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불같던 붉음이 아쉬워
서성거리는 달
한발 끝이 불안하여
머뭇거리는 달
한 개의 덤을 생각하며
낙낙해지는 달
버리고 떠나보내기 싫어도
나뭇잎은 떨어져야 살고
마지막 만남인 줄 알아도
세월은 흘러가야 사는 것
11월은
검은 듯 흰 듯
살아온 그대로 살아
날마다 새로 뜨는 달
◇박정자= <한맥문학>등단, <신동아> 논픽션 당선.
시집 <사람의 숲> <백두민족>
단편소설집 <초록색 연가>외 다수 발표
<감상> 누구에게나 11월은 아쉬움이다. 수험생은 수능을 앞두고 마무리에 박차를 가할 시기고, 직장인들은 한 달을 남겨 둔 아쉬운 11월이다. 시인도 그런가 보다. 불처럼 붉은 단풍이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걸 아쉬워하고 있다. 한발 끝조차 불안한 11월은 누군가에게는 포기하기도 쉬운 달이다. 뭔가 결과를 뒤집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기도 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가지 끝에 매달린 잎사귀들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 있을 때 단풍이 더욱 고우리라. 검은 듯 흰 듯 살아온 그대로 우리는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매일 매일 새로 뜨는 달이다. 만나야 할 이유가 반드시 있듯이 헤어지는 모든 것들에는 이유가 있다. 오늘, 이 푸르고 시린 가을에 이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 시를 건넨다. -김사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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