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자기결정권” vs “태아 생명권”
“여성 자기결정권” vs “태아 생명권”
  • 남승렬
  • 승인 2017.10.3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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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법 찬반 논란 다시 수면위
법 폐지 靑 청원 23만명 넘어서
양측, 다양한 논리 앞세워 대립
낙태 찬반 논란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 누리방 국민소통 광장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에 등록된 낙태죄 폐지 청원 참여자가 20만명을 넘기면서 낙태죄 존치와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이 청원 참여자는 청원기간 마감일인 30일 오후 6시 현재 23만4천여명을 돌파했다. 청와대는 향후 낙태죄 폐지 청원과 관련, 공식 답변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실 그동안 낙태죄는 합의점이 쉽게 도출되지 않은 ‘뜨거운 감자’로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다. 당장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내놓겠다고 밝힌 30일만 보더라도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에는 당초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 청원 취지에 반하는 ‘낙태죄 폐지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낙태죄 폐지 반대 청원이 다수 등록되기도 했다.

낙태 문제는 의료계 내부의 이견은 물론이고 여성단체나 각계 전문가들도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특히 지난 2012년 여성의 낙태를 도운 죄로 처벌을 받은 조산사가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하면서 낙태죄 문제는 수면 위에 떠올랐다. 당시 헌재가 4대4로 의결, 6명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합헌’ 판결을 받았지만 일부 재판관이 보충의견을 통해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소지와 원치 않는 출산으로 인한 향후 갈등의 소지가 있다고 일부 인정함에 따라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측은 현행법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태어나지 않은 태아의 생명 존엄성을 이유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존엄성, 행복추구권 등을 무시하고 있다는 논리다. 처벌 대상을 ‘여성’과 ‘시술을 한 자’에만 국한되는 점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생명을 잉태하기까지 여성과 동등한 책임을 가진 남성에게는 법적으로 죄를 묻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법은 남성이 낙태 시술을 방조하거나 낙태를 강요한 증거가 있을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상임대표는 “우리나라의 현행 낙태죄는 낙태를 해도, 혹은 출산을 해도 모두 여성에게만 책임을 씌우고 있는 불합리함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정부는 여성의 몸을 ‘불법화’하는 낙태죄를 폐지해 여성의 재생산권과 몸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낙태죄 존치를 주장하는 쪽은 태아 생명의 존엄성을 내세우고 있다. 태아도 인간이며 이를 죽이는 것은 살해라고 보는 입장이다. 또 낙태죄 폐지가 가져올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낙태가 합법화되고 약 복용으로 쉽게 낙태가 가능해지면 책임감 없는 무분별한 성관계가 임신 혹은 낙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대구의 한 산부인과 의사는 “낙태 금지라는 법의 빗장이 풀리게 되면 낙태 행위가 오히려 무분별하게 이뤄질 수 있다”며 “특히 의료인의 입장과 소명감 차원에서 한 생명이 사라지게 하는 행위를 의도적으로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상 낙태는 유전적 정신장애·신체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준강간, 근친상간, 산모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험한 경우 등 다섯 가지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나머지는 불법이다. 예외적 사례에 해당되지 않은 여성이 약물을 이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은 2년 이하 징역형의 처벌을 받는다.

한편 낙태죄 폐지 청원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최초 등록된 이후 청원기간 마감일인 30일엔 참여인이 23만4천명을 넘어섰다.

최초 청원인은 “원치 않은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나는 아이, 국가 모두에 비극적인 일”이라며 “현행법은 여성에게만 죄를 묻고 처벌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성에게만 ‘독박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청원인은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제(미프진)의 국내 도입을 부탁한다”고 적었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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