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남기기’와 목회자의 세금
‘모퉁이 남기기’와 목회자의 세금
  • 승인 2017.12.0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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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구약성경에 ‘모퉁이 남기기’ 라는 제도가 있다. 안식년에 땅의 주인은 자기 땅의 곡식을 모두 수확하지 않고 일정 부분을 남겨 놓고 추수해야 한다. 얼마만큼을 모퉁이 땅으로 해야 하는 가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그러나 매년 안식년에 모든 땅의 주인들은 이러한 규례에 근거하여 자기 땅의 일정 부분에 대한 곡식을 다 거두지 않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하여 남겨 두어야 했다.

물론 이 ‘모퉁이 남기기’의 기본 정신은 ‘이웃사랑’에 있다. 이 이웃사랑의 정신을 반영한 ‘모퉁이 남기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있다. 그것은 모퉁이 남기기가 이웃 사랑의 마음을 개인의 자원하는 뜻에 두지 않고 제도화하여 의무화했다는 것이다. 이웃 사랑은 개인의 선한 뜻에 맡겨 둘 만큼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한다는 하나님의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모퉁이 남기기’가 담고 있는 또 한가지 이웃 사랑의 정신은 시혜자가 수혜자를 알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땅에 남겨진 곡식을 거두어 가는 수혜자는 시혜자인 그 땅의 주인을 알 수 있을지언정 시혜자는 자기 땅의 곡식을 가져가는 수혜자를 모르게 한 것이다. ‘모퉁이 남기기’가 담고 있는 ‘이웃 사랑’에 대한 하나님의 뜻은 분명하다. 그것은 이웃 사랑은 우리에게 의무적인 것이며 그것을 통하여 있는 자와 없는 자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정부가 종교인 소득 과세에 대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제 종교인들도 자신의 소득을 기타소득 혹은 근로소득으로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교회의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찬반양론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세금은 놀랍게도 이웃사랑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담고 있다. 세금은 이웃 사랑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다. 이웃 사랑을 마음이 내킬 때에 하고 마음이 내키지 않을 때에는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하도록 제도화한 것이 오늘 날의 세금이다.

이웃 사랑을 개인의 뜻에 맡겨 두지 않고 제도화하게 하신 하나님의 의도는 분명하다.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것은 개인의 재량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필수적인 것이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우리는 세금을 내어야 하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그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개신교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목회자들은 적극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소외된 자에 대한 하나님의 뜻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이다. 목회자들의 목회 활동은 아름다운 근로요 일임에 틀림없다. 성경은 일이 예배임을 천명한다. 일정한 의식을 갖춘 주일 예배도 물론이지만 일상에서의 일도 하나님께 드려지는 아름다운 예배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께 드리는 예물은 일의 열매를 하나님께 드리는 소중한 행위이다.

목회자들이 세금을 내는 것은 성도들이 세금을 정직하게 내는 것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목회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은 성도들의 탈세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세금을 납부해 본 일이 없는 목사가 적법하게 세금을 내는 것의 중요성을 가르치거나 권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탈세의 여부는 상관없이 오직 헌금을 많이 하도록 권면했을 가능성이 많다.

정당한 세금은 정의롭다. 소득이 많은 이에게는 많이 거두고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는 적게 거둔다. 그리고 소득이 없는 이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 가도록 지원한다. 소득이 많은 사람들은 세금을 많이 납부함으로 이웃사랑에 동참할 수 있다. 세금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것에 동참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납부한 세금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소득이 많은 사람의 선의에 좌우되지 않고 의무화되고 제도화된 세금 덕분에 일정한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름답지 않은가. 유여한 나의 소득으로 소외된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 갈 수 있도록 한 제도적인 세금이 아름답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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