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만드는 사람들
별을 만드는 사람들
  • 승인 2017.12.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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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참 예쁘다. 별이라는 단어 하나로 이리도 희망을 표현할 수 있을까. 연예인이나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도 ‘스타’라고 부른다. 성탄절을 앞두고 큰 별, 즉 슈퍼스타 예수님도 연상이 된다. 이렇듯 별은 꿈이고 희망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어 있다. 반면 범법자들에게도 별은 일종의 계급처럼 쓰인다. 별이 몇 개인지를 두고 무용담이 만개하는 그들만의 세상은 일반인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경계의 대상이다. 별은 그래도 언제나 그렇듯 희망이다.

12월 4일에 필자의 신간 산문집 ‘첫눈’의 발간을 앞두고 북 콘서트를 문학 카페 ‘비바다비’ 라는 곳에서 가졌다. 북 콘서트는 도서출판 ‘더맑은’ 의 이재경 대표와 ‘몽환의 시계’라는 책을 발간한 바 있는 피아니스트 김운봉, 그리고 필자와 3인 3색의 이야기로 진행되었다. 평화의 소녀상 제작으로 알려진 이병준 작가와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와의 인연으로 알게 된 김교정 대표 등이 후원을 하고 도서출판 ‘더맑은’ 에서 주최한 행사였다. 이곳에는 꽤 특별한 분들이 찾아 주었는데, 18살에 행정고시를 합격한 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20살에 임용된 것으로 유명한 김정식 회장은 퇴직 후 고향에서 배를 구해서 고기잡이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뜻 깊은 방문자는 ‘별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는 심규보 대표였다. 이 대표와 심 대표의 특별한 인연을 들으면서 대다수 관객들은 눈물을 흘렸다. 15년 전, 생활고를 비관한 한 일가족이 호수로 차를 몰고 뛰어들었다. 부모는 그 자리에서 숨지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내아이 둘, 이 대표의 먼 친척 동생들이었다. 아무도 거두지 않았던 그들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워 온 이 대표가 그때 심 대표 같은 분을 만났더라면 아이들의 진로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물론 지금은 이미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잘 하고 있지만,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힘들었던 당시 상황을 토로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심 대표는 담담하게 ‘실수 한번 안 해본 분들은 저를 잘 모르겠지만, 소년원을 출입한 아이들 사이에서는 나름 유명하다’ 며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말문을 열었다. 지금은 증세가 호전되어 완치에 가깝지만, 한 때 그는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횟수가 더 잦아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전증 환자였다.

그가 소년원이나 구치소에 강의를 가면 처음에는 그와 거리감을 두던 청소년들도 어느 순간 마음을 열게 된다. 범죄 심리 전문가의 지극히 당연하고 형식적인 강의를 들을 것이라 예상하던 아이들도 한 때의 방황을 극복하고 일어선 그의 경험담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강의를 마칠 때쯤엔 굳었던 얼굴들이 환해지고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그는 지금 힘들지만, 충분히 행복하다. 그가 한 때의 실수로 머물게 된 구치소에는 의외로 글을 모르는 이들이 많아서 억울하게 과한 형량을 받는 이들이 항소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흔했다. 그런 그들로부터 사연을 듣고 대신 탄원서를 쓰게 되었다. 범죄자들이 죄를 지은만큼 벌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대부분의 사건은 의외로 사소한 계기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의 불안정한 심리를 헤아려주고 이해해주면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대부분 막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의 인생에서 멘토(mentor)가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의 인생행로가 결정되는 중요한 동기가 아이러니하게도 구치소에서 부여되었던 것이다.

사회적으로 격리시켜야 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과 달리 무엇이 그의 어깨에 날개를 돋게 만들었을까. 시나리오대로라면 어린 날 방황하던 그는 더 많은 ‘별’을 달았어야 했고, 이를 자랑하며 더 많은 문신을 한 범죄자들과의 위계질서를 유지하며 악의 축이 되었어야 했다. 그곳에서 맺어진 그들과의 인연을 죗값을 다 치렀음에도 차마 뿌리치고 끊을 수가 없었던 것은 그의 타고난 선함도 이유겠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그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별’을 떠올렸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학습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편입을 하고 진학을 거듭해서, 범죄심리학을 비롯한 그와 관련된 자격증이란 자격증은 모두 취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중에서도 임상심리 전문가과정을 수료한 것은 의학지식이 없던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과정으로 기억한다. 그에게 ‘사명’이라는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논문을 발표하며 석사학위까지 취득했다. 비로소 범죄 심리와 관련된 전문가가 된 것이다. 이렇게 그는 스스로가 ‘별’이 된 것이다.

별은 그래도 희망이다. 비영리 법인 ‘별을 만드는 사람들’은 약 70여명의 청소년들이 그와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언젠가 하나하나 별이 되어 이 세상에 희망으로 떠오를 것이고 더 많은 별들을 만들어 낼 것임을 믿는다. 이렇듯 차갑고 냉혹한 세상 덕에 인간관계까지 무미건조해진 요즘 희망을 함께 나눠가질 수 있다는 것만큼 보람된 일이 드물 것 같다. 물론 필자도 조그만 힘이나마 보태서 이들과 함께 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들과의 첫 만남이 설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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