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꿈나무
다문화 꿈나무
  • 승인 2017.12.10 10: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결혼 이야기
이현숙
리스토리 결혼정보 대표


풋풋한 열기가 느껴진다. 강의실을 꽉 채운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강단에 들어서는 나를 향한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뒤라 눈꺼풀이 풀려있을 법도 하건만, 젊은 눈망울들이 초롱초롱 빛을 발한다. 머릿속에 정리해둔 강의 내용들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며 짧은 심호흡을 내쉰다.

평소 안면이 있는 교수님으로부터 특강을 해 줄 것을 요청받았다. 다문화 공부를 하는 대학생들이 ‘다문화사회와 국제결혼이주여성’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고 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결혼중개업을 하고 있었고, 대학원에서 이민다문화사회학을 전공하기 때문에 적임자라고 여긴 모양이었다.

국제결혼의 흐름을 살펴보면, 80년대 말 정부지자체에서 농촌 총각들이 장가를 못가서 자살소동을 벌이자 정부가 조선족 여성들과의 결혼을 주선한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그 후 종교단체인 통일교를 통해 국제결혼이 이루어졌고, 1992년도에 한·중수교가 이루어지자 중국여성들이 취업을 목적으로 위장결혼이라는 수단을 사용해 사회문제를 일으켰다. 1990년대 말에 언어나 외모가 다른 동남아시아 여성들은 도망을 가지 않고 위장취업도 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국제결혼이 결혼업체를 통해 활성화되었다.

단일민족을 주장하던 정부가 2006년에 다민족 다문화사회로의 전환을 공식선언하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 시대 때 민족의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며, 한민족임을 주장하던 한국정부로선 급진적 발상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다문화사회의 배경은,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인구정책의 한 방편이며, 노동력 부족 해결과 순혈이나 혼혈의 용어사용을 금지하는 국제기구의 압력이 작용했다.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미스사이공’이라는 작품은 1975년에 미군이 월남전에서 패전하면서 일어나는 미군장교와 베트남 처녀 캄의 비극적 러브스토리다. 미군병사는 본국으로 돌아가 결혼을 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캄은 임신한 상태로 혼자 아들을 낳아 키우다 미군병사를 찾아가 아들을 돌려주고 그녀는 권총으로 자살한다는 내용이다.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이런 슬픈 역사의 흐름이 결코 남의 일은 아니다. 처음에 농촌 총각들이나 생산직 남성들, 경제적으로 열악한 사람들이 국제결혼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도시의 근로자, 재혼자,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이 비정규직이거나 만혼자들, 기타 한국여성들이 좋아하지 않는 조건의 사람들이 국제결혼으로 내몰린다. 특히 높은 이혼율과 재혼율의 증가, 한국여성의 의식 변화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헤나로진의 베스트셀러 남자의 종말(The end of men and the rise of woman)에서 미래는 모계사회로 변화된다고 선언한다. 능력 있는 여성이 사회에서 일하고, 남성은 집안에서 밥하고 빨래를 하여 역할분담이 바뀔 것이라 예고한다. 여성들의 사회진출, 고학력, 전문직여성의 증가로 인해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며 독신주의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을 반증한다. 국제결혼 신부들 역시 예전과 다르다. 사회학과 모 교수님의 논문을 보면 이주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대중매체, 학계, 정부, 페미니스트들이 성 상품, 피해자, 영웅 등 한목소리로 정형화 시키고 있다며 비판한다. 그들도 낭만과 사랑을찾아 온 적극적인 삶의 행위자 입장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주장한다.

세계화의 흐름에 발맞춰 거부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이다. 아직 우리사회는 걸음마를 떼는 초보적 수준의 단계이다. 지금까지 단일민족을 이루며 살아오던 의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긴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앞으로 우리사회는 다문화사회로의 변화가 더욱더 활발하게 이루어 질 것이 분명하다. 더 이상 순혈주의만을 고집하며 닫힌 상태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강의실에 있는 이 학생들은 미래사회에 꼭 필요한 다문화꿈나무들일지 모른다. 국제이주자의 증가로 인해 혼란스러울지도 모를 다문화사회의 질서를 지켜 줄 재목임이 틀림없다. 나무들이 산소를 뿜어내 탁한 공기를 정화시키듯, 이들이 다문화사회의 나무가 되어 세상을 맑고 푸르게 정화시켜 주리라 믿는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