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흰구름을 보고서
이 세상에 나온 것들의
고향을 생각했다
즐겁고저
입술을 나누고
아름다웁고저
화장칠해 보이고
우리,
돌아가야 할 고향은
딴 데 있었기 때문……
그렇지 않고서
이 세상이 이렇게
수선스럴
까닭이 없다
◇신동엽=‘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로 등단
시집 <껍데기는 가라>, <꽃같이 그대 쓰러진>등
<감상> 이 작품은 그의 미발표 유고작들을 모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에 실려 있다. 바람이 차가워지는 헛헛한 계절에 요절한 시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이유는 그의 ‘삶의 진실에 대한 부르짖음’에 한껏 공감하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인의 쓸쓸한 노래가 우리에게 사유(思惟)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다. 이미 ‘껍데기는 가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신동엽 시인의 이 작품 역시 알맹이의 본질에 대한 성찰과 맞닿아 있다. 하늘을 바라보며 순백의 구름에서 ‘고향’을 떠올리는 시인에게 이 세상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이리도 수선 떠는 이유는 단 하나 ‘돌아가야 할 고향이 따로 있는 것’밖에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것조차 없다면 이리 살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모호한 거짓과 멀리 떨어져서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가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와 닿는 가을이다. -김사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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