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미래는 수능점수에 있지 않다
아이의 미래는 수능점수에 있지 않다
  • 승인 2017.11.2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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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우여곡절 끝에 수능이 끝났다. 수능 때는 항상 한파가 몰아닥쳐서 안 그래도 지친 고3 아이들을 힘들게 하지만 이번 수능은 유달리 아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줬다.

어떤 아이는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고 어떤 아이는 남아있지 않은 힘을 더욱 짜내야 했다. 이미 버린 참고서를 찾느라 쓰레기장을 뒤진 아이도 있다. 99년생이 얼마나 불행한 아이들인가를 다루는 글들이 쏟아졌다.

지진이라는 초유의 돌발변수 때문에 고3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그 어떤 학년보다 더욱 맘 졸이며 수능이 치러지는 시간을 견뎠을 것이다. 어쨌든 수능은 끝났다.

가채점을 해보고 자신의 점수를 손에 쥐게 된 지금, 어떤 아이들은 좌절할 것이고 어떤 아이들은 안도할 것이다. 수시에 지원한 경우에는 수능점수 이외에도 합격을 위해 필요한 다른 요인들이 있으므로 수능점수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정시를 준비한 많은 수험생들과, 비슷비슷한 학생부를 가지고 겨뤄야하는 대다수의 아이들에게 수능점수란 아직도 당락을 결정짓는 큰 요인이 된다. 그러니 원치 않는 점수를 받게 된 아이들은 어쩌면 지금도 이불 속에서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학력고사 세대라서 학력고사 점수만으로 대학이 결정되었던 나는, 내가 받은 점수로는 지원한 대학에 가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 속에 눈물을 흘려야했다. 내 인생은 실패했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웅크렸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하지만 그 겨울이 지나자 인생에는 다시 봄이 찾아왔다. 입시가 끝나도 인생은 많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학력고사 점수만큼이나 차이가 난 것처럼 보이던 친구들의 처지도 차츰 거리가 좁혀지거나 벌어져서 지금 내 친구들의 인생은 대입점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졌다.

사람의 인생이 수능점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은 인생을 조금 오래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 인생의 행복이나 성공은 입시의 성공이나 대학의 타이틀과는 별 상관이 없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자명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모든 부모들이 아이들의 공부와 성적에 그토록 연연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았던 세상에서는 대학의 타이틀로 삶의 안정을 보장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식정보사회 속에 살았던 우리들은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다. 공부를 잘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회사에 입사하고, 좋은 회사를 다니면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는 미래 말이다.

이것이 한국사회에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구해야할 미덕이라는 생각으로 우리는 열심히 살아왔다. 하지만 공부실력으로 인간을 서열화하는 세상은 이미 끝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반드시 닥쳐올 4차 산업혁명의 사회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 새로운 세계에 대해서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사실만이 자명할 뿐이다.

인공 지능(AI), 사물 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 지능정보기술이 기존 산업과 서비스에 융합되는 사회. 3D 프린팅, 로봇공학,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 여러 분야의 신기술이 결합되어 실세계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세상.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라는 낯설기만 한 용어들을 직접 경험하는 세계.

아이들이 맞이할 이 새로운 사회는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수직이고 위계적인 지배 질서가 아니라 수평적이고 혼합적인 질서가 가득한 곳일 것이다. 그렇다. 아이들은 지금까지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가야만 한다. 그런데 그깟 수능점수로 아이의 미래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지식을 달달 외워서 문제를 푸는 것은 이제 인공지능 컴퓨터가 할 일이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좋은 수능점수보다 지금 더 필요한 것은 앞으로 어떤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이 펼쳐진다 해도 담대하게 살아남을 용기와 긍정성이다. 슈퍼컴퓨터가 침범하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영역인 공감능력과 경청능력 역시 아이에게 경쟁력이 될 것이다.

수능점수나 대학의 타이틀이 아니고 말이다. 그러니 만족하지 못하는 수능점수를 들고 울고 있는 아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이렇게 말해주자.

“네 인생은 그깟 수능점수와는 별 상관이 없단다. 앞으로 네 인생이 얼마나 멋지게 펼쳐질지 모르는데, 점수 같은 것에 기죽지 말고 힘을 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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