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길 터주기 ‘가장 아름다운 양보’
소방차 길 터주기 ‘가장 아름다운 양보’
  • 승인 2017.11.2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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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래 대구 수성소방서장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사이렌을 울리고 출동하는 소방차나 구급차를 종종 볼 수 있다. 소방차가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갈 때에는 화재, 인명구조 등 신속한 초동조치가 필요하거나 응급환자가 발생해 신속히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경우다.

하지만 일부 운전자들이 긴급차량 피양 의무를 준수하지 않거나 도로에 불법 주·정차를 하면서 소방차 등의 현장 도착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소방관인 우리도 이럴 때는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다.

촌각을 다투는 화재·구조·구급 현장에 소방차가 얼마나 신속하게 도착하느냐에 따라 화재진압의 성패를 좌우한다. 화재발생 시 초기진압은 5분 이내 이뤄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화재발생 후 5분이 지나면 연소 확산이 빨라져 화재진압은 물론 옥내 진입이 힘들어 인명구조가 어려워진다. 또 구조·구급현장에서 심정지 환자를 무사히 구해낼 수 있는 ‘골든타임’은 4분이다. 심정지 및 호흡곤란 환자는 이 골든타임 안에 응급처치를 받지 못할 경우 뇌손상이 시작돼 소생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렇게 현장 활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골든타임 내에 긴급차량의 현장 도착 여부가 시민의 소중한 재산과 생명보호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6월 대구의 주택 밀집 지역에서 불이 나 17대의 소방차량이 출동한 바 있다. 하지만 양면주차로 인해 꽉 막힌 도로와 화재현장 인근에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 때문에 현장 진입에 애를 먹었다. 또 운행 중인 차량들이 양보방법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소방차량 도착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진화가 지체되자 작은 불씨는 건물을 태우며 거세게 번져만 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화마는 주택 한 채를 모조리 태우고, 이웃 주택 두 채의 외벽까지 태우면서 누군가의 소중한 보금자리가 한순간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이 같은 문제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긴급차량 접근 시 도로상황별 길 터주기 요령은 다음과 같다. △교차로 또는 그 부근에서는 교차로를 피해 도로 오른쪽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 △일방통행로에서는 오른쪽 가장 자리에 일시 정지 △편도 1차선 도로에서는 오른쪽 가장 자리로 진로를 양보해 운전 또는 일시 정지 △편도 2차선 이상 도로에서 일반 차량은 2차선으로 양보하고 긴급차량은 1차선으로 통행 △편도 3차선 이상 도로에서 일반 차량은 1·3차선으로 양보하고 긴급차량은 2차선으로 통행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는 긴급차량이 보이면 횡단보도에서 긴급차량을 피해 잠시 멈추기 등이다.

소방기본법 제21조(소방차의 우선통행 등)에는 ‘모든 차와 사람은 소방차가 화재진압 및 구조 구급 활동을 위해 출동할 때에는 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도로교통법 제29조(긴급자동차의 우선통행)에도 긴급자동차에 대한 진로양보의무 위반 시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말이 있듯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 입장에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법률적 강제조항 이전에 국민 스스로가 소방차량 길 터주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해줬으면 한다.

사고 현장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귀중한 생명이 바로 나 또는 내 가족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소방차 사이렌 소리를 듣고도 길을 터주지 않는 행위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소방차 도착 전 초기화재 진압을 위해 집집마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하고 소화기를 비치할 것을 권한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가 발생하면 당신을 깨워주고, 소화기는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소방차 1대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소방차 길 터주기에 동참하려면 다소 불편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내 가족, 내 이웃의 생명사랑을 실천하는 숭고한 일임을 생각하고 소방차 길 터주기 운동에 동참해 따뜻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도록 하자. 소방차 길 터주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양보로 내 가족과 내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생명로’라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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