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
하나님 나라
  • 승인 2017.11.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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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마음이 가난해야 한다. 애통해야 한다. 온유해야 한다. 의에 주리고 목말라야 한다. 긍휼히 여겨야 한다. 마음이 청결해야 한다. 화평하게 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의를 위해 박해받을 수 있어야 한다”

예수는 자신이 이 땅에 옴으로 이루어지는 하나님 나라의 특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를 믿고 왕으로 모시는 그의 백성들의 삶은 마땅히 이러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수가 말한 하나님 나라는 이런 삶을 살아 내는 사람들의 삶에 의해 확장된다. 그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하나님 나라는 확장되며 하나님 나라가 확장될 수록 이 세상은 더 나은 세상으로 바뀌어져 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가 말하고 보여 준 하나님 나라는 현대의 기독교와는 많이 다르다. 심지어 예수는 하나님 나라를 새 포도주에 비유하며 낡은 가죽부대 같은 제도적 유대교가 담아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는 현대의 제도화된 종교에 경종을 준다. 기독교인이 많아지지만 사회에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대 기독교를 질타한다. 하나님의 나라에 입문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예수가 말씀하시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

“여러 분들은 마음이 가난해야 합니다. 애통해 하고 온유한 자가 되어야 합니다. 의에 주리고 목말라야 합니다. 또 남을 긍휼히 여기고 마음이 청결한 자가 되어야 합니다. 화평하게 하고 의를 위해 박해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하나님 나라는 가장 먼저 가정에 침투한다. 예수의 말씀은 갈라진 가정에 스며들어 어느 듯 그 가정에 하나님 나라를 세운다. 마음이 가난해진 남편, 온유해진 아내로 인하여 가정에 하나님 나라가 세워진다. 그 부모를 따라 아이들도 그 나라에 입문한다. 아이들도 예수의 하나님 나라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부모와 함께 그렇게 살아간다.

하나님 나라는 또 교회에 침투한다. 제도화된 기독교에 침투하기도 하고 새로 교회를 잉태하기도 한다. 하나님 나라로서의 교회는 교파를 초월한다. 입고 있는 옷이 우리 영혼과 아무 관계가 없듯이 교파는 이 땅에 발 딛고 사는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입고 있는 옷일 뿐이다. 하나님 나라로서의 교회는 아름답다. 목사와 장로이지만 이렇게 살고자 하는 의향과 의지가 없는 사람들은 종교인일 뿐이지 하나님 나라에 속한 사람은 아닐 수 있다.

얼마 전 갑자기 남편을 잃은 한 가족을 만났다. 남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특이한 남편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는 가족은 설 땅이 없을 만큼 위축되고 절망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한없는 따뜻함으로 위로하고 격려한 것이 그들이 다니고 있었던 교회였다.

“남편이 마지막 가는 날, 많이 분들이 함께 해 주었어요. 혼자 집에서 울고 있는데 어떤 분은 김치를 두고 가시고 어떤 분은 손에 100만원을 쥐어 주고 말없이 가시더군요. 목사님도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안아 주고 기도해 주라 주보에 광고를 내어 주시더군요.”

그래요. 그게 교회이지요. 정말 고맙고 감사한 교회이네요. 목사가 교회를 자랑함이 당연하지만 진심으로 그 분들이 다니고 있는 교회를 칭찬하고 자랑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그 교회의 목사와 성도들을 진심으로 칭찬했다. 교회는 아름답다.

하나님의 나라는 또 직장을 침투한다. A원장은 20여명의 직원과 함께 병원을 운영한다. 과중한 업무가운데서도 그는 하나님 나라에 속한 사람으로 예수의 가르침을 따른다. 그의 병원은 편안하고 따뜻하다. 교회만큼이나 넉넉한 그의 병원에서 나는 작은 예수의 모습을 본다.

가정과 교회와 직장에서 이루어져가는 하나님 나라는 우리 시대의 소망이다. 제도적 종교의 틀을 넘고 직분적 종교인을 넘어 아름답고 넉넉한 현실을 만들어 나간다. 그것이 진정한 기독교의 힘이다. 늦가을에 세습되는 교회에 갇힌 종교인을 보며 하나님 나라의 자유함을 더욱 갈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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