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에도 성(性)이 있다고요?
예산에도 성(性)이 있다고요?
  • 승인 2017.12.1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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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대
구경북본부 공동대
내년도 나라 살림 규모가 확정되어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광주광역시 성인지예산제도 실효성 향상 조례가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니 지역의 성인지예산제도 진행상황을 돌아보게 된다.

성인지예산제도는 예산이 성(性)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예산에 반영하는 제도로. 예산편성과 집행과정에서 남녀에게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여 남녀 차별 없이 평등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2013년 회계연도부터 성인지 예산·결산서를 작성하고, 예산·결산서를 첨부하여 의회에 제출하고 있으며 그 내용은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대구광역시를 비롯한 구군은 첨부자료와 함께 예·결산 재정공시를 하고 있으며 60~80여개의 예산사업에 대한 성인지예산분석을 해오고 있다.

성인지 예산은 전체 예산 중 특별한 예산의 종류가 아니라 예산의 책정과 배분에 대한 과정이다. 따라서 국회 및 지방의회는 정부의 재정운용계획에 성인지적 정책목표를 제대로 설정했는지, 성평등 목표를 설정한 후 이와 연계된 사업으로 대상 사업을 구성하는 방안이 옳게 이뤄졌는지, 부처 자체적으로 적절한 대상사업을 발굴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의회 회의록을 봐도 지금까지 이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은 없다. 지방의회의 예·결산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이다.

중앙정부의 지침 및 지역 담당공무원의 노력으로 성인지예산 및 결산제도는 시행되고 있으나 실질적 양성평등에 기여하는지는 보고된 바 없다. 실제 중앙정부차원에서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 성인지 예산에 대한 논의가 없고 지자체 차원에서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광주광역시 ㅈ의원(환경복지위원장)이 간담회와 토론회를 거쳐 ‘성인지예산제의 실효성 향상 조례’를 발의하고 의회에서 통과되어 전국 최초로 성인지예산 활성화 기반을 마련했다는 소식은 늦었지만 빠른 결정이라는 생각이다.

일상생활에서 보이지 않는 남녀 간 차이가 사회 곳곳에 스며있다. 실제로 다중이용시설에서 볼일을 금방 보고 나오는 남자와 달리 각각의 칸에 들어가야 하는 여성들은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이 더 길 수밖에 없어 여자 화장실은 남자보다 많아야 한다. 그래도 여자 화장실이 더 붐비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작지만 큰 남녀불평등 상황을 파악하고, 예산을 지출할 시 남녀가 균등한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가 성인지 예산이다. 지하철 전동차 내 손잡이 높이를 다양화해 키에 상관없이 편하게 이용하고, 외모에 대한 동등한 상해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낮은 보험금액의 적용을 시정한 사례 등이 제도를 통한 성평등한 사회로의 변화 과정이다.

정부는 성평등목표를 수립하고 이와 연관된 대상사업을 선정하고 예산을 성인지적으로 분석하여야 함에도 예산부서가 담당하다보니 전체적인 차원에서의 성평등목표 수립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 제도의 개선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지방자치단체의 성과예산제도의 틀 안에서 성인지예산의 정책목표와 사업의 성과목표가 성과지표를 통해 성과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체계화해야 한다. 성인지예산이 따로 떨어져 섬처럼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예산과정에 녹아나도록 운용해야 한다.

둘째, 성별영향분석평가를 통한 성불평등에 대한 분석 결과가 성인지예산으로 반영되고, 이를 통해 성별영향분석평가도 성인지예산의 성평등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두 제도가 시너지효과를 가져오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인지결산의 환류이다. 성인지예산의 성과목표 달성여부는 다음해의 성인지예산에 반영함으로써 실질적인 제도 운영 및 성인지예산의 성평등효과를 인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여성정책부서는 양성평등기본계획과 공식적 자료 활용은 물론 현장을 중심으로 하는 현안과 이슈파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때 전문연구기관과 젠더전문가, 시민이 함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성평등목표 수립이 매년 이루어지기 어렵다면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기반하여 단체장의 임기와 연동해 수립, 연차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새해에도 지역 성평등 정책이 진일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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