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으로 내몰리는 구직자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구직자
  • 승인 2017.11.2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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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국민정치경
제포럼대표
자영업자 왕국이란 닉네임을 얻을 만큼 우리나라는 한집 건너 한집이 미용실이고 치킨집이고 커피숍이다. 경기가 어려우니 자영업자의 가게 유지가 남달리 어렵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얼음판이고 금리가 오른다는 소식에 모두가 주머니를 닫고 있다. 이들에게 어필해 보기 위해 가뜩이나 저렴한 커피를 1천원 이하로 내려 보지만 얼마나 득이 될 수 있을까?

어느 업종이고 기본적인 원가가 있다. 이 원가에는 물품의 구입비도 있지만 임대료와 인건비가 포함되어 있어 임대료와 인건비를 생각하면 내세우기 어려운 가격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만큼 매출이 잘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최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니 사업자금이 500만원 미만이 전체 3만2천가구중 28.3%로 가장 높게 나왔다. 500만원에서 2천만 원 미만이 22%를 차지하니 전체 자영업자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의 사업종자돈이 2천만원이 안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자영업의 현실이다. 그만큼 영세한 규모라는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작은 금액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계청 조사를 보면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57.4%가 전직 샐러리맨이었다. 그들은 월급을 받고 회사를 다니다가 일을 잃거나 사직한 상태로 다음 일자리를 찾지 못해 선택 아닌 선택을 한 것이다. 이들의 사업 준비기간을 보면 3개월 이하가 52%로 절반을 넘었다. 88.9%가 1년이 못되는 사업 준비기간을 가졌다고 하니 얼마나 성급하게 시작했는지를 알 수 있다. 생계가 다급한 그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사업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사업이 얼마만큼 힘든 것인지를 체감했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회사원들이 불쑥 사업장을 차리면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사람도 걱정부터 한다. 회사원들은 커다란 조직의 한 부분에서 맡은 일만 하고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때문에 전체적 사업의 프로세스를 염두에 두어 본 적이 없고 자신이 맡은 직무에만 충실하면 성실한 직원으로 별다른 사고 없이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사업장이라도 사업을 시작하면 작은 범주만 바라볼 수 없다. 직접 경영자이자 생산자이자 서비스를 담당하니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알고 적절한 대응과 준비가 필요하다. 이들은 심지어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하는 인사말을 입 밖으로 소리 내는 것도 두려워하고 어색해 한다. 물론 성격적으로 모르던 부분을 발견해 무리 없이 적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게는 이러한 점도 고려하지 못할 만큼 성급한 개업으로 심리적인 충돌이 있음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들에게는 이러한 대인접점 뿐만 아니라 마케팅 부분도 벽으로 다가선다. 간판과 전단지로 홍보를 하지만 SNS나 직접 찾아온 손님들을 상대로 취급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하여 그들에게 인지하고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손님을 어려워하면 간단한 판매는 이뤄지겠지만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또한 세무적인 문제도 있다. 물건을 구입하고 판매하면 소득이 발생하여 이에 대한 세금처리를 해야 한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손님만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실질적으로 손님이 오고 일정액의 매출이 일어나면 이것이 얼마만큼의 수익을 가져오고 자신이 얼마만큼 월급을 가져가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한 달 내내 쉬는 날짜 없이 가게를 운영하고 일찍 나와서 늦게 까지 영업하지만 실질적 손익을 따져보면 급여생활보다 훨씬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모든 상황을 기록해 세무서에 신고까지 하려면 짧은 사업 준비기간을 수천 번 후회하게 할 것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다시 더 큰 어려움을 당면하면 재기가 쉽지 않다. 그들이 투자한 사업자금이 자신이나 가족들에 의해 마련된 것이 68.8%이니 그 외의 방법으로 사업자금을 마련한 사람들은 더 큰 짐을 짊어진 것이다. 71%가 자신의 사업을 직접 경영해보고 싶어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대답을 할 만큼 이들에게 사업자는 상대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상상 속에서만 하는 것이 맞다. 이들이 자신의 직능에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나이, 성별, 출신 등의 진입장벽을 없애고 능력에 따라 원활한 자리 이동이 이루어지며 지속적인 직무경력이 이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질 필요가 있다. 이들은 사업자는 처음이지만 자신의 직무에서는 최고이기에 스스로의 선택권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환경구축을 정부와 사회에서 해줘야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영업자의 생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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