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일지 않은 시간
맑은 이슬을 훑어서
오목손바닥에 담아
입술도 못 적시고
차 한잔 소화되지 않는
안전하지 못한 사랑에 몸살 난
입속에 넣고 싶다
적신 입술로 다시
가을이 온다, 가을이 간다
가련한 시를 쓰는
핏줄 또렷한 손등을
위로하고 싶다
체온이 마른 사랑이 간다 하여
눈물이 온몸에 배인다 해도
풀 같은 꽃으로 중심에 자란다 하는
이기(利己)
중심은 감각을 숨긴 위험한 변수인 것을
그것도 모르고 그는
나를 중심에 둔다 하였다
중심은 사랑이 아니다
그 둘레에 풀꽃이 덮어 온다
◇정소란=월간 ‘조선문학’ 등단
한국문인회, 세계모던포엠작가회 활동
시집 <그 섬에 가는 꿈> 등
<해설> 저 풀잎은 침묵의 시간에 오직 한 방울의 이슬에 생을 연다. 하지만 짧고 긴 역사를 우리에게 남긴다. 바람에 이슬을 잃어도 마른 사랑이 중심에 선다는 저 꼿꼿한 이기(利己). 그 시간 속, 자연의 이야기 중심을 자각한 순간부터 세상은 가장 위험한 변수로 등장하고, 그 노출된 변두리 사랑 우에 수많은 자정의 이야기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리라.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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