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맛·향기로 마니아 만나, 거창한 수식어 필요성 의문”
“커피는 맛·향기로 마니아 만나, 거창한 수식어 필요성 의문”
  • 황인옥
  • 승인 2017.11.2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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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의 커피이야기
(32)PNG 블루마운틴 커피 마운틴 커피 시리즈(2편)
파푸아뉴기니, 1892년 커피 재배 확인
당시 식물학·과학적 실험 위해 사용
상업적 재배는 1920년 지나며 본격화
고원지대 천혜 환경 힘입어 잘 자라나
PNG 블루마운틴 커피에 대한 역사는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이식 기록 없어
1928년 농업시험소 실험농장서 심어
1931년 獨 기업가가 인수하며 명명
파푸아뉴기니커피나무-2
파푸아뉴기니 커피나무.

#커피생두업체

하루는 커피를 하면서 가까워진 지인이 가게가 보고 싶다고 서울에서 찾아왔다. 그에게 블루마운틴 커피를 추출해서 주었는데, 마시고 나더니 요즘 파푸아뉴기니 시그리(Sigri) 커피가 국내에 들어와 유통되고 있는데, 로스팅만 잘하면 맛도 블루마운틴 커피와 유사하다고 했다.

호기심이 확 당기는 이야기여서 국내의 생두업체에 수소문해서 파푸아뉴기니 시그리 커피 한가마니를 주문했다.

몇 달이 지나서 가게에 도착한 파푸아뉴기니 커피의 마대자루에 시그리라는 표시가 없었다. 처음 받아 본 커피였기에 원래 그렇게 생산된 커피로 생각하고 로스팅을 했다. 그런데, 커피 맛이 너무 밋밋했고, 신경을 좀 덜 쓰면 짚에서나 날법한 우디(Woody)한 느낌의 커피가 되는 것이었다. 나 자신 스스로, 부족한 로스팅 실력을 탓하면서 열과 성의를 다해 볶아 보았지만 맛이 좋아지지 않았다. 결국, 한가마니 분량의 파푸아뉴기니 커피생두는 끝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폐기처분 됐다.

이 글을 쓰면서 그때를 회상해 보면, 그 시절에 맛있는 커피를 만든 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왜 그럴까? 당시에는 커피생두의 수요가 없어서 국내의 생두업체가 커피산지와 직거래를 할 수 없었기에, 필요한 생두는 일본의 생두수집업체를 통해 소량으로 주문해서 판매했다.

국내의 유력한 생두업체와 거래하던 대표적인 일본의 생두수집업체는 와타루와 이시미츠였다. 나중에 이 두 곳의 생두업체를 방문해보니, 국내에 판매되는 생두의 품질이 왜 그 모양 그 꼴인지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한 나라의 경제규모와 국력 그리고 커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의식수준과 의지가 필요한 부분인데, 얄팍한 장사꾼의 의식을 가진 우리의 수입상이 일본의 생두업체와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또한, 그 당시의 우리나라 커피생두의 시장규모가 걸음마도 떼지 못하는 간난아이 수준이었다. 더 화가 나는 것은 국내생두업체의 상술이었다. 국내생두업체들이 일본에 주문하는 생두는 대부분 커피공장에서 상용으로 사용하는 커머셜(Commercial)급 커피였다.

파푸아뉴기니체리가공과정
파푸아뉴기니 체리 가공 과정.

당시에 일본에서도 프리미엄급 커피거래가 보편화 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커피생두를 수입하는 커피전문가라면, 커피품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규모의 로스타리 커피전문점에는 최소한 프리미엄(premium)급 이나, 스페셜티(specialty)급 커피를 공급해 주어야 함에도, 스페셜티급 커피는 고사하고 저급의 커피만을 취급한다는 것은 양심의 문제였다. 간혹 한 두 종류의 프리미엄급 커피를 구색으로 갖추어 놓기도 했지만, 오래된 커피였고, 필자가 원하는 커피생두는 취급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 당시에 우리나라의 생두시장 규모가 작고, 수요가 없어서 고급생두를 취급한다는 것이 부담은 되겠지만, 독과점에 가까운 시장상황에서 등급이 낮은 커피만을 가져와 돈만 벌겠다는 고약한 심보는 지금 생각하면 사기에 가까웠다.

#PNG 블루마운틴 커피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PNG 블루마운틴 커피는 엄격히 이야기하면, 세계 최고의 커피로 군림을 했던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커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어? 왜 이렇게 이야기를 애매하게 시작하지?”라고 독자들이 말하겠지만, 파푸아뉴기니에서 커피가 시작 된 역사를 알게 되면 이해할 수 있다. 파푸아뉴기니 커피의 역사는 1800년대 독일의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민지 행정기록을 보면, 당시 독일 식민지 개척자로, 미국인과 사모아 인이 사이에서 태어나 파푸아뉴기니에서 비즈니스로 성공한 여성인 ‘여왕 엠마(Emma Coe Forsayth)’가 있었다. 그녀는 농장 주인으로 뉴기니에서 유명한 인사였는데, 형부인 덴마크 식물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리차드 파킨슨(Richard Parkinson)의 도움으로 독일식민지 지역인 뉴기니(New Guinea)에 커피를 심어 재배를 시작했다. 남부의 영국식민지인 파푸아(Papua)지역은 율레섬(Yule Island)과 타피니(Tapini)지역에 온 선교사들이 아라비카종의 커피를 1885년 소개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당시 식민정부에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1890년인데, 그 2년 후인 1892년에 리고(Rigo)지역에서 커피가 재배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1897년에는 포트 모레스비(Port Moresby) 외곽의 현 국립공원이 있는 바리라타(Warirata) 커피농장에 아라비카 커피품종이 심어졌고, 1899년에 번성했었다. 이 때 생산된 커피는 1901년까지 호주에 파운드당 4~10펜스 사이의 가격으로 판매되었지만, 독일의 뉴기니와 영국의 파푸아지역에서 커피 재배목적이 식물학적 실험과 과학적 연구의 기초자료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기에, 상업적인 커피재배는 1920년대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근거로 1920년과 1930년 사이에 동 뉴브리튼 주(ENBP: East New Britain Province) 지역과 부건빌(Bougainville) 섬에서 대규모로 상업생산을 위한 로부스타 커피농장이 성행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파푸아뉴기니커피원두
파푸아뉴기니 커피원두.

