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대구논단>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승인 2009.12.2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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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모든 사람들이 축복을 기원하는 성탄절이 다가왔다. 이맘때가 되면 많은 이야기와 음악이 복음을 전한다. 대문호 톨스토이가 남긴 감동적인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도 그 중의 하나이다.

구두 수선공인 한 남자가 겨우 마련한 작은 돈을 들고 아내와 같이 입을 옷을 싸러 시장으로 가는 길에 교회 앞에서 벌거벗은 한 청년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온다. 이 청년은 실은 하느님에게 벌을 받아서 세상에 온 천사 미하일이었다.

톨스토이가 가난한 구두 수선공으로 하여금 교회 바로 앞에서 얼어 죽어가는 청년을 만나게 하는 설정에서 민중과 떨어져 있는 당시 기독교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고 있다. 이것은 본질을 놓치고 있는 우리 모두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구두 수선공인 셰몬이 빈손으로 돌아온 데다 이름 모를 청년까지 데리고 오자 아내는 몹시 화를 내게 된다. 끼니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처지인데 또 하나의 입이 더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또 한 번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아내의 극성을 견디다 못한 셰몬은 `도대체 당신에게는 하나님 마음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오?’라고 외치게 된다. 그러자 아내도 물러선다. 이 부분에서 톨스토이는 사람의 본성은 여전히 따뜻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셰몬은 말없는 이 청년에게 구두 수선을 가르친다. 그런데 그 청년은 주인보다 일을 더 잘 하는 것이었다. 이 청년 덕분에 구두 가게는 성업을 이루게 된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진리를 느끼게 된다.

어느 날 이 가게로 한 신사가 찾아와서 일 년을 신어도 실밥이 터지지 않는 훌륭한 구두를 만들어 달라고 하였다. 셰몬은 주문을 받기 전에 청년을 바라보았다.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청년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구두를 만들어 보답하겠다는 신호였다.

그런데 청년은 구두 대신 슬리퍼를 재단하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셰몬이 야단을 치려는데 조금 전에 구두를 주문한 신사의 하인이 가게로 돌아와서 신사가 중간에 세상을 떠났으니 죽은 이에게 신기는 슬리퍼를 만들어 달라고 하였다. 천사였던 청년은 이미 그 신사의 운명을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6년이 지났지만 그 청년은 변함없이 셰몬의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이 두 여자아이의 구두를 주문하러 왔다. 이 여인은 두 아이의 친어머니가 아니고 이웃집 여인이었다.

두 아이를 두고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나자 죽은 자기 아이 대신 이 두 아이를 정성들여 키워온 것이었다. 이 사연을 듣게 된 구두 수선공의 아내가 `부모 없이는 살아도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순간 방안이 밝아지며 청년 미하일은 다시 천사가 된다. 미하일은 6년 전 하느님으로부터 한 영혼을 데려 오라는 명령을 받았는데 세상에 내려와 보니 쌍둥이의 어머니를 데려가면 아이들이 죽게 될 거라면서 하나님께 아이들의 어머니를 살려 달라고 했던 것이었다.

그러자 하나님은 미하일에게 세 가지 문제를 내며 땅으로 내려가게 하는데 그것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것이었다.

청년은 이제 그 세 가지 물음의 답을 얻었던 것이다. 그 첫째는 자기를 구원해 준 사람이 매우 가난한 구두 수선공이었음을 보고 사람의 마음속에는 하느님이 있으며, 신사가 오래 신을 구두를 주문했지만 곧 죽는 것을 보고는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은 자신에게 남은 삶의 시간이며, 마지막으로 엄마를 잃은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는 이웃 여인을 보고는 사람은 사랑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로써 청년은 세 가지 문제의 답을 얻었으며 그 답을 얻었을 때마다 미소를 지었던 것이다.
톨스토이의 깊은 사랑이 느껴지는 이 작품을 대할 때마다 우리는 과연 이처럼 깊은 성찰을 가지고 진지하게 살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 은혜로운 계절에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한번쯤 생각하는 것도 필요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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