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한 대법원 재판
허탈한 대법원 재판
  • 승인 2017.11.1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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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한국소비자원 소송지원변호사)




우리나라 국민들은 크게 ‘1심 지방법원- 2심 고등법원(항소)- 3심 대법원(상고)’ 순서로 3번 재판 받을 권리가 보장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관련 제도를 자세히 보면 3심 제도는 허울 좋은 껍데기고 실질은 사실상의 2심 제도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 상고한 많은 사람들은 대법관들이 자신들의 재판을 심도 있게 검토하여 억울함을 풀어줄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이제 민사재판부터 살펴보자. 1, 2심을 사실심이라고 하고 대법원의 3심은 법률심이라고 한다. 1심에서 사실관계를 잘못 인정해도 2심에서 증거를 제출하면 잘못 인정한 사실관계를 바꿀 수 있지만, 2심에서 사실관계를 잘못 인정하여도 대법원의 3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새로이 사실관계를 변경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2심 고등법원에서 사실관계를 잘못 인정해도 대법원 재판에서 ‘2심이 사실관계를 잘못 인정하여 억울합니다’라고 수백번 말해도 전혀 반영이 되지 않고,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으며, 직접 출석 재판이 아닌 서류 재판만 진행된다.

이렇게 법률심으로 제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법관 14명이 연간 수만 건의 재판을 다 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불가능한 점, 대법원을 우리나라 법률해석의 최정점으로 놓아 그 기능만을 충실히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기능을 더 충실히 하기 위해 민사재판에 관하여 대법원상고심특례법이라는 법률을 만들어 ① 헌법에 위반, ②명령ㆍ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하여 부당하게 판단한 경우, ③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경우, ④ 대법원 판례가 없거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⑤ 중대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항이 있는 경우, ⑥ 기타 일부 재심사유 등 6가지 사안만 대법원에서 재판을 하고 나머지 사안은 대법관들이 법률적인 판단을 할 필요 없이 ‘대법원 재판꺼리 자체가 안됨’이라는 의미에서 ‘심리불속행’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끝나는 대법원 재판이 거의 대부분이다.

재판 금액이 2천만 원 이하의 소액사건의 경우는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더 심한 제한을 받아 사실상 대법원 판례 위반만 상고사유로 되어 있어, 거의 대법원의 재판받을 기회는 보장되지 않는 것과 같다.

형사사건의 경위에도 제383조(상고이유)에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 또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만 상고이유가 된다. 그런데도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 ‘중대한 사실오인’을 이유로 엉터리 상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많은 상고 사건들이 사실은 처음부터 상고 대상이 안됨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많은 상고가 이루어지고 상고한 당사자들은 ‘대법관들이 나의 억울한 사건을 다시 한 번 잘 판단하여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재판거리가 안됨’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이면에는 상고심을 맡는 변호사들이 상고심의 특수성을 당사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상고한 사건을 최소한 대법원 재판거리라도 삼아 주세요’라는 의미에서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사건을 선임한 대법관이 실제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고 선임계에 이름만 올리는 소위 ‘도장값’이라는 명목으로 수 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니 변호사 단체에서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막으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현실을 심하게 표현한다면 상고심리 제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상고사건을 수임하는 것을 ‘사기적 사건 수임’이라고 한다면, 상고이유서 작성에 거의 관여하지 않고 대법관 이름만 올려주는 것은 ‘대법관 명의대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마치 당연한 3심 제도라는 허상을 교육할 것이 아니고, ‘예외적 3심 제도’라고 정확히 학교 교과서에 기재하여 더 이상 국민들이 3심 재판 제도가 당연히 보장된다는 허상에서 벗어나도록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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