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아파트 앞에서 만난
얼굴 하나가
나를 자꾸만 슬프게 한다.
뽀이얀 안개 속에
연신 손을 흔들며 가는
그 얼굴은
분명 그 얼굴인데
그 얼굴이 아니다.
구로공단 입구에서 만난
얼굴 하나가
나를 자꾸 슬프게 한다.
그 얼굴
그 얼굴은
분명 그 얼굴인데
그 얼굴은 아니다.
가을비에 젖고 가는
그 얼굴은
분명 그 얼굴인데
그 얼굴이 나이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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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중원 출생. 청주대학교 국문과 졸업. 1957년 시집「오후의 밀도」를 상재해 등단. 시집으로「잿빛 속의 세월」(1978),「목적의 강」(1985) 등이 있으며「이상화 평전」등도 있다.
이 시인의 시적 경향은 인간의 본질 추구와 문명 비평 그리고 세태 고발 등 현실적 제재들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궁극적으로는 인간성의 회복을 주제로 하는 주지적 시를 쓰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시 `그 얼굴’에서 보듯 `그 얼굴은 / 분명 그 얼굴인데 / 그 얼굴은 아니다’라는 동어 반복은 얼굴이 지닌 외형적인 모습과 인간의 내면에 내재하고 있는 인간의 또 다른 얼굴과의 모순이 시는 잘 보여 주고 있다.
이일기(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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