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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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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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 결혼정보 대표)



하늘을 향해 높이 뻗은 몸이 서로 엉키어 있다. 마치 친밀한 관계라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는 듯하다. 수 백 년이라는 계절을 떠나보냈는데도 그 모습이 한결같다. 세월의 흐름에도 아랑곳없이 여전히 서로를 감싸며 보듬는다. 뿌리는 분명 두 갈래지만 일심동체인 연리지를 우리는 부부나무라고 부른다. 연리지는 부부간의 영원한 사랑이나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을 나타낼 때 종종 비유가 된다.

십 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촌지역에는 아기 울음소리가 끊어진지 오래되었고, 아들을 장가 못 보낸 연로하신 부모들의 애끓는 한숨소리만 들려왔다. 그러다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으로 시작된 국제결혼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에 물꼬를 터기 시작했다. 세계화의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단일 민족의 딜레마에서 벗어나 국제결혼이 대세를 이루게 된 것이다.

얼마 전, 국제결혼 상담을 원하는 남성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국제결혼은 언어나 문화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른 배우자와의 만남이기에 다름을 이해하여 소통을 해야 한다. 남성의 환경이나 직업 등을 고려하여 걸맞은 신붓감을 소개해주어야 안정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어 상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담당 직원과 동행하여 현장 방문을 했다. 그는 외곽지 제조공장의 책임자였다. 자신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보여주려고 흰 셔츠를 걷어 올려 의수를 보여주었다.

“선생님, 저 같은 사람도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 그가 내뱉은 첫마디였다. 잠시 짧은 침묵이 흘렀다. 첫인상이 온순하고 선량해 보였지만, 눈빛은 성실함과 강인함이 느껴졌다. 오십대 초반의 젊은 날에 산업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한쪽 팔을 잃자, 아내는 어린 두 아들을 두고 집을 나가버렸다. 그동안 아들이 장성하고 대학을 졸업해 각자 어엿한 성인이 되었고, 그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장애라는 이유로 결혼을 포기하기엔 억울했다.

몇 명의 베트남 신부 후보들이 맞선에 응했으나, 고개를 저으며 눈을 피했다.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눈빛이 서글서글한 삼십 대 중반의 여성이 마지막 맞선에 응했다. 통역을 통해 힘든 지난 삶의 얘기를 들은 그녀의 큰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젊은 날에 남편과 일찍 사별을 하고 재래시장에서 채소 행상을 하며 힘들게 살아온 여성이었다. 불쌍한 사람끼리 오손 도손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보자며 자신이 그의 영원한 오른팔이 되어주겠다는 것이 아닌가.

순간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온몸에 세포가 스멀스멀 요동을 치며 전율이 흘렀다. 그는 한쪽 팔로 그녀를 힘차게 껴안으며 “이제 남은 인생을 당신에게 바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가눌 수 없어 소리 내어 흐느꼈다. 그들이야말로 한쪽 눈이 실명이고 한쪽은 날개가 없어도 서로를 의지하는 연리지였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풍습이 달라도 사랑의 감정은 같다.

사람이 태어나기 전에 미리 붉은 끈으로 인연을 맺어준다는 중국의 중매의 신 월하노인이 있다. 이 부부나무도 월하노인이 중매를 선 것일까. 월하노인의 붉은 끈은 진시황제가 애타게 찾아 헤맸던 불로초임이 분명하다. 새순을 틔우고, 초록빛으로 물들이고, 울긋불긋 단풍잎으로 수를 놓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는 우리네 삶은 자연에 비하면 너무나 부질없다. 하지만, 부부의 인연은 이 세상을 영원무궁하게 하는 마법이다. 우리는 부모님의 삶의 사계절을 이어받고, 자식에게 넘겨준다. 그 자식은 또 그 자식에게 대대로 물려주어 불멸성을 추구한다.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긴 역사 속에서 변함없이 이어져 오는 부부의 모습이 바로 부부나무이지 않겠는가.

월하노인은 이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구촌으로 확대하여 붉은 끈을 사용하시는가보다. 멀리 이국 만리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배필을 찾게 될 줄 어찌 알았으랴. 월하노인이 달빛 아래서 부부나무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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