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존재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 승인 2017.11.3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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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대구교육대
학교대학원 아동문
학과 강사
이번 여행은 류시화 시인처럼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 아니더라도, 구도자가 되어 존재를 온전히 존재 그대로 느껴보고 싶었다. 카메라 없이 풀꽃과 나무, 돌멩이의 존재를 그대로 가슴에 담으며 영혼이 순수한 길 위의 예수님을 만나보고 싶었다.

먼저, 함께 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60대 넘은 대학 동기들 16명이 함께 떠날 참이었다. 나야 남편이랑 동기 동창이지만 아내를 모셔올 동기들이 다섯 쌍이었다. 그래서 떠나기 전 여자 속옷을 다섯 장 샀다. 한 장씩 포장하며 “당신은 특별한 왕후입니다.” 금박 글씨가 적힌 끈으로 묶었다. 첫날, 그것을 다섯 남자에게 은밀히 전하며 속삭였다. “오늘 밤, 사모님께 이 글자가 잘 보이도록 꿇어앉아 두 손으로 바치고 아름다운 추억 만드시길요.” 그래서일까? 다음날 아침, 사모님들의 표정이 왕후처럼 밝아보였다.

길 위의 예수님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치앙마이 매땡 코끼리 학교에서 코끼리 쇼를 보았다. 뒷발로 하늘 높이 공을 차올리는 축구선수 코끼리, 콧구멍에 꽂아준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자기 사인까지 하는 화가 코끼리,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댄서 코끼리,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코끼리는 1등급 코끼리란다. 트레킹을 도우는 2등급 코끼리를 탔다. 그들 등은 코끼리 몰이의 뽀족한 창에 길들여져 차마 볼 수 없었다. 3등급 코끼리는 벌목장에서 코로 나무를 운반하고 4등급 코끼리는 동물원 우리에 갇혀 자낸단다. 코끼리 뿐 아니라 무릇 모든 사물들은 인간의 활용 가치에 따라 그 가치가 가늠 받고 있다. 코끼리가 온전한 코끼리로 살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동화 속에 그들을 데려와 숲으로 돌려보내는 일 뿐이다. 자유롭게... 비단, 동물이나 사물들에 한 하랴?

치앙마이를 거쳐 라오스로 가기 위해 국경지대 메콩강에서 배를 탈 때였다. 길목에서 카메라를 메고 여행객을 찍는 까무잡잡한 남자를 보았다. 모두가 손전화기를 들고 다니는데 저렇게 찍은 사진으로 생계비가 될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배를 타고 돌아온 여행객들 더러는 자기 얼굴 사진을 보고도 지나쳐갔다. 그 남자의 표정이 어두워보였다. 그가 찍은 내 얼굴을 살 때, 나는 내 얼굴을 산 것이 아니라 그 남자가 만족하여 활짝 웃는 웃음, 존재의 아름다움을 샀다.

태국 마사지 집에서 황제마사지도 받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손님을 받아 힘을 뺄 그녀들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사람의 가치 또한 물건 활용도에 준한 쓸모를 따지며 살고 있구나.’ 싶어 몸서리가 쳐졌다. 마사지가 끝났다. 그녀에게 수고비로 달러 몇 장을 내놓기 전에 꿇어앉아 고맙다며 절을 하였다. 그녀 존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도 잠시 그녀의 팔다리와 어깨를 주물러 드렸다. 고국을 떠나 태국 가이드로 사는 우리 인솔자 분의 삶도 보였다. 그 위에,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삶도 겹쳐 보였다. 어떤 새든 자기가 살던 둥지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법인데...

한국으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우리 아내들은 사십 평생 동안 남편과 살아오면서 고마웠던 점 세 가지씩 적은 엽서를 웃으면서 낭독하였다. 함께 살아줘서 고맙다느니 내가 한 반찬을 잘 먹어줘서 고맙다느니 하는 소소한 이야기들이었다. 이윽고, 남편들의 답변을 들으려고 마이크를 돌렸다. “나를 만나 한 평생 고생한 아내가 너무 고맙습니다(흑).”하며 첫 번째로 마이크를 건네받은 남자가 한 마디하고 울먹였다. “최 교장 뭐여. 지금 우는 겨?” 당황스러워 너스레를 떨며 두 번째 남자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살면서 이런 말 한 번도 한 적 없지만(흑) 이 기회에(흑) 병을 잘 이겨내고(흑) 잘 살아 줘서 고맙다고(흑)”하며 김 교장은 말마디 마다 목이 메였다. ‘무뚝뚝하다고 소문난 경상도 남자들이 늘그막에 울보가 되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내가 기획을 잘못하였나 싶어 당황되는 순간이었다. “다 그렇지 뭐!”하면서 남자들끼리 서로 달래기에 나서자, 혼자 온 남자들은 집에 가서 잘해야겠단다. 어라? 이 참에 아예 사모님들께 엽서에 써서 바치라고 엽서를 숙제로 주었다. 하긴, 살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인생! 물질은 좀 부족하더라도 사랑으로 다독이며 살아야지. 서로가 부족하더라도 하늘이 구름을 품고 바다가 파도를 품듯 서로 품고 아끼며 살아야지 뭐. 존재에 대한 아름다움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버스 속에서 서로의 존재에 대해 그 아름다움을 깨달으며 울었다. 고생한 아내를 위해 눈물 흘릴 줄 아는 남자들의 영혼! 그들의 순수함이 길 위의 예수님처럼 고결하게 느껴졌다.

가이드님의 인품에도 향기가 풍겨났다. 생전 처음 해외여행 온 촌 어르신들을 진심으로 챙겨주었다가 나중에는 그들이 사는 충북 마을회관에 까지 초대받아가 묵은 이야기가 우리들 가슴에 감동으로 담겼다. 우리 동기들의 ‘베나의 집’ 모임에도 와달라며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 이렇게 또 한 사람과도 인연을 맺고 구도자인양 존재의 아름다운 향기에 흠뻑 취해 돌아온 여행길! 이후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 같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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