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윤의 시선(詩選) -혼자 가는 길 강문숙
김사윤의 시선(詩選) -혼자 가는 길 강문숙
  • 승인 2017.10.12 21: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lip20171012090925
강문숙




내 마음 저 편에 너를 세워두고

혼자 가는 길, 자꾸만 발이 저리다

잡목 숲 고요한 능선 아래 조그만 마을



거기 성급한 초저녁별들 뛰어내리다 마는지

어느 창백한 손길이 들창을 여닫는지, 아득히

창호지 구겨지는 소리

그 끝을 따라간다.



둥근 문고리에 찍혀 있는 지문들

낡은 문설주에 문패 자국 선연하다



아직 네게 닿지 못한 마음 누르며

혼자 가는 이 길,

누가 어둠을 탁, 탁, 치며 걸어오는지

내 마음의 둥근 문고리를 잡아 당기는지


◇강문숙=1991년 <매일신문>신춘문예 시 당선
 1993년 <작가세계>신인상 등단
 시집 <잠그는 것들의 방향은> 외


<감상> 누구에게나 마음의 문고리는 있다. 그 문고리를 잡았다가 놓는 손, 혹은 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손이 있다. 강문숙 시인의 둥근 문고리는 쉽게 열리지 않는다. 네게 닿지 못한 마음이 내 안에서 그 문고리를 꼭 쥐고 있는 탓일지, 문고리를 당기는 손이 그 힘을 다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건 혼자 가는 그 길에는 초저녁 별들이 희미하게 떠 있다. 내 마음 저 편에는 여전히 ‘너’가 서 있다. 아니 ‘나’를 세워두고 있을 지도 모른다. 여전히 둥근 문고리에는 수많은 망설이던 지문들이 선연하게 찍혀 있다. 미련인지 아쉬움인지 모를 우리들의 마음이 그렇게 찍혀 있다. -김사윤(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