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마시멜로의 유혹
<데스크칼럼> 마시멜로의 유혹
  • 승인 2017.08.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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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부국장)

세계적인 대중연설가이자 자기계발 전문가인 호아킴 데 포사다의 ‘Don’t Eat the Marshmallow Yet’을 번역한 ‘마시멜로 이야기(공경희 저)’는 성공에 대한 지혜로운 성찰을 다룬 책이다. 사람들의 내일을 꿈과 용기의 시간으로 변화시킨 그는 당대 최고의 동기부여가이자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칭송을 받았다.

마시멜로는 미국인이 유년 시절 즐겨먹는 과자다. 솜사탕을 단단히 뭉쳐 토막 낸 듯 한 마시멜로는 파티나 피크닉에서 최고 인기 간식이다. 그의 책에선 네 살배기 미국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시멜로 실험이 줄거리다.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15분만 참으면 한 개를 더 준다고 말한 뒤 반응을 살펴보는 실험이다. 그 자리에서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들과 욕구를 참아내 2개를 받아 낸 아이들을 훗날 비교한 결과 순간의 달콤한 유혹을 참고 인내한 아이들이 더 성공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욕망’과 ‘인내’에 관한 이 실험은 긴 안목으로 지금 당장의 유혹을 참고, 싫은 일을 견디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보여주는 교훈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격변의 시기다. 북핵과 관련한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각종 현안들로 잠잠할 날이 없다. 촛불민심이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6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지난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재임시절 ‘불통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보를 답습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국민들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통치 스타일에 지지로 화답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줄곧 70%를 상회하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소통을 중요시하는 통치 스타일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이 지지도에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의 높은 지지는 문재인 정부 초반 국정운영의 강력한 동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새 정부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정책들을 쏟아냈다. 복지 예산을 대폭 늘린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해 부동산 및 세법개정안,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저소득층 3대 빈곤대책, 수능개편 시안, 아동수당 현금지급 및 기초연금 인상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행·재정적 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새 정부의 의지에는 박수를 보낸다. 충분하게 검토하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도 우려된다. 충분히 필요한 부분들이지만 실행을 뒷받침할 재정계획 등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좀 더 고민하고, 소통하는 모습이 미흡해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정의 파트너인 야당과의 소통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야당에선 새 정부의 정책을 인기에 영합한 일방통행식 포퓰리즘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인사에 대해선 ‘보나코(보은·나홀로·코드) 인사’라고 한다. 실제로 새 정부 첫 개각에선 문제가 드러난 일부 인사들의 인사권을 야당의 반대에도 대부분 강행하는 바람에 정국이 냉각되는 사태를 빚었다. 이런 인사 실패는 ‘코드인사’와 부실한 검증 시스템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 야당은 서로를 비난하며 네탓만 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도 ‘정치’는 실종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방과 외교에선 북핵과 사드배치 등에 대한 애매모호한 태도로 인해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그리고 있는 장밋빛 청사진은 초기부터 찬반 대립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총론에선 대부분 좋은 정책들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한민국을 바로세우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국정운영에 정부와 국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반대 의견도 귀담아 듣고 함께 할 수 있는 포용이야말로 소통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꼬인 남북문제와 사드, 원전 등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는 더욱 더 그럴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기대치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높다. 새 정부의 성공은 곧바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나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새 정부가 내놓고 있는 정책과 인사에 온 국민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파격적인 정책과 인사에 환호하는 국민들도 있겠지만 우려하는 국민들도 있는 게 현실이다. 국민의 신망을 얻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꿈은 합리적인 인사나 정책, 그리고 소통의 정치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되는 이유다.

당장 눈앞의 달콤한 마시멜로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면 나와 다른 쪽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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