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 의존 말라‘ 교훈 남긴 사드갈등
‘중국시장 의존 말라‘ 교훈 남긴 사드갈등
  • 승인 2017.12.0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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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 한국산업경영학회장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따른 한중 갈등이 봉합되었다. 작년 7월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발표한 지 1년4개월 만에 양국 외교부는 지난 10월 31일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조속히 정상적인 발전궤도로 회복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아직 전면적이라고 보기에는 시기상조이지만 양국 간 경제교류에 조금씩 훈풍이 감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중국의 사드 갈등 해소 후 첫 한중 합작투자 사례로 대구에 본사가 있는 자동차 부품 중견기업인 이래오토모티브(옛 한국델파이)가 중국 최대 항공우주 방위산업업체인 중국항톈과학기술그룹(CASC)과 자동차 공조부품 합작회사를 출범시켰다. 또한 560억 달러 규모의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이 성사되었으며, 중국 정부는 베이징·산둥성 지역에 한해 비록 롯데호텔이나 롯데면세점은 가지 말라 등 다소 ‘치졸한’ 조건이 붙었지만 제한적으로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했다.

한중 정부가 사드배치에 따른 감정의 앙금을 빨리 걷어내고 다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것은 양국 미래를 위해서도 정말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돌아오고 한류가 살아나는 단편적인 호재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작금의 사드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경제적 교훈을 다시 한번 뼈 속 깊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작년 7월 이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롯데그룹이 1조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을 비롯해서 우리 경제 손실이 7조원에서 2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현대자동차는 중국시장의 매출액이 반토막 났고 지역 산업에 큰 비중을 갖고 있는 자동차 부품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잃은 것도 너무 많았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첫째, 중국이라는 나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 중국의 민낯을 보았고 중국이라는 나라는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지 않은 정경일치의 나라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둘째, 우리 경제의 실력이나 문제점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문제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우리 수출의 25.1%를 점유하고 있고,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800만 명 정도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수의 절반에 가깝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3,500곳에 이른다. 이런 예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대중 경제의존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것이 중국이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경제제재 카드를 쉽게 꺼낼 수 있는 배경이다. 따라서 과도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시장다변화를 해야 한다.

최근 아세안과의 교역규모를 2020년까지 중국과 맞먹는 2,000억달러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신남방정책’ 구상이나 정부나 일부 지자체들이 관광시장 다변화를 위해 동남아나 중동의 할랄여행객을 유치하려는 노력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기업들도 아모레퍼시픽 등 일부 기업들이 사드사태 이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동 등으로 진출해 큰 성과를 낸 사례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의 보복에도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석유화학제품, 일부 기계제품 산업들은 오히려 올 들어 9개월 동안 대중국 수출이 13.4%가 증가했다. 결국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 어떤 정치적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드 보복에 대한 산업계의 피해에 대해 무대책과 소극적 자세로 임한 정부나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의 사드보복은 WTO나 한중 FTA의 정신을 위반하는 행위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당당히 밝히고 우리도 중국에 상응하는 보복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우리 속담처럼 한중 관계의 발전을 기대한다. 중국을 좀더 공부하면서 시장다변화를 통해 대중의존도를 낮추고 우리 산업의 맷집을 키울 뿐만 아니라 정부의 당당하면서도 실질적인 대응책의 강구가 앞으로 또다른 사드 사태가 오더라도 우리 경제가 살길이라는 교훈을 명심 또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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