 1억원의 손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행정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답) 국가배상법 등에 의하면 일정한 시설물(영조물)을 설치한 행정기관은 그 설치 및 관리에 만전의 주의를 기우려야 하고, 이를 게을리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다만, 사고 상황, 피해자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 설치된 영조물의 관리 방법 및 영조물 관리에 필요한 비용 등을 고려하여 과실비율을 정합니다.

2000년대 초 경 대구 북구의 어느 달동네에 높이 1미터 내지 4미터의 축대로 된 낭떨어지가 있는 폭5미터 정도 되는 오르막길에 아무런 난간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다만 차량 이동시 바퀴가 길 아래 축대 쪽으로 빠지는 것을 방지하게 위하여 길 가장자리에 높이 약 20센티미터의 연석만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 길에서 술에 취한 행인과 노숙자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고, 그 결과 행인이 노숙자에 밀려 축대 아래로 떨어져 사망하였습니다.

노숙자는 전혀 재산이 없어 형사합의금을 지급하지 않고 실형이 선고되어 유족에 전혀 배상을 받지 못하였고, 그래서 유족은 대구 북구청을 상대로 ‘축대 쪽으로 허리 높이의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다면 추락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난간을 설치하지 않은 것은 도로 설치 및 관리를 잘못한 것이다’라는 이유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위 재판을 담당한 판사는 ‘싸움은 자기들 끼리 하고 돈은 행정청에 물어내라고 하니 세상이 참 좋아졌다’라고 하면서도 ‘난간 설치에 큰 비용이 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북구청이 이를 설치하지 않는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망인:북구청의 과실비율을 약 9:1로 인정하여 유족이 청구한 3억원 중 약 3천만원만 인정하였습니다.

또, 2010년 경에는 영천시 시골 농로에 설치된 폭 약 5미터 길이 10미터 다리에도 난간 없이 연석 및 가로등만 설치되어 있었고, 그믐날 밤에 마침 가로등이 고장 난 상태에서 길을 가던 동네 할머니가 다리 위를 지나던 중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다리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은 영천시가 난간을 만들거나 또는 가로등을 잘 관리할 책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리하지 못하였으므로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이 있고, 다만 그 동네에 계속 거주하였던 할머니는 다리가 위험함을 알고 있음에도 전등 없이 그믐날 밤에 그곳을 지나간 것은 큰 잘못이라고 인정하여 영천시의 과실을 대략 20%만 인정하였습니다.

질의한 자전거 추락 사건의 경우 자전거 전용도로 바로 1.2미터 떨어진 곳에 3미터 깊이의 반공호는 매우 위험한 시설물이므로 국가는 반드시 추락방지용 안전펜스 및 경고판을 설치할 의무가 있음에도 국가가 이를 게을리 한 것은 잘못이라는 이유로 망인:국가의 과실 비율을 4:6으로 인정하여 금 6천만원 배상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행정청의 영조물 설치 관리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의 경우 행정청의 재정상태 및 복지국가의 구현 정도에 따라 행정청의 과실비율이 계속 달라져 왔는 바, 1960~1970년에는 행정청이 길과 다리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이 감사할 따름이므로 오르막길 또는 농로에 난간이 설치되지 않는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는데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국가의 재정상태가 좋아지고 복지국가의 개념이 구현되기 시작하여 국가의 책임을 넓게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같은 소송이라도 1970대에 이와 같은 소송이 제기되었다면 피해자측이 100% 패소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을 것이지만 1980대 부터는 서서히 승소하게 되었고, 이후 계속하여 국가의 책임이 높아지는 것으로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이상과 같이 과거에는 소송을 하여도 패소할 수 있는 사건이 여러 가지 여건 및 사회 사정의 변화에 따라 승소 가능한 사건으로 바뀌고, 국가의 책임비율도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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