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도 지워지지 않는 때
물 속에 넣어 불린다네.
아무리 고백하여도 남아 있는 죄
사랑의 물 속에 불린다네.
비비고 구기고 방망이질 하여도
삶고 접고 돌이질 하여도
그래도 남아 있는 검은 얼룩
지워지지 않는 죄의 자죽이여.
뜨겁게 내려쪼이는 햇살 아래
두 팔을 벌리고 빨래 줄에 거꾸로 매달려
십자가의 찢기는 아픔을 알았네.
아, 나는 비로소 하얗게 표백되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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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 출생. 본명 광자(光子). 이화여대 영문학과 및 연세대 신학대학원 졸업. 1987년『한국문학』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으로「그대는 별로 뜨고」등이 있다.
김소엽의 `빨래를 하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시인은 한국의 전통적 가락과 서정을 바탕으로 기독교적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인간과 사물을 파악하는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른바 종교적 신앙시라 할 수 있는 `빨래를 하며’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원죄란 어떤 형태의 빨래에도 지워지지 않는 죄이나 `십자가의 찢기는 아픔’을 통해서만 비로소 검은 죄가 표백되는 기독교적 신앙을 엿보게 된다.
이일기(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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