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글씨로 유력 학부모 구분
의존적→배려심 등 표현 바꿔
경북지역의 한 사립고 교장과 교감이 학교운영위원을 포함한 유력 학부모 자녀들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북지역 A고교의 교장 B(59)씨와 교감 C(56)씨, 교무과장 D(54)씨 등 교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B 교장 등은 지난 2월 자신이 부임 중인 A고교 소속 재학생 5명(당시 1∼2학년)의 학생부를 임의로 수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담임교사 등을 시켜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입력한 내용을 출력하게 한 뒤 수정사항을 표시해 담임교사가 고치도록 한 혐의다.
주로 학생과 관련한 부정적인 뉘앙스의 표현을 삭제하고, 긍정적인 내용으로 바꿨다.
예를 들면, ‘부모에게 의존적’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내용이 ‘순종적이고 배려심이 많다’는 표현으로 바뀌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출력물 상단에 빨간색 글씨로 해당 학생의 부모 직업을 적어 놓고 내부에서 구별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런 불법적 특혜를 받은 학생 중 2명은 부모가 학교운영위원회 소속으로, 학교 행정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학부모들을 위해 교장과 교감 등이 유력 학부모들의 자녀 학생부를 ‘알아서’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C 교감이 B 교장에게 ‘특히 꼭 봐야할 학생을 좀 보내주세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B 교장이 이를 다시 D 교무과장에게 보내 수정 지시 내용을 확인하는 등 서로 공모한 정황이 밝혀졌다. 학부모와 학교 측이 사전에 공모했거나 대가성 청탁이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자기 아들을 위해 학교생활기록부를 수정한 수도권의 한 사립고교 교사 E(54)씨와 동료 교사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