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들개냐? 유기견이냐?
너는 들개냐? 유기견이냐?
  • 승인 2017.10.29 15: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순란 (주부)

여름휴가여행을 떠났다. 거제도로 가는 길은 즐거웠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와 남편은 저녁 6시경 숙소로 와서 목살 숯불구이를 함께 해 먹었다. 맛도 있었고, 바다를 가까이 두고 친구부부와 얘기를 나누니 멋도 있었다. 다음날 아침 8시 30분 소매물도로 가는 배를 타고 가기로 예약하여 아쉬움을 남기며 헤어졌다. 소매물도를 바다에서 촬영한 풍경이 홍희를 끌어당겼고, 소매물도와 등대섬사이에 물때가 되면 열리는 바닷길을 꼭 건너가 보고 싶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오고 있었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배는 출항한다고 했다. 굵은 빗방울과 세차게 부는 바람에도 배는 출렁이는 파도에 흔들리며 앞으로 나갔다.

소매물에 도착하여도 비는 멈추지 않앗고, 배를 함께 탔던 사람들의 발걸음도 멈추지 않았다. 빗속 우비여행이 시작되었다.

이번 여행만큼은 흔한 부부싸움을 하지 않고 끝날 것 같은 행복한 상상을 하며 숙소로 돌아가던 중 남편이 사진을 찍기 위해 바닷가에 내렸다. 홍희도 바다풍경을 담은 셀카를 찍고 있었다. 그런데 손끝에 물체가 닿는 것을 느꼈다. 뭔가 싶어 고개를 숙이니 손 끝에 혀를 날름거리는 개 한 마리가 있었다. 순간 흠칫 놀랐으나 개의 표정이 부드러워보여 안심을 하고 개주인이 있겠거니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야에 사람은 없었다. 주인이라고 여길만한 사람은 더더구나 없었다. 남편도 사진을 찍으러 저멀리 가 있었다. 운동장만한 공간에 홍희 혼자 있었다. 갑자기 안심이 공포로 바뀌었다. 개가 돌변하여 자신에게 덤벼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에 보았던 영화 ‘하울링’에서 보았던 무서운 개가 떠올랐다.

얼른 차로 이동하려고 발걸음을 떼는 순간 개도 따라왔다. 공포가 더욱 밀려와서 소리를 질렀다. 멀리서 남편이 어이하고 소리를 질렀다. 남편이 오기엔 한참 시간이 걸리고, 계속 혼자 있기엔 무서웠다. 어찌할 줄 모르면서 공포는 점점 커져갔다. 급기야 남편이 뛰어와서 개를 쫒았다. 바로 가지 않고 가다가 다시 돌아올 듯한 자세를 취하니 남편도 바닥에 떨어진 큰 돌덩이를 주워 던지기까지 했다. 그제서야 개는 멀리 달아났다. 달아나면서도 연신 뒤를 돌아봤다.

남편과 홍희는 큰 일을 치른 듯 안도의 한숨을 쉬고, 개가 물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남편은 자신이 없었으면 개가 홍희를 물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직 공포가 사라지지 않은 홍희는 앞으로 혼자 가지 말고 꼭 같이 다니자고 했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애견에서 반려견으로 용어가 바뀌고, 반려견이 죽으면 장례식까지 치르고 슬펴하는 모습을 보면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얼마나 개를 좋아했으면 저럴까 생각은 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때 개를 키우고 싶다고 졸라도,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놀이터나 공원에서 뛰어다니는 작은 개들이 귀엽기는 했으나 만져본 적은 없다.

원래 개를 좋아하지 않은 홍희는 이번 일을 계기로 개에 대한 공포가 더 커졌다. 뉴스를 보니 반려견을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유기견이 야생화된 들개가 되어 사람과 동물을 공격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동물보호법상 유기견은 마취총이나 포획틀로 포획만 가능하고, 유해야생동물은 사살 등의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들개습격에 적잖은 피해를 입은 충북 옥천군이 환경부에 들개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달라고 건의했다고 한다.

홍희와 같은 상황에 맞딱드리면 개가 유기견인지 야생화된 들개인지 구분이 안 된다. 주인이 있는 상황에서도 반려견이 주인을 물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무는 경우가 많다. 급기야 며칠전에는 목줄을 하지 않은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반려견이 유기견이 되고, 유기견이 들개가 되는 상황이다. 반려견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개에 대한 공포가 심한 사람이 많고, 주인이 있어도 무는 경우도 발생하므로 반려견은 외출시 무조건 목줄과 입마개를 해야 한다. 견주들이 반려견을 함부로 버리지 않도록 유기견도 위험동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개의 동물권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인권도 중요하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