1928년 아라비카커피가 모로베(Morobe)에 있는 와우(Wau)의 식민지 농업시험소 실험농장에 심어졌다. 그 후, 이 농장은 1931년 뉴기니에 있는 독일인 기업가인 칼 와일드(Carl Leopold Bruno Wilde)에게 매매되었는데, 칼 와일드는 이곳에서 생산된 커피를 커피원두와 분쇄된 커피로 개발해서, 1935년까지 국내와 해외에 로스팅된 커피원두와 분쇄된 가루커피를 판매한 기록이 있다. 이즈음에 와우 커피농장에서 처음으로 파푸아뉴기니 고원지대(Highlands)에 커피씨앗을 전달했다. 1937년에는 파푸아뉴기니의 라무강 위 동쪽 고원지대(Eastern Highlands)의 아이유라(Aiyura)에 식민지 행정연구소가 설립되었고, 와우 커피농장에서 공급받은 아라비카 커피종자를 파푸아뉴기니 최초로 고지대(Highlands)의 아이유라 고원농업실험장에 심었다. 그 후, 수년에 걸쳐 고원지대(Highlands) 전체에 아라비카 커피씨앗이 뿌려졌는데, 그 시기를 1950년대 초기로 추정했다. 고원지대에 심어진 아라비카 커피나무는 파푸아뉴기니의 장대한 고원지대의 비옥한 토양과 일교차가 높은 고도의 기후조건에 힘입어 커피성장에 적합한 천혜의 환경 속에서 잘 자라주었다. 그 결과, 커피는 파푸아뉴기니의 주요생산 작물이 되었고, 파푸아뉴기니가 커피생산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었다.

이제 독자가 궁금해 할 PNG 블루마운틴에 대해 알아볼 차례가 되었다. 커피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이야기로, PNG 블루마운틴 커피가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커피를 파푸아뉴기니에 가져다 심은 커피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있다. 필자는 이번 기회에 그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파푸아뉴기니에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커피를 가져다 심었다고 하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기록을 찾기 위해, 파푸아뉴기니의 커피산업을 주도하고 공공성이 있는 파푸아뉴기니의 커피산업주식회사(일명, CIC: Coffee Industry Corporation Limited)의 자료를 조사해보았다. 회사에서 제시한‘PNG의 커피역사’에는 파푸아뉴기니에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커피가 이식되었다는 기록이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1928년 아라비카 커피가 와우 식민지 농업시험소 실험농장에 심어졌다고만 되어있었다. 그나마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커피가 이식된 흔적의 근거로는 웹에 기반을 둔 위키페디아 백과사전에 ‘파푸아뉴기니 커피생산’에 관한 항목에서, 1926~1927년 사이에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커피 종자가 처음으로 파푸아뉴기니에 심어졌다고 적혀있다. 바로, 이시기가 파푸아뉴기니 처음으로 와우 식민지 농업시험소에 아라비카 커피가 심어진 시점인데, 이 때 심은 아라비카 종자가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종자일 가능성이 높다.

참고할 만한 근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파푸아뉴기니에서 자라고 있는 아라비카 커피가 자마이카 블루마운틴과 같은 티피카(Typica)종인 것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1931년 독일인 기업가 칼 와일드가 모로베의 와우 농업시험소 실험농장을 인수하면서, 그의 농장이름을 블루마운틴 커피(Blue Mountain Coffee)라고 명명하면서 생산시설을 확장했는데, 이때, 와일드가 어떤 생각으로 자신의 농장에 블루마운틴 커피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이글을 쓰면서도 필자는 아직까지 그 미스터리(Mystery)를 풀지 못하고 있다.

#에필로그

xx마운틴 커피는 일본의 커피중계상인들이 각 나라의 산지 커피에서 맛이 뛰어난 커피에 그 지역을 대표하는 생산지의 애칭을 붙인 것이 그 시발점이다. 그러나 파푸아뉴기니의 PNG 블루마운틴 커피는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커피와 비슷한 등급의 커피라는 느낌을 주기위해 붙여진 것 같다. 아니면 진짜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커피 종자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인지 모른다. 어떻든, 커피는 맛과 향기로 커피마니아들과 만나게 된다. 그 이름이 무엇이든, 커피를 재배하는 농부의 땀과 정성이 담겨서 잘 익은 열매가 만들어지고, 잘 가공되어 수집상과 도 소매상들의 거짓 속임수에 왜곡되지 않은 채, 잘 숙련된 로스팅 기술을 만나, 커피세포 속에 품고 있는 맛과 향기가 커피마니아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거창하게 포장된 xx마운틴이라는 수식어가 구태여 필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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