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순종과 감사
오직 순종과 감사
  • 승인 2017.11.2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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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 연구소장)



원한다고 일어날 일이, 안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일이 비켜 가지 않는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는 안 좋은 건 비켜갔으면 싶고,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다. 누구나 원하듯이 좋은 일들만 내게 왔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언제나 내 주위를 뱅뱅 돌고, 보고 싶은 사람은 늘 저 멀리 도망 가버린다.

몇 해 전 책(생각분양)을 출간했다. 참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구입해주셨고 아낌없는 응원을 해주셨다. 하루는 강의 후 작은 사인회 시간이 있었다. 한 분이 구입한 자신의 책에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이렇게 써달라고 주문을 하셨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난 그렇게 쓰지 않고 “피할 수 없습니다. 즐기세요.”라고 써 드렸다. 써놓고 나니 제법 마음에 들었다. 사인을 부탁한 그도 미소를 짓는걸 보니 싫지는 않는 모양이다.

‘피할 수 없다면......’은 ‘피할 수 있다면......’을 전제한다. 그래서 우린 은근히 피할 수 있는 방법부터 먼저 찾으려한다. 피할 수 있는 데 까지 발버둥 치며 피하다가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을 때 ‘피할 수 없다면......’이란 말로 백기를 들게 된다. 그러고 나선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로 상황을 수습한다.

모두 잘 알고 있다. 우리 인생에 발생되는 수많은 일들은 내 맘대로 선별하여 맞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우리 삶이다. 이런 삶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바로 순종(順從)과 감사(感謝)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예전에 참 힘들던 시절이 필자에게 있었다. 지인과 동업으로 시작한 교육원 사업이 잘 되지 않아 금전적인 어려움에 빠졌었고, 무엇보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한동안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을 했다. 뒤통수를 맞았단 생각으로 나를 속인 그 사람을 미워했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내 마음만 더 아파왔다. 내 몸과 맘에 상처가 나고 내 삶이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내게 두 단어가 찾아왔다. 그 두 단어로 나는 다시 일어섰다. 그게 바로 순종과 감사다.

앞도 보이지 않고 끝도 알 수 없는 낭떠러지에 서서 울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내가 취한 첫 번째 행동은 뒤돌아서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왔던 방향과 정반대로 내 몸을 돌리는 일이었다. 그리고 생각을 아주 조금만 바꿔보았다. 긴 호흡 몇 번하고 내가 걸어왔던 그 길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보니 나를 기다리는 건 넓은 평지였다. 신이 하나의 문을 닫을 때 항상 반대편에 하나의 문을 열어둔다는 사실을 왜 잊었을까?

그 이후로 내게 닥치는 수많은 일들, 내가 선택할 수 없이 찾아오는 일들, 그게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나는 피하지 않고 순종하기로 했다. 순종이라고 해서 소극적인 자세로 가만히 있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피하지 않고 내게 일어난 일을 바로 직시하고 정면승부 하기로 결심했다.

또 나는 선택하기로 했다. 상황은 어떻게 내가 어찌 할 수 없으니 순종하기로 했고, 반응은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으니 그건 좋은 쪽으로 선택해보기로 했다. 이왕이면 불평 보다는 감사를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후 나의 좌우명은 ‘오직 순종과 감사’가 되었다.

상담을 하면서 정말 힘들어 하는 사람, 특히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해서 알아차림을 하는 사람에게는 선물처럼 순종과 감사 두 단어를 알려드린다. 두 단어를 선물한 사람이 몇 되는데 그들은 모두 현재 잘 지내고 있다. 두 단어로 인해 필자가 그랬듯, 그들도 역시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고 잘 지내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 참 감사하다. 거저 받은 것이니 나도 거저 나누는 것이다.

이유 없는 만남이 없다. 강남 갔던 제비도 다시 돌아와 봄이 왔음을 알리듯, 만남이 내게 알리는 메시지를 듣고자 한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 원치 않는 일이 일어나는 것,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 좋은 기회가 찾아오고 떠나는 것 모두 순종하는 마음으로 정면 승부 해보자. 그리고 이왕 온 것은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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