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전원주택을 복합문화공간으로
  • 승인 2017.12.1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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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대구교육대
학교대학원 아동문
학과 강사
인간은 자기가 믿는 신한테 모든 소원을 들어달라고 빈다. 그 소원을 다 들어주려면 신도 얼마나 머리가 아플까? 하지만 신은 전지전능하시니까 고통도 서글픔도 못 느끼실 것 같아서 인간 중심의 기도만 바치는 걸까? 하지만 기관장으로 살면서 내가 감당해야 할 무게가 나를 짓누를 때, 나는 하나님이나 부처님의 처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대고 싶은 존재로서가 아니라 연민의 정으로….

그런 갈등의 밤을 지내며 녹색 갈증에 허기가 졌다. 녹색만이 내게 유일한 탈출구요, 안식처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가슴 벅찬 도시를 벗어나 흙과 순박한 사람들과 온갖 생명 있는 녹색들과 교감하며 마음에 평화를 누리며 살고 싶었다.

“주님, 저희에게 쉴 녹색 집을 주소서. 그러나 저희 부부에게만 말고, 마음에 상처가 깊은 사람들에게도 평안을 나눌 수 있는 그런 베나(베풀고 나눔)의 집을 찾아 주소서”

그런 기도를 품고 일 년 동안 찾아다닌 덕에 자그마한 주말농원 하나를 선물 받았다. 남편 퇴직 후, 흙 만지고 그림 그리며 살기에 좋은 일터로 마련한 전원주택에 ‘베나의 집’이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4월이면 잔디 속 잡초처럼 크는 민들레, 패랭이, 제비꽃, 이름 모를 풀꽃들도 예쁘다. 집 밖을 나가도 온통 초록 물결 속에 들나물 숨겨둔 밭이요 산이다. 하천 부지 목초밭 사이에 돋아난 냉이를 엄청 많이 캐서 몸 담고 있는 학교 선생님들에게 봄을 한 봉지씩 선물했다. 뒷산자락 오르다 만난 쑥도 뜯어 와 구수하게 봄향기 국을 마신다. 이 좋은 자연을 혼자 즐기기 아까워 주말마다 손님을 초대하며 밥해주기를 즐긴다.

‘손님은 신이 보내주신 선물입니다’는 현수막을 거실에 붙여두고, 부담 없이 쉬고 가라고 아무 것도 들고 오지 못하게 했다. 오로지 우리 텃밭에서 나는 무공해 채소들과 우리가 장만해 낸 음식들만 즐기고 가라고 했다.

3년 동안 방명록에는 697명의 소감이 적혔다. 삶을 놀이로 만들어, 참석한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이런 깜짝 행사(이벤트)를 즐기며 살다보니 옛날 학교 학부모들이 다녀가며 “교장선생님의 ‘배나의 집’은 복합문화공간인 것 같아요” 라고 한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즐긴 기억들이 나를 다시금 행복하게 한다. 행복한 놀이들을 곱씹어본다.

하나, 마음 힐링으로 즐기는 행복한 놀이다. 굿네이버스 마음치료 센터에서 우리 집을 활용하도록 장소를 열어두었다. 심리치료 받는 아이들 열댓 명이 마당에서 운동회도 하고, 남편은 텃밭 채소 이야기, 그림 그리기, 나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시 쓰기, 글쓰기 이야기를 나누고, 굿네이버스 선생님들은 밤에 영사기로 ‘나니아 연대기’ 영화를 보여주며 1박 2일을 온전히 아이들과 함께 즐겼다. 삐뚤어졌던 아이들 마음에 친구를 이해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간 후일담을 들으며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았다’는 말이 생각났다. 또, 학교 아이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와 “박경선 작가와의 만남” 문학 기행도 즐기고 갔다.

둘, 웨딩 샾으로 즐기는 행복한 놀이다. 사실 베나의 집 정원은 7, 8월이 참 예쁘다. 잔디밭도 더 푸르고 집을 둘러싼 배룡나무 붉은 꽃도 흐드러지게 피고, 분홍색 상사화도 이때가 절정이다. 무화과, 블루베리, 머루도 날마다 익어간다. 풍성하게 나눌 것이 많을 때, 70~80세, 우리 마을 어르신들을 초대하였다. 짝이 있는 어르신들은 결혼식 다시 해보기(리마인드 웨딩 촬영) 사진을 찍었지만 대부분 홀로 사시기에 신부놀이로 사진을 찍어드리고 사진첩을 만들어 드렸다. 세월은 가도 하얀 드레스를 입은 할머니들 속에 옛날의 고운 모습이 깃들어 있음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였다. 이후 12월 초까지 우리 집에 오시는 손님들은 이 재미있는 야외웨딩 촬영 놀이를 즐긴다.

셋, 문화 공간으로 즐기는 행복한 놀이다. 시골 마을의 기관장들을 초대하여 점심 한 때 같이 하였더니, 그대로 기관장 협의회장이 되어버렸다. 마하트마 간디가 말한 행복한 마을의 조건이 바로 지금 내가 둥지 튼 마을이다. 누구나 일할 수 있고, 평등이 주어지고, 이웃에 대한 봉사와 섬김이 있고, 자급자족하고 협동하며, 소통하는 이 마을은 무릉도원이다. 이렇게 축복 받은 마을, 베나의 집에서 내 몸 성하고 눈 밝을 때, 이웃 어르신들과 남들에게 밥 한 끼 대접해주는 여유를 즐기며 날마다 감사하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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