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졸혼(卒婚)
<데스크칼럼> 졸혼(卒婚)
  • 승인 2017.08.0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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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부국장)




따로 또 같이, 나답게 살기 위한 새로운 삶의 태도를 일컫는 ‘결혼을 졸업한다’는 신조어 ‘졸혼’이 최근 우리사회에 화제가 되고 있다.

졸혼은 부부 관계를 유지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저자 스기야마 유미코의 책 ‘졸혼 시대(원제 卒婚のススメ)’가 일본 사회에 ‘졸혼’이라는 파격적인 개념을 제시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 책의 출간 이후 일본에서는 중장년층 사이에서 다양한 형태로 졸혼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저자 유미코는 40대에 남편과의 갈등으로 고민하던 중 첫째 딸의 권유로 남편과 따로 살아보기로 한다. 그렇게 독립적으로 살면서 결혼 생활을 돌아보던 저자는 다른 부부들은 갈등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취재하기로 하고 자신들 상황에 맞게 부부관계와 역할을 새롭게 바꾼 사람들을 만나 이들의 공통점을 ‘졸혼’이라고 이름 붙였다.

우리나라에선 원로배우 백일섭 씨가 졸혼을 선언한 후 독립해 생활하는 모습을 TV에서 방영하면서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고 있다. 그는 졸혼 후 아내를 자주 만나냐는 질문에 “만난 지 1년 넘었다. 집을 나온 지 16개월 됐다”며 “집을 아내에게 줬다. 아내에게 주면 아들 것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가 실천하고 있는 자유로운 생활을 동경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졸혼은 100세 수명시대 삶 중에서 생애 후반기, 평생의 본업에서 손을 놓거나 정년퇴직하고 난 다음 적어도 60세 이후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이때 부부가 삶의 방향이 다르다면 각자 다른 삶의 방향에 대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서로의 길에 대해 격려해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일본의 경우 노후를 취미생활이나 친구사귀기로 새로운 인연(因緣)만들기, 즉 ‘연거’를 선택 하고자 하는 것이 60대 후반 일반 여성의 큰 특징이다. 여기에 남성은 분명 제외 되는 것이 현실이며, 남편이 전원생활 하기를 원한다면 고향으로 낙향하여 부부가 떨어져 살게 되는데, 이를 이혼 또는 별거라 하지 않고 ‘졸혼’이라고 부른다.

졸혼은 생애후반기 자기주도적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는 졸혼을 꿈꾸지만, 정작 어떻게 상대 배우자를 설득할 것인지, 또 자녀들에게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도 어려운 문제다.

특히 보수적인 결혼관을 가지고 있거나 의존적인 성격의 배우자는 졸혼에 합의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처럼 졸혼은 결혼관의 새로운 트랜드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상당한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요즘 결혼 세태를 보면 결혼이 의무에서 선택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집안 대 집안, 이른바 사회적 결합이었다가 지금은 개인적 결합에 훨씬 더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의무였던 것이 선택으로 변해가고 집안끼리 결합이 개인간의 결합으로 변하면서 해체 역시 쉽게 선택하는 추세다. 더구나 졸혼과 무관치 않은 황혼 이혼도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 결혼과 관련된 통계를 보면 34.8%에 해당하는 비율이 황혼이혼이었다. 황혼이혼 증가율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황혼이혼 자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트랜드인 졸혼은 또 다른 가족 구성원의 해체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파생되고 있는 결혼과 관련한 문화인 졸혼은 성장과 가족 부양에만 매달려 평생을 자신의 삶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한 노년층들이 겪고 있는 사회문제다. 아직 우리사회가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장치가 부족한 것도 큰 이유다.

이 때문에 졸혼이나 휴혼이 중년이상의 부부들에게 유행처럼 쉽게 비춰져서는 안된다. 법적으로는 부부이기 때문에 부모의 부양문제 등과 같은 법적의무에서 사사건건 충돌이 일 수 있다. 아울러 졸혼은 바로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정서적 물리적 공간으로부터 떨어져 지내기 때문에 고립되고 소원하게 되는 것이 새로운 침울(沈鬱)의 원인이 될수 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궁극적으로는 당사자들이 판단할 몫이지만 졸혼 개념의 ‘이슈화’는 당장 이혼까지는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부부가 떨어져 살아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만들어 주는 구실이 될수도 있다. 졸혼은 대부분 자녀가 성장한 후 생애 후반기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일지라도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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