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누구나 최상의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국민은 누구나 최상의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 승인 2017.12.0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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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이비인후과 원장)

국민은 누구나 최상의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얼마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보건의약전문출입기자 대상 워크샵을 개최하였다.

워크샵에서 심평원 급여조사실 김두식 실장은 현지조사를 거부하는 기관에 대해 해당 의료인의 면허자격정지 처분 등 의료기관에 대한 제제 강화를 추진하면서 “건강보험이라는 제도 하에서는 최상의 진료보다는 보편적 진료를 요구하다보니 규제가 뒤따르고 있다”면서 “건강보험은 어차피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의 진료를 하되 업무의 30%는 행정에 투자해 달라”고 발언하였다.

국민들이 최상의 진료를 받을수 있도록 의료환경 개선에 앞장서야 할 정부기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에게 최상의 진료보다는 보편적 진료를 제공할 것을 권고하는 실정이다.

이는 정부산하기관인 심사평가원에서 조차 현재의 건강보험 제도하에서는 최상의 진료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고백한 것이다.

국민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최상의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고 의사 본연의 임무는 행정이 아닌 진료이다. 현재도 의사1인의 순수 평균 진료시간은 개원의의 경우 주 50시간, 전공의의 경우 주 80시간으로 타 국가에 비해 긴 편이다. 이런 와중에 의사 업무의 30%를 행정으로 돌린다면 진료시간이 단축될 수밖에 없어 국민들의 의료기관 접근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소위 보편적 진료를 추구하는 현 건강보험의 문제점을 극명히 드러내 주는 사례가 최근 이슈하되고 있다. 바로 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치료하는 이국종교수의 노고와 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이다. 이국종교수는 외상센터에 대한 심사평가원의 무자비한 횡포를 아주대학교 교수회 소식지 ‘탁류청론’에 ‘어느 외상외과 교수의 고민’이라는 제목하 기재하였다. 아래는 일부 발췌한 내용이다.

“보험심사 팀에서 오는 경고는 잦았다. 보건복지부는 의료 행위나 약제에 대해 급여 기준을 정해두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병원이 그 기준을 준수하는지를 확인했다. 보험심사팀은 삭감률을 줄여야 했으므로 삭감이 될 만한 진료비에 대해 미리 경고했다. 그러나 사경을 헤매는 환자들의 필수적인 치료를 줄일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치료를 강행하면, 몇 개월 뒤 어김없이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차가운 진료비 삭감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틈틈이 심사평가원에 사정하는 글을 써 보냈다. 그럼에도 삭감진료비 회수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쓰이는 외상외과 교과서의 표준 진료지침대로 치료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수십 차례 제출해도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다. 환자마다 쌓여가는 삭감 규모가 수천 만원에서 수억 원까지도 이르렀다. 병원에서 나는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불러오는 조직원이었다.”

위 예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진료를 다하면 그 노고에 대한 보상을 받기는 커녕 오히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외상분야뿐만 아니라 의료계에 비일비재하다. 의료환경이 열악하다보니 건강보험의 재제를 받지 않는 미용등 비급여 영역으로 의사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의료수가가 원가에도 못 미치는 극악한 저수가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현 제도하에서는 최선의 진료를 하려면 병원에서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과거 김대중정부시절 의약분업시 의사들이 외친 구호가 있다. 바로 ‘교과서적인 진료가 가능한 환경’ 즉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었다.

그로부터 무려 25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정부에서는 최선의 진료가 가능한 의료환경 조성보다는 인기에 영합한 생색내기용 의료환경 조성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의 해결책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란 허울뿐인 문재인케어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의료수가의 정상화이다. 다행스럽게도 사회적으로 커다란 관심을 끈 귀순한 북한군 병사는 교과서적인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진료비삭감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심사평가원 실장의 발언을 따른다면 불의의 사고나 질병을 당한 일반 시민은 앞으로 최상의 진료가 아닌 보편적 진료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심사평가원 직원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만약 본인이 중증 질환으로 진료받을 시 보편적 진료와 최상의 진료 중 선택하라면 무었을 선택하겠는가?

국민들에게는 보편적 진료를 강요하면서 자신들은 최상의 진료를 원하는 심사평가원 직원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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