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소재 걱정 ‘NO’…통쾌한 사이다 액션 ‘그뤠잇’
진부한 소재 걱정 ‘NO’…통쾌한 사이다 액션 ‘그뤠잇’
  • 윤주민
  • 승인 2017.10.12 00: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제 사건 다룬 영화 ‘범죄도시’
가리봉동 흑사파 사건 모티브
마동석 ‘깜짝’ 형사 역할 눈길
배우 윤계상 조폭 연기 호평
빠른 템포 전개로 몰입도 ‘UP’
사실성·액션·코믹 ‘세 박자’
5
영화 ‘범죄도시’스틸 컷.

2004년 서울 금천구 가리봉동. 평화롭기만 하던 작은 동네에 무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이곳에는 중국에서 넘어온 조선족 동포들이 밀집해 삶의 터전을 꾸려나가고 있다. 인상이 험악한 조직폭력배들이 무리를 이끌며 살아가지만 기이하게도 이들 집단 간의 이권 싸움은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이 지역을 관리하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이들 사이에서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도 출신 ‘춘식이파’와 조선족 조직인 ‘독사파’와 ‘이수파’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신흥세력이 등장하면서 피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하얼빈 출신 행동대장 장첸(윤계상)이 순식간에 독사파를 제치고 일대를 점령한다. 기존 세력과 달리 장첸은 극악무도한 폭력을 일삼으며 덩치를 키운다. ‘돈이면 뭐든지 한다’라는 공식을 앞세워 흉기를 휘두르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석도를 보며 참아오던 조선족 조폭들은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 장첸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그러나 이미 기존 세력을 흡수해 덩치를 제대로 키운 장첸을 당하기엔 역부족. 석도 또한 장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힘에 부딪히는데….

영화 ‘범죄도시’는 실제 2004년과 2007년 언론에서 화제를 모았던 ‘왕건이파’와 ‘흑사파’사건을 모티브로 재구성했다.

지난 여름 ‘청년경찰’이 조선족 동포들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면 이 영화는 어떨까. 강윤성 감독은 이를 의식하기라도 한 듯 영화 인트로에서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논란의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의지다.

줄거리는 식상할 정도로 뻔하다. 기존 범죄물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범죄도시’는 진부한 소재에 마동석과 윤계상의 전혀 다른 캐릭터의 합을 통해 관객몰이에 성공적인 효과를 거뒀다. 흔한 스토리에 빠른 템포의 전개 방식을 선택, 리얼함을 담은 액션신으로 화끈함을 선사한다.

◇‘마블리’ 마동석과 ‘GOD’ 윤계상.

‘마블리’ 마동석. 다부진 근육질 몸매와 험악한 인상의 마동석은 조직의 큰 형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이 일대의 평화를 책임지고 있는 ‘괴물형사’로 등장한다.

마동석의 엄청난 위압감에 가리봉동 일대 조선족 조직폭력배들은 순한 양이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웃고 넘어갈 대목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에 오락적인 재미를 가미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또 이수파 두목 장이수(박지환)가 마동석에게 굴욕적인 수모를 당하는 모습은 마동석의 역할이 이 영화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나쁜 놈에게는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마동석이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는 한없이 착한 형사다. 사실 이러한 마동석의 모습 때문에 윤계상의 등장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나름의 규칙을 유지하고 있던 이들 사이에서 살인을 너무나 손쉽게 저지르며 세력을 확장하는 장첸의 잔인함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1세대 아이돌 가수에서 배우로, 또 생애 첫 ‘악역’을 연기한 윤계상. 영화에서는 윤계상의 부드러운 미소와 훈훈한 외모는 찾아볼 수 없다. 선글라스를 끼고 긴 머리를 묶은 장첸 역은 아마 윤계상 배우 인생 최고의 캐릭터로 뽑힐 것이다. 어수룩한 면은 온데간데없이 완벽한 조선족 동포를 잘 소화했다. “하얼빈 장첸이야!” 소매를 걷어부치고 이수와 몸싸움을 벌이는 장첸의 강렬한 인상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기억에 남는다.

캐릭터 간의 극과 극의 모습은 이 영화에서 합을 잘 맞췄다. 맨주먹으로 조직폭력배를 소탕하는 마동석, 흉기를 사용하며 일반 시민까지 공포로 몰아넣는 윤계상이 열연한 영화 ‘범죄도시’는 캐릭터를 잘 살려낸 형사-조폭 범죄물 영화의 진일보다. 곳곳에 스며든 유머와 깜짝 출연진의 재미는 이 영화를 끝까지 어둡지 않게 한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